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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May 02. 2020

Wien 1683

비엔나커피의 7080 향수에 젖다

[Wien 1683으로 가는 여정]

친구들과 부부 동반으로 한적한 교외를 찾아 파주 통일촌 장단콩 마을로 나들이를 갔다.

통일대교 검문소 입구에서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마을에서 나온 분의 에스코트를 받아서 우리 일행은 검문소를 통과했다.

신분증을 검문소에 맡기고 신원 확인을 한 후 민간인 통제선을 넘어서 장단콩 마을에 들어갈 수 있었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재배해서 수확했다는 장단콩으로 만든 맛있는 각종 콩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된장찌개, 청국장찌개, 순두부찌개, 콩비지 찌개, 부침개, 콩장, 두부김치,......


다시 역순으로 민통선을 넘어 파주 어느 카페에 들렀다. 석가탄신일 오후인데 생각보다 북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브런치에 글 쓰는 얘기, 부크크에서 종이책을 만든 얘기를 했다. 아내가 재미없다고 했다.

아내들을 파주 아웃렛에 다녀오라고 부추겨서 밖으로 내 보냈다. 세 남자만 남았다. 그렇게 남자끼리 수다를 떨었다.

나이를 먹으면 여성 호르몬이 많아진다는 말아 맞는가 보다. 요즘 왜 이렇게 말이 많아졌을까?


아내들이 돌아왔다. 아웃렛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쇼핑은커녕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돌아왔다고 했다.

경험에 의하면, 이럴 땐 화제를 바꾸는 게 상책이다. 차가 더 밀리기 전에 서울로 돌아가다고 제안했다.

서울로 돌아와서 아귀찜을 잘한다는 마포의 어느 식당에 갔다. 점심 먹고, 카페에서 앉아서 빵과 커피를 마시고, 아귀찜을 먹고 나니 모두들 포만감이 가득했다. 이럴 땐 걷는 게 최선이다. 마포나루터가 가까우니 한강변을 걷자고 했다.

그렇게 강변에서 산책을 마치고 공영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Wien 1683 간판이 눈에 띄었다.


마포대교 부근에서 본 한강의 야경





[Wien 1638과 비엔나커피 7080의 추억]

긴 하루의 여정을 마치면서 Wien 1638을 발견한 것이다.

청소년기에 멋스럽게 보이려고 폼 잡고 마시던 비엔나커피가 생각났다. 들어갑시다. 동갑내기 세부부가 모두 좋아했다. 빨간 커피잔이 제일 먼저 보였다. Wien 1683, 멋진 그림이 그려진 종이컵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 그 시절, 우리가 다방에서 마시던 그 비엔나커피는 아니었다. 그때 우린 커피 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얹혀 있는 커피를 마셨다. 그게 원조 비엔나커피인지 아닌지는 몰랐지만, 비엔나에를 주문하면 그걸 내줬다. 하긴 모닝커피라고 계란 노른자를 커피에 얹어 마시기도 했었던 시절이니, 뭔들!


내겐 아직도 휘핑크림이나 생크림이 아닌 아이스크림을 올린 게 비엔나커피다.

진짜 비엔나커피는 당연히 Wien 1683에서 오늘 마신 커피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를 7080 향수에 젖게 하는 비엔나는 이런 고급 커피가 아니다. 살짝 이가 깨진 커피잔에 따른 쓴 커피 위에 달달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토핑 된 그런 비엔나커피다.


하지만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해 준 Wien 1683의 빨간 커피잔과 멋진 종이컵은 또다시 노년의 추억이 될 것이다. 그때 그 시절이 오늘의 추억이 되었듯이, 파주의 민통선을 통과했던 경험과 장단콩으로 만든 음식과 진짜 비엔나커피는 노년의 추억 거리를 만들어 줄 것이다. 아마 그때쯤이면 민통선도 없어지고, 대중 음식점도 없어지고 카페도 없어질지도 모른다. 4차 산업 혁명이 가져다 줄 생활방식의 변화와 COVID-19 팬데믹 같은 전염병의 위협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고착화로 나들이나 모임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지 오늘은 내일의 추억을 만든다.



Wien 1683의 멋진 그림이 있는 종이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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