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그로간즈의 명소 트리운드 야영
여행지 : 인도의 맥그로간즈 (트리운드 야영)
여행일 : 2016년 4월 30일(토)~5월 14일(토) 14박 15일
누구랑 : 구름님 부부. 산찾사 부부. 에게해님. 소쿨님. 만보님
제3일 차 : 2016년 5월 02일 (월요일)
- 이른 아침 투시타 로드 산책 : 06:30~09:00
- 맥그로간즈 맥간 여행사 : 11:00
- 갈루템플에서 중식
- 트리운드 (2975m) 정상 : 16:50
(맥그로간즈 시내 개념도)
맥그로간즈 홈스테이 숙소의 아침이 밝았다.
기나긴 여정의 여독은 지난밤 숙면으로 말끔히 해소된 듯
아침에 일어나 보니 몸과 마음이 개운하다.
아침 식사 전 우리는 투시타 로드를 따라 이어진 전나무 숲 속길을 걸어 보기로 했다.
다만 일행 중 소쿨님은 전날 비누사건으로 심신이 괴로운지 숙소에 홀로 머물렀다.
걷는 내내 아름드리 울창한 숲 속에서
뿜어 저 나오는 피톤치드의 향기에 기분이 좋아진다.
아침의 찬 공기 또한 정신을 맑게 하는데...
투시타 명상센터를 거처
공영 주차장까지 산책하는 동안
인적이 드문 숲 속길은 한적하여 더욱 좋았던 우리 일행은
맥그로간즈의 시내 한복판으로 내려선 이후엔
도심지의 이곳저곳을 거닐며 방향 감각을 익히며
오늘 트래킹에 필요한 간식으로 과일과 채소를 구입했다.
그런 후...
불심 깊은 티벳탄이 꼭 들리는 중앙 마니차를 거처
숙소로 돌아와
홈 스테이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를 했는데....
숙소에서 제공한 토스트에
방금 우리가 구입한 채소와 토마토를 곁들이자
커피와 아주 잘 어우러진 맛과 풍미가 뛰어난 성찬이 되었다.
아주 만족한 아침식사를 끝낸 우리는 본격적인 트리운드 트래킹을 준비한다.
먼저 전날 들렸던 티베트 호텔에 들려 홈 스테이보다 더 저렴한 좋은 조건으로 숙소 계약을 해 놓고
푸줏간을 찾아
야영하며 먹을 돼지고기를 구입한 뒤...
어제 계약한 맥간 여행사까지 택시를 불러
홈 스테이 풀로라싱 풀로워 숙소의 모든 짐을 빼내 맡겨놓고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텐트와 침낭 그리고 매트리스를 받아 인원에
따른 분배를 하여 각자의 배낭에 패킹하는 것으로 모든 산행 준비를 끝냈다.
그런 후...
트리운드로 출발을 하려는데 우리가 계약한 산행 가이드가
본격적인 트래킹의 들머리 갈루 템플까지는 택시로 이동할 수 있다 하여
비누사건으로 변변한 식사조차 힘들어 컨디션이 최악인 소쿨님과 최 연장자이신
에게해님을 우리의 배낭과 함께 택시로 그곳까지 올려 보낸 후 산행을 시작했다.
갈루템플까지 이어진 등로는
이른 아침 우리가 산책했던 코스를 따라가다
투시타 명상센터를 지나 길이 갈리며 본격적인 능선으로 이어지는데
그 길엔 아름드리 전나무의
빽빽한 숲 속길이 참으로 아름다워 산행의 힘겨움을 잊게 한다.
그런데...
가뿐한 우리의 걸음과 다르게 가이드가 무지하게 힘겨워한다.
나이를 물어보니 우리 막내보다 한 살 어린 녀석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잠시 내가 그의 배낭을 메고 한 구간을 걸어 주려
배낭을 건네받았는데...
이런~!!!!
메어 보니 뒤에서 사정없이 당기는 느낌이다.
배낭을 내려 내용물을 살펴보니 제일 무거운 짐들이 아래에 패킹 돼 있다.
죄다 꺼내 가벼운 건 밑에 무거운 건 위에 다시 담자 한결 부드럽다.
이 녀석...
배낭 패킹도 제대로 못 하는 녀석이 무슨 가이드를 할까 싶다.
그렇게 걸어 올라선 갈루템플...
먼저 도착한 소쿨님과 에게해님이 그늘아래에 배낭을 모아놓고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좀 늦게 출발한 터라
점심 식사 시간이 애매하다.
하여...
우린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하여 팬케익과 라면을 시켰다.
의외로 팬케익의 맛이 아주 좋다.
덕분에 다들 만족한 식사를 한 우리가 산행을 시작하려 하자
당나귀로 모든 짐을 나르면 어떻겠냐며 가이드가 새로운 제안을 한다.
가격도 괜찮고 하여 승낙하자
당나귀를 섭외하려 갔던 가이드가 당나귀 대신 포터들을 데리고 왔다.
물론 가격은 종전대로...
그런데...
막상 떠나려 하자 포터들이 돈을 올려 달란다.
많은 돈이 아니라 허락하자 이번엔 배낭의 수를 헤아려 보더니
돈을 더 달란다.
그러더니 이번엔 또 가장 무거운
나의 배낭을 들어 본 후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가격을 더 올린다.
ㅋㅋㅋ
내 배낭엔 침낭 두 개와 텐트, 깔판 그리고 프라이팬과 함께
코펠엔 우리 일행들의 일용할 양식과 고기가 가득 들어 있고
무거운 과일은 덤이며 추위를 대비한 옷들이 가득한데 배낭의 용량을
초과하여 채운 대형 피티병 물통 3개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돌덩이 같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렀다 저랬다 하는 꼬락서니들이 돈을 떠나 아주 밉상이라
우리는 그들의 제안을 깡그리 무시하기로 했다.
결국 포터와의 협상은 결렬되고
우리는 무거운 등짐을 진 채로 갈루템플을 뒤로한 채
본격적인 등로에 올라 무소의 뿔처럼 앞만 보고 씩씩한 걸음을 옮겼다.
얼마 후....
맥그로간즈의 산간 마을이 발아래 펼쳐진다.
등로는 아주 넓고 평탄하며
구불구불 꼬부랑길은 경사도를 낮춰 줘 걷기가 수월하다.
우리가 걸어가던 등로옆
숲 속의 랄리구라스 군락엔 붉은 꽃들이 지고 있다.
이곳의 절기는 봄날은 가고 이제 막 뜨거운 여름으로 향하는 중이다.
그래 그런지...
뙤약볕이 내리쬐는 양달을 걸을 땐
얼굴이 화끈거리며 등판 떼기엔 땀이 흘러 더위에 헐떡이다
그늘이 드리운 응달에 서면
순간 서늘한 바람에 금방 땀이 마르며 더위가 가신다.
등로 중간중간엔 쉼터가 있고
각종 음료와 함께 조잡한 주전부리 간식을 파는 점방들을 자주 만났다.
우린 그런 쉼터마다 다리 쉼을 하며 혹시 들이닥칠지 모를 고산병이 두려워
가급적 느린 걸음을 걸었다.
그렇게 걷다가 만나게 되는
아름다운 조망터에선 기념사진도 박아 가며 끝없이 이어지던
조로 서도와 같은 등로를 따라 히말라야의 품으로 파고들던 우리가
매직 뷰 (MAGIC VIEW) 휴게소에 도착해서는
콜라와 사이다등을 구입해 갈증을 달랜 후 길게 휴식을
취하며 뿌연 가스에 가려 그리 좋은 조망을 보여주진 않았으나
그런대로 나름 이국적인 풍광이 드리운 산아래 마을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담았다.
매직 뷰의 휴식에 힘을 얻은 우린
쓰레기 포대가 쌓여 있어 그 이름값을 못한 베스트 뷰 포인트 이후부턴
완만하던 등로가 서서히 고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맥그로 간즈에서 트리운드까지 9KM이며
본격적으로 등짐을 지고 올라선 갈루템플에서 트리운드까지 7KM이다.
그럼 대략 시간상으로 정상이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나....
다들 맥그로간즈의 평균 고도 1700m에서
급작스레 2900m 가까이 올리다 보니 서서히 지쳐 가는 중이다.
특히나 별로 먹지를 못 한 소쿨님과 일행 중 최 연장자 에게해님이 고전 중이다.
얼마 남지 않은 정상을 턱밑에 두고 다들 퍼질러 앉았다.
아직 해가 지려면 멀었고 시간은 남아도니 서둘 일은 없으나
그렇다고 마냥 게길 수 마는 없어 다들 황소걸음을 시작하여 정상을 향하다...
마지막 휴게소에서 잠시 다리 쉼을 한 후...
악전고투 끝에 드디어 우린
2975M의 Triund 정상을 올라 서고야 말았다.
트리운드 정상의 널따란 초원엔 여기저기 텐트가 옹기종기 모여 있고
선등 한 선남선녀들이 바로 앞에 우뚝 솟아 오른 인드라 하라(Indrahara. 해발 4320m)
설산을 바라보며 멍~ 을 때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힘든 여정을 넘겨 올라선 보람으로
드디어 우린 꿈결처럼 다가 온 히말라야의 품에 안겼다.
힘겹게 올라선 만큼 비례하여 기쁨도 크다.
한동안 우린 보금자리를 꾸릴 생각도 잊은 채 정상을 올라선 감격을 누렸다.
일단...
올라서느라 죽을 고생을 한 나의 두발을 먼저 족쇄에서 풀어 해방감을 안겨 준 뒤엔
아름다운 인드라 하라의
설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담아 준다.
그런 후엔
그 설산을 배경으로 정상을
올라선 기쁨을 공중 부양으로 표현하였는데...
누가
누가
제일 멋진 모습을?
정상을 올라선 기쁨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우린 서둘러 각자 자리를 잡아 칠성급 호텔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런 후....
우선 먹거리를 챙겨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불을 피웠는데
맥간 여행사에서 가저온 가스레인지의 화력이 션~찮다.
그래도 어쩌랴~!!!!
겨우 겨우 돼지고기를 구워 酒님을 섬긴 지 얼마 후...
햇반과 라면을 찾았는데....
아뿔싸~!!!!
분명 내가 맥그로 간즈의 맥간 여행사에서
햇반 5개와 라면 5개를 내주며 각자 배낭에 넣어달라 부탁을 했었는데
그걸 챙겨 온 회원님들이 한 명도 없었다.
하긴...
다들 가저온 배낭의 용량이 적다 보니
본인들 침낭과 옷을 챙겨 넣기도 버거운 형편이라
그럴 만도 했건만 왠지 허전하고 서운한 마음이 울컥 든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이곳 트리운드 정상의 롯지에서 음식을 팔고 있었다.
고기만 먹을 수는 없어 우린 이것저것 음식을 시켜 배를 불릴 수 있었다.
트리운드 정상의 초원에 땅거미가 몰려든다.
그리고 찾아든 추위...
고기를 구울 때 어느 님의 배낭에서 나온 양주였던가?
독주를 원샷으로 들이킨 후유증이 몰려든다.
그 술기운을 떨쳐보려 이리저리 정상의 초원을 배회하는데
이런~!!!
고산병의 증세가 이럴까?
어질어질 머리가 빙빙 돌기 시작한다.
이젠 완전히 어둠에 묻힌 정상....
추위를 피해 텐트 주변으로 자리를 옮긴 산우님들이
밤이 깊어 갈 수 록 酒님을 향한 信心에 불이 붙어 타 오른다.
술이 약한 나는 酒님의 은총에
떡실신이 되어 텐트에 먼저 몸을 뉘었는데....
ㅋㅋㅋ
힘들게 겨우 정상을 올라선 에게해님은
어찌나 기진맥진 한 채 힘들어하던지 나를 불러 깔판과
침낭을 깔아달라 부탁을 하더니 이젠 기운을 차리셨나 보다.
누워있던 옆 텐트에서 들리던 에게해 형님의 목소리엔 기운이 펄펄하다.
다들 힘겹게 올라선 정상에서의 야영에 들뜬 기분을 엿볼 수 있다.
떠날 때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준비했다면
좀 더 풍성한 먹거리로 함께 한 일행들에게 더 큰 즐거움을 줄 수 있었는데
나의 실수가 못 내 아쉬움으로 남은 트리운 정상의 밤이 점점 더 깊어만 간다.
모두가 잠든 한밤중....
살며시 텐트를 벗어나 초원을 배회했다.
저 아래 캉그라 계곡 아래로 내려 보이는 도심 속의 불빛들이 찬란하다.
반면....
크게 기대를 했던 트리운드 정상엔 별들의 잔치는 없었다.
구름이 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뚜렷한 북두칠성만 확인한 채 깊은 밤은 점점 더
새벽으로 향해 가는데 난 웬일인지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날....
그 깊고 푸른 밤하늘 한 귀퉁이에
걸린 조각달이 그날밤 내 친구가 되어 주었다.
이국의 머나먼 땅 거대한 히말라야의 끝자락에 걸린
보잘것없는 트리운드 정상의 초원엔 밤바람만이 세차고 불고
홀로 먼 하늘을 바라보는 이방인은 긴긴밤을 추위와 외로움에 몸을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