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보다 외형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4년 전 이맘때의 일이다. 정확히는 4년 전 어제의 일이었다.
세 친구가 부부동반으로 남산공원에 놀러 갔다. 30대 초반 대학원 시절 수색 아파트에서 2년간 함께 살던 동기들이다. 50대가 되어 다시 만나 계를 묶고, 주기적으로 해외여행을 함께 다니기로 했다. 2년 전 북해도 여행이 시작이었다. 그런 친구들과 남산에서 차를 마시고 둘레길을 걸었다. 벚꽃도 피었고 푸르름이 좋았다. 모두 함께, 부부끼리, 남자끼리, 여자끼리, 그리고 단독으로 사진을 찍었다. 연분홍 우산은 그중 한 장의 사진에 나온다.
집에 돌아와 사진을 카톡으로 공유하고, 그 사진 중 마음에 드는 독사진을 발견했다. 이 사진이다. 페이스 북 프로필을 이걸로 교체했다.
페이스북 친구들로부터 수십 개의 좋아요와 댓글이 쏟아졌다. 내 맘에 드는 사진이 친구들 마음에도 들었던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한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프로필 사진을 교체하면 안 될까? 분홍빛 우산이 좀 그런 것 같은데!"
난 웃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 프로필에 띄웠는데, 그 친구는 나 보단 핑크색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이상해! 게이처럼 보여! 남들이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친한 친구였기에 내 걱정을 해 주는 것 같아 고마웠다. 그런데 왜 그는 연분홍색 우산에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일까? 혹시 동성애에 관심이 있었나? 아니면 동성애 반대운동을 하고 있었나?
그 친구의 오해를 풀어줘야 했기에 연분홍색 우산을 들고 사진을 찍게 된 배경을 얘기해 줬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다가 사진의 배경이 된 장소가 마음에 들었다. 무작정 그리로 갔다. "나 여기서 사진 찍고 싶다. 누가 찍어 줘!" 그랬더니 한 친구의 아내가 자기 우산을 건네주었다. "이거 들고 찍으면 더 잘 나올 것 같아요"라면서. 그래서 아무런 생각 없이 친구 아내가 준 연분홍 우산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이 자연스럽게 찍혔고, 웃는 얼굴이 마음에 들어 프로필에 올렸다고 장황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그랬더니 그 친구가 하는 말, "그래도 이상해! 바꾸면 좋겠어!"
당연히 난 프로필 사진을 바꾸지 않았고 한동안 그대로 두었다. 왜? 내 맘이지 네 맘이냐!
그 후론 가끔 이 사진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우리가 사람을 대할 때 상대방의 내면세계를 이해하려 하기보단
외형적 이미지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사는 것은 아닐까?
만약에 내가 엊그제 끝난 제21대 총선 선거 운동 기간 중 이 사진을 프로필로 사용했다면, 그 친구는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르겠다. "너 핑크색 정당을 지지하는구나? 너무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것 같다. 프로필 사진으로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랬어도 난 프로필 사진을 바꾸지 않았을 것이다. 왜? 내 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