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께 감사드리며)
제64일 차 : 2016년 11월 20일 일요일
일요일 이른 아침...
마눌님이 신탄진 처가를 가고 싶어 한다.
전날 저녁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에 다녀 올 동안 천안 형님 부부가
다녀 가셨는데 어머님도 뵙고 형님이 주고 간 배도 나눠 준 후
그곳의 둘레길 한 코스를 밟고 오겠단다.
누구의 명령인데...
얼른 준비하고 떠난 신탄진 처가에서 장모님과 처남이 산책길을 따라나섰다.
신탄진 뒷산의 둘레길 코스는
솔숲 오솔길로 아주 완만한 육산이라 걷기엔 그만이다.
악성 골육종으로 한때 사경을 헤매었던 처남은 물론 연로하신 장모님과
부상회복 운동에 전념 중인 초록잎새에게 그곳은 아주 적당한 산책로 되어 준다.
이렇게 걸어도 괜찮냐는 장모님의 우려는
함께 걷기 시작한 얼마 후 놀람과 탄성으로 바뀐다.
아이고~!
고마워라~!
우리 딸 참말로 장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
주렁주렁 의료기구를 몸에 달고 있던걸 생각하면 그럴만하시다.
그간...
얼마나 노심초사하셨을지?
숲 속은 스산한 늦가을 풍경인데
다리가 불편한 처남이 능선을 싹둑 잘라먹은 도로에서
하산하려 멈춘 곳엔 아직도 그 화려함을 간직한 단풍이 우릴 맞아준다.
그래서..
단풍보다 더 화사한 울 마눌님 용모파기 한 장 먼저 담아본다.
그런 후..
지고 지순한 조선의 여인상인 장모님과
역시 그 피를 못 속이는 나의 마눌님을 고운 단풍을 배경으로....
처남을 돌려보낸 후
정자가 세워진 뒷산 제일 높은 봉우리까지 오른 우린
한낮의 가벼운 산책을 끝낸 후 집으로 향했다.
초록잎새...
본인 스스로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른 회복이라니
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정말이지...
그간 내일처럼 가슴 아파하며 모든 일 제켜두고 찾아와 도움을 주고
위로하며 용기와 힘을 주신 수많은 지인들이 있어
오늘의 초록잎새가 있었음을 잊지 않고 살아 가려한다.
입원해 있는 동안 알려주지 않았음에도
알음 알음하여 찾아주신 분들이 백여 명이 넘었고
덕분에 함께 입원해 있던 병실의 모든 분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우리는 분명 축복받은 사람였다.
이젠...
죽을 만큼 힘들다 생각했던 암담하던 현실이 물러난 지금
기쁨과 희망으로 재활의 의지를 불태우는 지금 우린 행복하다.
이 글을 빌어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그간 우리 부부에게 베풀어 주신 차고 넘치던 사랑과 은혜는
살아가면서 결초보은 할 것을 약속드리며 이만 초록잎새의 병상일지를 끝내려 한다.
모든 님들 고맙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