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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Apr 08. 2020

러닝머신 말고 동네 하천변 걷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져다준 일상의 변화

오후 네시 반부터 30~40분가량 러닝머신 위에서 걷거나 달리는 것이 루틴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헬스장이 문을 닫은 후, 한동안은 그 시간에 운동하는 대신에 책을 읽거나 글을 썼다.


지난주 수요일 오후, 처음으로 바깥나들이 겸 운동을 하러 밖으로 나갔다. 도림천을 따라 안양천과 만나는 방향으로 세 시간 반 정도 걸었다. 조금 힘이 들었지만, 폐쇄된 벚꽃길 옆으로 하천을 따라 걷는 기분은 나름대로 상쾌했다. 북적이진 않았지만, 마스크를 쓰고 산책이나 걷기 운동을 하는 이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한창때 자전거를 타고 달리느라 보지 못했던 길가의 작은 야생화와 하천의 야생 오리들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이런 기분을 느끼느라 천변을 걷는구나! 자전거로 달릴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좌: 폐쇄된 안양천변 벚꽃길, 우: 도림천 뚝방 벚꽃보행로


오늘 오후엔 도림천을 따라 서울대 쪽을 향해서 지난주와 반대 방향을 걸었다. 안양천 쪽보단 조금은 더 손길이 많이 간 듯한 길이었다. 목이 기다란 새, 두루미 아니면 학? 그보단 조금 짧은 새, 오리는 아니고 아마도 가마우지? 서울 도심에서 이런 새들을 볼 수 있다니! 새 주변을 보니 제법 큰 잉어, 아니면 붕어도 몇 마리 보였고, 피라미나 송사리처럼 생긴 작은 물고기는 꽤 많았다. 또 하천 주변에서 사진을 찍도록 착시벽화도 여러 곳에 그려져 있었다.


좌: 도림천의 목이 기다란 새 우: 도림천변 착시벽화


도림천의 작은 물고기들
도림천변에서 걷는 사람들


이 동네에서 10여 년을 살았는 데, 예전엔 왜 몰랐을까? 이 길을 걸어서 지나쳐 보기 전엔 알지 못했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러닝머신 위에선 운동 겸 영어 공부를 한답시고 CNN이나 BBC, 아니면 Arirang 방송을 틀어 놓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천변을 걸으면서 느끼고 얻는 것은 자연과 인공의 조화, 맑고 상쾌한 공기, 밝은 사람들로부터의 에너지, 햇빛으로부터 받는 비타민 D 등 무궁무진했다.


진작 밖으로 나올 걸 왜 러닝머신 위에 머물러 있었을까?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아니었으면 아마도 지금 이 순간 러닝머신 위를 달리고 있었을 거다.


코로나 블루에 휘둘리지 말자! 생각을 바꾸면 일상이 바뀌고, 일상을 바꾸면 더 행복한 삶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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