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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인주 Oct 24. 2021

세상을 향해 친절할 것

ep4. 세상을 향해 친절할 것


-네? 뭐라구요? 

마담, 공항을 잘못왔어요. 빨리 슈네펠트 공항으로 가세요. 저쪽으로 나가면 택시가 있어요. 


아.. 식은땀이 났다. 18kg 캐리어와 큰 배낭. 그리고 나의 14만원 비행기티켓 모든 것이 내 머리속을 스쳐지나갔다. 아찔했다. 택시아저씨가 어느공항?이라고 말했을때 난 알아채고 다시한번 발권된 티켓을 확인했어야 했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을 헷갈리는 실수를 내가 하고야 말았다. 오만했다. 다음비행기는 없는지 물어봤지만 단호하게 없어.내일 오전 5시에 비행기를 타. 라고 한다. 다시 베를린의 숙소를 잡아야할까? 호스텔을 가? 머리를 굴리기에도 나를 자책하기도 머리속은 너무 분주했다. 



그래 일단, 코펜하겐행이 있는 공항으로 가자.  

택시를 탔다. 그는 정말 과하게 친절했다.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고는 자기는 터키에서 왔다고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는 더이상 말할 기분이 아닌데, 대충 대답하고 비행기를 찾으려 인터넷을 켰지만 아주 정확한 타이밍에 데이터로밍이 끊켰다. 맞다. 사실 내가 정확하게 비행기 탈때 쯤 끊기게 신청한거였지. 이런건 왜이렇게 정확할까? 덥다. 


- 에어컨 좀 틀어주세요.   

내말은 들은 그는 에어컨? 하며 놀랜다. 

가을날이니 놀래겠지 싶었는데 내가 탄 방향의 앞쪽 창문을 열어준다.  

- 이건 어때?   

-  하하… 그래 좋네 괜찮아.  


삐뚤어진 내 마음에 대충 말해버리고, 창밖을 바라봤다. 그러자 그는 더 신이나서 양쪽 창문을 활짝 열었다. - 예! 에어컨디셔너!!   소리를 지른다. 어떻게.. 정말 이럴수있는거야? 이런 해맑은 택시기사님이 어디있어?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나의 베를린의 마지막 바람이다. 창밖에서 불어들어오는 바람에 내 한숨이 날아간것 같다. 그리고 나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 너무 슬프다. 비행기를 놓쳤어. 공항을 잘못온거 있지. 이제야 나의 마음에 바람이 들어오나보다. 공항에 도착해 감사인사를 나누고, 나는 텅빈 공항으로 향했다.    




베를린 공항간의 요금... 55유로.. :-) 터키 택시기사, 고마워요. 




이지젯 직원분께 달려갔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녀는 천사다    



- 비행기를 놓쳤어요 항공사창구로 가서 요청했다. 사실 환불이라는 실날의 희망을 안고 간거다. 그녀는 티켓을 훑어보며 말한다.  음 그래도 체크인은 했네요. 내가 도와줄수도 있겠어요.   


이마의 미간을 쓰며 차가운 얼굴을 한 그녀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답변을 받았다. 



- 네? 정말요?  (진짜 눈물나기 직전이다. )


- 비행기가 딜레이되어 아직 대기중이에요. 언제 출발할지는 모르니 서둘러야해요. 하지만 캐리어 체크인은 끝났기에 불가하고 가지고 타야합니다. 60유로도 추가로 내야해요.   


으악. 청천벽력같은 말이다. 추가 금액은 그렇다 치고, 캐리어 속 내 물건들, 모두 다 어떻게 하라고?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경제학 용어는 정말 어디에나 들어맞는다. 그녀는 뭐 다음껄 기다리던지 60유로를 내던지, 빨리 결정해. 라며말한다.  그래 일단 가자. 분명 길이 있을꺼야. 일단 뛰었다. 공항 검색대에서 사람들은 엑스레이에 찍힌 내 캐리어를 보며 “오마이갓”을 외치며 환영했다. 가방에 손도 못대게 하는 위험한 사람 취급을 당하며, 결국 모든 캐리어 속 선물들과 반입 불가능한 헤어제품들은 모두 공항에 기부했다. 그래도 향초는 사수했다. 포장을 뜯지않은 덕분이다. 200유로가량을 베를린에 마지막 세레머니로 뿌리고 온거다 하하. 총합 20키로가 넘는 캐리어와 배낭을 짊어지고 뛴다는건 정말 최악의 경험이였다. 넓은 공항 안의 계속되는 계단의 연속. 제발 나를 기다려다오 라는 심정으로 줄기차게 뛰었고 결국 비행기를 탔다.    


  


“하아……”비행기를 타자마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고작 한시간 동안의 일인데 이렇게 길게 느껴질수도 없을꺼다. 낯선땅덩어리에 있을때는 더욱이 사건들은 두려움의 사슬이 되어 나를 옭아맨다. 그때, 승무원이 다가와 나에게 “너 괜찮아? 물한잔 줄까?” 와.. 너무 자연스럽게 “응”이라고 답했는데 목이 메여 나오지도 않는다. “응? 물가져다줄까?” 다시 묻는 그에게 “예스 플리즈 땡큐” 를 외쳤다. 플라스틱잔에 담긴 이 물 한잔을 바라보는데, 눈물이 난다. 그냥.. 위로가 되었다.




초 지쳤던 나와. (온몸이 땀으로 흥건했다. ) 그리고 이륙도 전에 받은 물 한잔.



친절함, 여행지에서 친절은 무시못할 위로가 된다. <상황 +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당황했을 때> 받는 친절이면 이루말할 수 없다. ( 물론 먼저 다가오는 의도적인 친절은 의심해볼필요가 있다. ) 우리에게 없지만 그들에게 있는 당연한 문화가 있다. 바로 “hello” 한마디. “어서오세요” 나, “안녕하세요”라는 인사, 같은 서비스이지만 살짝 다르다. 샵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담아 안녕을 건넨다. 서로를 인식하는 진짜 ‘인사’라는 것이다. 눈을 마주하는 것. 포옹만큼이나 따뜻한 몸짓이었다. 대화를 할 때도 눈을 보며 하는걸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접촉은 없지만 마음의 통로가 열리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간단한 인사였지만 그 친절은 다정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간단하다. 안녕? 괜찮아? 당연하지, 그리고 미소 한번. 이러한 여행에 있어 친절은 가장 큰 안식처가 되어 나를 보호해준다. (이는 받는 행위 뿐만아니라 여행지에서 나도 먼저 건네야 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도 내마음대로 되지 않을 떄, 실수투성이였을 때 모두 친절을 선물받았다. 소리를 사랑하는 작가님덕으로 보로스컬렉션에 갔던것, 또 그곳에서 만난 미디어아티스트분이 주신 충전기 (집에 고이두고와 사야하나? 했던 찰나에 자기는 3개 가져왔다고 나눠주셨다.) 날 웃게해준 택시아저씨,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도와준 직원분, 코펜하겐 도착 예정시간이 늦어져 밤12시에 도착할때 까지 네네 연락하며 기다려준 호스트, 그리고 매표에 이어 기차타는 곳까지 함께 동행해준 매표소 직원, 메트로에서 집방향이 같다며 함께 걸어가며 대화나누던 코펜하겐의 귀여운 여자분까지. 덴마크맥주를 실컷 함께 먹으며 새벽까지 대화나눈 친구들까지. 이건 마치 울과 캐시미어가 가득들어간 니트같은 예쁜 폭신함이라고 할까? 계속 입고 있고 싶으며 가장 두려울 수 도 있는 낯선땅에서는 더욱 벗고 싶지 않은 옷. 우리는 의도적으로 신경쓰지않더라도 실수하게 되어 있다. 아무리 힘을 주고 잘하려해도, 우린 실수를 하곤 한다. 당연한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대한 경외심을 품어야 나는 흘러갈 수 있다.  바람에 따라 흘러갈 수 있게, 따뜻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해준다. 때론 자만하며 나자신에 취해 최고라고 느낄 때도 분명 필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작은 존재라고 느껴야만 한다. 오만과 편견덩어리의 나이기에 망치로 머리를, 욱씬되게 몸이 쑤실만큼 깨지며 배우기도 해야한다. 비행기 위의 창문속에서 하염없이 저 아래의 작은 땅위에 나는 서있다며 겸손해야한다.   

사람을 믿지못하고 사랑하지 못하겠다면 세상을 사랑하자.  나 또한 우주의 작은 별로 내가 탄생한 것이라면, 분명 세상은 나를 품어줄 것이다. 그 세상을 탓하면, 탓할수록 나에게서 멀어지더라. 어쩌면 내가 등을 돌려 동굴로 들어가는 것일 수도. 세상을 사랑하고 그 안에 살아있는 것들을 함께 살아할 수 있을때 진짜 나를 위한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니까. 친절함으로 무장하며, 세상을 향해 움직이기.

나의 실수안에서 우울해져 한없이 깜깜할 때, 분명 작은 위로가 다가올 것이다. 분명히.   



메트로를 함께 타고온 그녀와! 실물이 훨씬더 이쁘다. 영화에서 튀어나온것만 같은 사람. 

사실 그녀의 스타일이 좋아서 길을 먼저 물어본것도 있었다! 프힛      



추신.

여행에서 갑작스러운 사건을 만나면 굉장히 긴장하게 되더라구요. 분명 최악의 일은 일어나지 않을꺼에요! 낯선 곳에서 무조건 사람을 믿는것은 금물. (저도 많이 소매치기를 당했어요 ㅠㅠ ) 하지만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은 잃지 않으려구요. 세상을 사랑하고 그 세상속에 있는 나도 사랑하게 되고 실수투성이인 나도, 사건을 겪어낸 나도, 분명 세상이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준 상황일 걸꺼야.  라는 생각들을 하게 되서 나를 구리게 보지 않게되요. 그래도 난 사랑받고 있어! 라는 생각에 지금의 나를 보듬게 된다고나 할까. 저도 친절하려 노력합니다! 에어비엔비 호스트를 위해 한국음식들을 가져가서 선물해주고 오기. 친절을 받으면 꼭 고맙다고 한마디라도 꼭 되갚기. 혹은 차한잔사기 등등 제가 닿을 수 있는대로요! 누구든지 필요하에 도움을 주고 받을 준비가 되어 있기 :-)   



<나의 분위기를 좋아하기. 경외심을 갖고 사람과 세상을 사랑하기. 그렇게 오늘을 살아내면 예술이 된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단어를 모으며 적어낸 제가 추구하는 삶의 태도가 담긴 문장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제가 썼던 문장을 다시 꺼내었어요. 나란사람 계속봐야 아는 사람. 하하 

이번 글에는 좋아하는 캐릭터들의 행복을 노래하는 귀여운 영상을 보냅니다! 


my dear,

you are good !





-코펜하겐에서 용인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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