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랑 TMB 트래킹 제3편

(브레방 벨라차 산장을 잇는 환상의 하늘길)

by Yong Ho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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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 : 2018년 7월 13일~21일

누구랑 : AM 트래킹(주)회원 21명


(몽블랑 TMB 전체 개념도)


제4일 차 : 2018년 7월 16일 월요일

- 알펜롯지 : 08:09

- 프랑프라 : 09:17~09:32

- 브레방 : 12:44~13:10

- 벨라차 산장 : 17:08~14:30

- 샤모니 : 16:35

- 알펜롯지 : 17:05


4일 차의 날이 밝았다.

트래킹 3일 차라 이젠 걷기에 최적화된 몸?

ㅋㅋㅋ

누구는 온몸이 쑤시고 결리지만 누군 한결 가뿐한 몸 상태다.

평소의 건강관리가 그만큼 중요하다.

지금껏 우리 팀은 아주 잠깐 스위스령을 넘나들긴 했으나

프랑스 지역의 몽블랑 TMB코스 3구간을 이어 걸었다.

내일은 이탈리아 지역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우리 팀은 프랑스 현지 가이드를 채용해야 하는 의무에서 해방된다.

그러니 이들과 함께 산행하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다.

현지 가이드는 모두 성실한 사람 들였다.

나는 그들과 마지막날을 기념하는 추억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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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정거장 이동하여 버스에서 내린 이후엔

프랑프라(2080M)까지 이어지는 지속적인 오름의 아스팔트길을 걸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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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프랑프라에서 케이블카로 편안하게 오른다.

가이드가 표를 구입하러 간 사이에 있는 동료들과 기념사진을 박은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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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분 만에 2368m의 콜브레방에 올라

연이어 올라서는 산우들을 기다려 오늘의 목적지 브레방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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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 TMB종주길은 초입에서 두갈레로 갈린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차라리 돌아갈까란 고민은 애당초 필요 없다.

그냥 이곳 전문가의 뒤만 딸랑딸랑 따라주면 장땡이다.

가급적 그것도 뒤에서 갖은 해찰을 떨며 가는 게 좋다.

우리의 가이드가 택한 길은 능선 뒤편을 돌아가 브래방으로 오르는 등로다.

이 등로는 좀 더 험하고 거친 만큼 황홀한 풍경을 제공한단다.


그런데...

등로 초입에서 선등 했던 산우들이 죄다 발길을 돌린다.

ㅋㅋㅋ

가끔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법이다.

알바다.

후미의 산우들은 그게 무쟈게 꼬습다.

우리의 노련한 길잡이 가이드는 초반 몇걸음 옮기다 금방 알아챘지만

ㅋㅋㅋ

우리 일정대로 하루 늦게 좇는

만보님 일행은 한참을 진행 후 발길을 돌렸다고 전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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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터 험한 등로다.

박배낭을 멘 트래커가 마냥 퍼질러 쉬고 있음이 그걸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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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이거...

케이블카로 쉽게 올라오신 몸들이데 뭐~

아직은 다들 기운차게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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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힘들게 올라선 만큼 조망이 좋다.

어느 틈에 처음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 콜 브레방이 발아래 드리웠다.

바로 코앞으로 몽블랑의 그랑드 조라스의 침봉들이 유혹의 손짓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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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잎새와 함께 후미의 여유로움을 즐긴다.

갖은 해찰을 떨며 가도 따라갈 수 있는 체력의 초록잎새라 가능했다.

그러나 오늘도 틈만 나면 서방님의 품을 벗어나려 몸무림 쳐대는

초록잎새에게 나는 초반부터 기를 제압 하느라 성질을 부렸다.

"여기 체력단련 하러 왔냐~?"

"내 반경에서 일 미터 이상 벗어나지 말그라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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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 같음 파르르~

성질을 냈을 초록잎새가 생글생글 웃는다.

얼굴 붉힌 내가 생뚱맞고 어색한 순간이다.

ㅋㅋㅋ

아름답고 순수한 자연의 품속이라면

누구라도 순식간에 저런 너그러운 품성을 갖게 하는 게 자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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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밤에 억수같이 비가 퍼붓었다고 했다.

이젠 시차에 적응이 된 건지?

난 아무것도 모른 채 잠만 잘 잤다.

비 온 후의 날씨는 항상 좋은 법이다.

그래 그런가?

오늘도 트래킹을 하기엔 정말이지 환상적인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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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차레 알바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냐~?

프랑스의 산악 가이드가 상세지도를 보며 열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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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그게 밥줄이니 열심히 공부해~

우린 즐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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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오름길의 조망터에서 우린

한동안 휴식을 취한 채 선경을 즐긴다.

바로 코앞엔 보송 빙하를 품은 몽블랑이 그간 온갖

세상사 풍파에 시달려 굳어버린 우리들의 마음을 몰랑몰랑하게

풀어버리는 마법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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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으로 재충전한 다리엔 힘이 용솟음친다.

덕분에 다시 시작된 발걸음은 가파른 오름길도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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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차레 힘든 오름질 끝에 만난 능선사면엔 동토의 땅이다.

한여름에 이런 눈을 밟아 볼 수 있는 기회가 그리 흔치 않다.

그러니 힘들어 낑낑대며 올랐던 여인들의 왁작지껄 수다방은 당연하다.

어느 순간....

발랄하고 활달한 웃음들이 산정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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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시간은 많다.

이곳은 밤 10시가 넘어도 환한 대낮이라 늦는 것 상관없다.

그러니 체력에 맞게 끝까지만 걸어주면 된다.

따라서 틈만 나면 엉덩일 내려놓고 쉬는 건 권장사항이다.

이 아름다운 대자연의 품속에선 오래 머물수록 좋다란 게 내 평소 지론이기도 하다.

체력단련?

그건 개나 줘 버리고 평소에 헬스장이나 수영장에서 빡시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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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풍광이 아름다워 그런지 다들 이곳저곳을 처다 보느라

선두나 후미나 오늘은 다 함께 붙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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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능선자락을 휘돌아 넘기자 저 멀리

콜브레방에서 브레방까지 운행하는 케이블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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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로스의 꿈을 꾸는 행글라이더가 하늘을 날고 있다.

햐~!

좋구나...

최이사님이 재들을 보며 그런다.

재들은 디저라 올라와도 날씨가 안 좋으면 허탕인데

우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걸을 수 있으니 부럽지 않다나 뭐라나?

ㅋㅋㅋ

그래도 난 부럽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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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시선을 좌측으로 조금만 돌리면

짜잔~!

며칠후면 우리가 오르게 될 에귀디미디 전망대가 확인된다.

그뿐인가?

몽블랑의 자태는 웅장하기보단 우아하며 고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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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방이 이젠 지척이다.

저 날벼랑 아래의 등로를 따라 올라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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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벼랑엔 개미처럼 작은 물체가 꼼지락거려

디카로 있는 힘을 다해 당겨 확인하니 바위쟁이들이다.

여기 몽블랑은 그러고 보니 레저 스포츠의 천국이란 게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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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바윗꾼들이 힘들게 오름짓을 하던 옆으로

우린 그들보다 아주 편안한 암벽길을 타고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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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차근...

조심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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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홀드를 잡고 암릉에 붙다 마지막엔 사다리를 타고 올라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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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불안불안 쳐다보던

이쁜이 가이드 아줌마의 얼굴엔 안도의 미소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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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방 정상을 앞둔 안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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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들이 왜 다시 내려설까란 이방인들의 시선들은

빙~ 둘러앉아 도시락을 펴 들자 슬며시 거둬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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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찍한 조망바위에서

우리 팀은 그룹별로 둘러앉아 밥상을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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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반찬이야 허접한 수준이나 와서들 먹어 보시라...

정말 나 자신도 이해하지 못할 황제밥상 부럽지 않을 밥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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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프랑스 유부녀 가이드...

빵 몇 쪼가리를 먹더니 대자연의 품속에 벌러덩 누웠다.

햐~!

천국이 따로 없다.

저 여인은 자연을 제대로 즐기는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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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 후엔 어젯밤 나의 건의가 받아들여진 듯 달콤했던 휴식은 곧 끝났다.

아웅~!

난 더 머물고 시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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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이 밥을 먹으러 내려왔던 설벽구간을 조심스레 올라 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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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등로에 안착을 하자마자

오우~!

탑탱크 차림새의 젊은 여성이 힘차게 달려오고 있다.

곧 있을 몽블랑 TMB 울트라 마라톤 출전을 위해 훈련 중인 여성이다.

멋지고 섹~쉬하다.

난 한참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문득 나도 달려보고 싶은 욕구가 마구 치민다.

접어 두었던 울트라 마라톤 다시 시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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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늘도 전원 무사히 안착한

2525m 브레방 정상에서 우린 마음껏 자유를 누린다.

1760년에 쏘쉬르가 몽블랑 등정 루트를 관찰하기 위해 올랐던

장소가 여기로 알려져 있으며 그는 이곳에서 파카드와 발마가 초등 하던

모습을 이곳에서 망원경으로 관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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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내려서야 할 시각....

어제와 같이 오늘도 컨디션 최악인 산우 몇몇은 케이블카로 하산을 결정했다.

일단 그들을 내려보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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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샤 산장으로 향한 능선길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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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설 때와 달리 내리막길엔 고개만 들면

행복함이 가슴으로 가득 밀려드는 풍광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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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여전히 호호하하 여인들의 웃음이 등로에 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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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유쾌함이 장거리의 고통을 상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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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등로엔 아름다운 나의 산우들이 정답게 걸어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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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이 비록 멀고 험하여 고통일지라도 난 또 그들과 걸어 가리라.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아니 내 목숨 다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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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산아래 중턱에 건물이 보였다.

2136m의 벨라샤 산장이다.

그러나.

아주 가까이 보이던 그 산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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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무덤이 있던 무명봉을 넘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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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지길이나 다름없던 길을 걸어 내리던

산우들이 끙끙대며 올라선 무명봉에선 다리 쉼을 한다.

발아래엔 우리가 머물고 있는 알펜롯지가 선명하게 내려 보인다.

그곳까지 걸어가면 오늘 일과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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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선 며칠 후 우리가 오르게 될 보쏭 빙하가 자세하게 보인다.

꼬물대는 산길이 보쏭 빙하로 향하는 게 확인된다.

보쏭빙하와 그 옆의 비온세나 빙하에선 흘러내린 계곡물이

두 줄기 세 줄기로 나뉘며 능선을 하얀 실선으로 갈라놓으며 샤모니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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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또 걸음을 옮긴 일행들이 저만치 달아나고 있다.


앞선 산우를 부지런히 좇아 걷던 우리는 벨라샤 산장에서 멈췄다.


벨라샤 산장에선 딱히 뭘 먹고 싶은 것도 없어

우린 일행들과 떨어져 능선자락을 거닐며 아름다운 풍광에 젖어든다.



얼마 후..

마지막 쉼터 벨라샤 산장을 등진다.

내리막길은 아름다운 샤모니 시내를 끝까지 내려보며 걷는 길이다.


전날 내리막길 보다 험하고 힘들 거란

현지 로컬 가이드 최이사님의 엄포(?)와 달리 우린 그 길을 황홀 속에 걸어 내렸다.

이렇게 아름다운 길이 또 있음 나와 보라고 혀~!!!!


다들 무사히 그리고 즐겁게 트래킹을 끝냈다.

산행 후의 나른함이 오히려 기분 좋게 느껴지는 오후다.

다 내려선 산자락 공터에서 우린 그간 정들었던 프랑스 가이드와 이별을 했다.

산행을 끝낸 시각은 해가 중천인 오후 4시 30분...

이곳에서 롯지가는 길은 다들 알고 있어 각자 알아서 귀가한다.


오늘도 난 마누라 뒤를 쫄랑쫄랑 따라 슈퍼마켓에 들렸다.

이곳에선 알펜롯지 사장님이 추천한 쌈채를 나눠 먹을 만큼 사고

마눌님이 좋아하는 납작 복숭아를 욕심껏 담았다.

물론 맥주는 당연하고....

이제부터 나는 마눌님이 부리는 포터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다.

오늘도 나는 묵직한 배낭을 메고 내리쬐는 태양 아래를 열심히 걸었다.

펄펄 끓는 아스팔트의 지열로 화끈대는 발바닥이 고통스럽다.

결코 길지 않은 알펜롯지로 향한 길이다.

그런데 왜~?

산에선 아무리 길게 걸어도 없었 고통이 이런 길만 걸으면 생겨나는지

난 참 이상한 체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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