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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Apr 18. 2020

세대를 넘어 공감할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다

공감 능력이 부족했던 기성세대의 회한과 다짐

세월호, 듣기만 해도 가슴이 무너져 내리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단어다.

하지만 이런 감정을 공감하지 못하는 기성세대가 있다. 그런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애들 놀러 가다가 사고 난 건데 왜 그리 난리법석이야!" "몇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그걸로 우려먹으려고 그래!" "우리가 낸 세금과 성금으로 충분히 보상해 줬는데!" "그걸로 대통령 탄핵하고 정권 잡은 진보세력이 자꾸 유가족을 부추기는 것 같은데!" 주로 이런 말들이다.


기성세대는 누군가를 탓하기 전에 나 자신을 통렬히 반성해야 했다. 낡고 불법 개조된 세월호가 정상적으로 항행하도록 수수방관한 것에 대하여, 아이들이 어른들 말을 너무 잘 듣도록 교육한 것에 대하여, 온 국민이 아이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TV로만 지켜보고 가만히 앉아 있던 것에 대하여, 권력에 굴종하는 상부 지향적 공직 시스템을 구축한 것에 대하여, 기득권 계층에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없었던 것에 대하여......


글을 쓰자니 가슴이 먹먹해 오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부끄럽고 미안하고 창피하다. 난 세월호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했던 어른이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직에 있었다는 핑계로 노란 리본 달기 조차 꺼려했다. 리본을 나눠 주는 아이들의 손길을 피했다. 비통한 마음을 공감하기보단 나 자신의 입장을 합리화시키려고만 했었다. 난 그런 어른답지 못한 어른이었다. 내 아이가 거기 있었다는 생각을 했더라면, 내 친구가 거기 탔었다는 상상이라도 했더라면 그리 무정하고 무심하게 굴지 않았으련만!


 스스로를 중도 보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철저한 보수파였다. 기득권을  부여잡고 놓지 않는, 잃지 않으려고 발버둥  보수적인 사고를 가졌었다. 천안함 폭침 사건은 외면하면서 세월호 사건만 부각한다는 생각에 진보세력을 비난하기도 했다.  아직도 세월호를 말하는지 생각해 봤다. 천안함 폭침으로 인한 군인들의 희생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나 그들은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는 임무 수행 중이었다. 기습적 공격에 대처할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처지와 상황이 달랐다. 아이들은  그대로 놀러 가던 중이었다. 목숨 걸고 뭔가를 하던 중이 아니었다. 그런데 사고가 났고 배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안에서 차분하게 기다렸다. 어른들이 탈출하라고 말해 주거나 자기들을 모두 구해 주리라고 굳게 믿고. 하지만 어떤 어른도 밖으로 나가야   있다고 말해 주지 않았다.  아이들이 서서히 차가운 물속으로 가라앉을 때까지. 어떤 어른은 오히려  안에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속였다. 어떤 어른은 혼자만 살겠다고 벌거숭이로 탈출했다. 어떤 어른은 높으신  태우려고 구조헬기를 돌렸다. 어떤 어른은 담담하고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구명조끼를 입었으니 구조되지 않겠냐고. 그때  시간,  어른이 아니었다. 우린 어른이 아니었다. 그저 방관자였을 뿐이다.


이제라도 어른이 되고 싶다. 세대를 넘어 공감할 줄 아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가진 것을 잃지 않으려는 비겁한 어른이고 싶지 않다. 이젠 아이들에게도 배우는 어른이 되고 싶다. 순수한 마음으로 나라를 사랑하고, 부모와 친구를 위할 줄 아는 아이들에게 배우는 어른이 되고 싶다. 세대를 넘어 공감할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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