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Nov 2019
리스본에서 마라케시로!
새벽 7시 택시 안
아침 저가 항공 비행기를 타야할때면, 바짝 긴장이 되곤 한다. 유럽간의 이동은 주로 새벽 세 시에 일어나 글을 쓰고 짐을 정리하고, 다행히 작은 도시에서의 출발이라 30분 전에 택시를 이용할 수 있었다.
“물이 필요한데, 혹시 지나가다 슈퍼가 보이면 잠깐 세워주실 수 있나요?” 택시를 타자마자 속이 더부룩해 물이 필요해 도움을 청했다. "그럴 필요 없어, 나에게 물이 있어. 아주 작지만 말이야." 차를 잠시 세우더니, 트렁크에서 작은 물통 하나를 꺼내 건네주었다. 이 물한모금이 나에게 준 평화는 이루말할 수 없다. 그녀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지? 고민하다가 "혹시 나타 좋아해? 이거 달콤한 게 땡길때 하나 먹어" "여기 정말 맛있는 베이커리잖아! 고마워"
친절한 드라이버. 그녀는 공항에서 캐리어를 내려주며 말했다. "조심히 가. 즐거운 여행해" 고맙단 인사를 건네고 헤어졌다. 이제 리스본에서 모로코로 간다. 처음으로 공항으로 가는 발걸음이 너무나 찡했다. 실제로 눈물이 났다. 처음이었다 도시를 떠나며 느끼는 이 감정. 몇 발자국 더 걸었나? 게이트에 도착해 마라케시행 비행기 라는 전광판의 글씨를 보니 다시 설렌다. 이럴 수 있을까? 감정이 무엇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순식간에 바뀌어버리는 걸 경험했다. 살짝 소름 돋지만 지금 내 감정에 충실할 수 있어 좋다.
Korea? I like Korea, welcome!
모로코에 도착했다. 여권에 도장을 찍어주는 직원은 살짝 무표정 했지만, 목소리는 꽤 반가움을 띄고 있었다. 비행기에서 탈 때까지만 해도 설렜는데 이분을 보니 괜히 겁이 난다. "조심해야 해! 모든 사람을 믿지 말아야 해!" 를 귀에 못 박히도록 들은터라 난 입꼬리를 올려 웃었지만 눈은 멈춰있었다. 무의식적 반응을 보니 느껴진다. 나 진짜 아프리카, 중동지역에 왔구나. 살짝 포르투갈인과도 비슷하지만 다르다.
exit. 출구 앞에서는 검색대가 있었다. 꽤 삼엄한 경비를 자랑하고 있던 마라케시의 공항. 도착 장으로도 나가기 겁나서, 짐을 찾는 곳 의자에 앉았다. 모로코 여행을 함께 할 친구들이 런던에서 넘어오고 있다. 제발 그녀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아무 일도 없길 바라며! 핸드폰에 지금 내 감정들을 기록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 캐리어와 가방을 껴안고는 앉아있었다. 모든 게 조심스러웠던 나에게 “인주님 안녕하세요. ” 라는 한국말이 들린다. 고개를 들어보니 인스타로만 보던 친구가 앞에 서있다. "안녕하세요!" 우리는 그렇게 인사했다.
(잠깐 소개하자면, 나에게 여행 친구가 생겼다. 한국에서 여행 일정을 짤 때 모로코를 제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자 혼자는 위험한 여행지. 여행카페를 통해 함께 여행할 친구들을 찾았고, 카톡 몇 개를 주고받다 보니 이 친구다! 싶어서 조인했다. 그래서 나 포함 총 5명의 친구가 함께 모로코를 여행하기로 했다. 조금 마음이 놓인다. 두 친구는 런던에서 거주하고 있고, 한 친구는 바르셀로나, 그리고 한국에서 휴가온 친구까지. 그동안 인스타로 안부를 나누며 조금 안면을 텄고, 또 한 친구는 미리 바르셀로나에서 만나 식사한 끼를 했다. )
모두가 새벽같이 일어나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터라 정신이 없다. 생얼로 첫 대면을 하니 괜히 목욕탕 다녀온 사이 같다. 5명을 한자리에 모은 친구가 에어비앤비로 연락을 해 택시를 요청했다. 다행이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이 공항을 나가는 게 괜히 두렵다. 미스트 영화의 한 장면처럼 밖에 어떤 일이 펼쳐질지 상상 속으로만 존재한다. 내 머릿속에 상상으로만 실체가 없는 세상. 이제 조금 마라케시에 있다는 게 실감이 난다!
주섬주섬 가방에서 그들을 위한 웰컴 선물을 꺼냈다. (포트 와인 한잔을 대접받았던 기억을 꺼내어 어젯밤 선물을 하나 샀다. 바로 나타! 포르투갈에 아직 가보지 못한 친구들에게 이곳의 나타가 반가운 선물이 되지 않을까 해서) 우린 나타를 하나씩 나눠 입에 물었다. 입안에 감도는 빠삭함과 부드러운 달콤함. 다행히 여전히 맛있었다. 다들 달콤함에 행복해할 때쯤, 택시가 왔고 우린 숙소로 향했다. 여기야! 택시가 멈추자 문이 열렸고, 눈앞에 있는 한 남자. 모모라는 친구가 우릴 마중 나와 있었다. 체감 나이는 20살정도. 그는 영어에 유창했다. "여기서 내려야 해. 시장 안으로는 차가 들어가지 못해서 여기부터는 내가 같이 가고 안내할게." 우린 알겠다고 대답했다. 와 마라케시의 중심에 발을 내딛는 순간이다. 이젠 이 골목을 걸어야 한다. 온갖 시선이 집중된다. 예전 인도여행을 할 때처럼 이상하거나 신기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건 아녔다. 시장의 상인들이 “차이나? 재팬? 니하오? 곤니치와? 아리가또” 자신들이 아는 아시아 언어가 시장 바닥을 헤집는다. 인종차별의 뉘앙스라기보단 호객행위의 일종. 남대문에서 동대문 알바생들을 만난 느낌이랄까? 그들과 눈을 마주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모모라는 친구를 따라갈 뿐이다. 갑자기 골목 골목으로 들어간다. 마지막 골목에서는 입구가 껌껌해진다. 모모는 말한다. "걱정하지 마 이곳을 지나야 우리 집이 나와"
다행이었다. 정말 문이 나왔다. 성인 두명이 나란히서면 꽉 차는 골목길 안, 바로 두 걸음만 걸어가면 또 다른 집이 있는 곳. 저 골목길 끝에 있는 여자아이는 우릴 구경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길 그 여자아이와 눈이 마주쳤고 우린 수줍게 서로 웃었다. 저 웃음을 지녔다면 나쁜 아이는 아닐 거야. 라는 생각을 지니고 들어섰다. 우리의 집은 더블 침대 2개와 싱글침대 1개를 가졌고 옥상은 총 2개의 층으로 뷰를 자랑했다. 더욱 신기한 건 스페인의 건축양식 파티오처럼, 가운데가 뻥 뚫렸으며 미닫이문으로 여닫을 수 있었다. 그 말인즉슨 집 안 거실에서 천장을 바라보면 맑은 날엔 파란 하늘과 칠흑 같은 까만 밤의 별을 볼 수 있다는 것. 우리는 모두 오아~좋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집을 구경했다. 이 정도면 훌륭하지. 나는 가장 크고 무거운 여행용 가방을 자랑했으므로 1층 방을 쓰기로 했다. 마라케시의 집에 무사히 입성했다. 이것만으로 아주 기특했다.
*에어비앤비 아르간 오일 체험
https://abnb.me/qZCnriwsU0
안녕 반가워 나는 najlae야.
난 injoo. 반가워, 씩씩하게 손을 내밀며 인사를 건네던 그녀를 만났을 때의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일곱 시 반, 그녀를 만나기 위해 걸어왔던 길도 너무 무서웠기 때문. 어둑하고 로컬적인 길을 구글 지도에만 의존해 헤매 도착한 약국 앞이다. 그녀는 우리의 아르간 오일 클래스 선생님이다. 한 달 전, 예약한 에어비앤비 체험. 로컬 경험주의자인 나에게 여행 친구의 제안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4만 원 남짓한 돈. 단번에 예약했고 도착 당일 우린 클래스를 시작했다. 4만 원의 돈이 아깝지 않다고 여겼던 이유는 직 그녀의 집에서 이뤄졌고, 직접 만든 저녁 식사가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리뷰 또한 훌륭했다. 골목길을 또 헤집고 걸어가 그녀의 집에 도착했다. "민트 티 한잔하겠어요?" 민트 티를 마시며 본격적인 대화의 첫마디. "다들 얼마나 쓰셨어요?" “우린 그제야 오늘을 복기했다.
>사용내역<
공항에서부터 택시비로 25유로
마트 왕복 택시비로 14유로.
저녁으로 65유로 (지불할 때도 좀 이상했지만 도시 안에서는 꽤 좋은 레스토랑으로 보이긴 했다.)
>그녀의 말<
장을 보니 1ℓ 물은 5디르함, 0.5유로였고 ( 레스토랑에서는 30디르함)
시장에 있는 음식은 30디르함, 3유로였다. (레스토랑에서는 100디르함)
시장 어느 곳에서 민트 티는 한잔에 1디르함, (레스토랑에서는 3잔 분량 30디르함)
택시 왕복 비는 아마 7유로면 충분했다고 한다.
"오……. 마라케시" 그녀는 눈동자를 위로 손을 들어 올리며 맙소사 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곤 하나둘씩 알려주기 시작했다. 자신도 완벽한 물가는 모르지만, 너희들은 정말 많은 돈을 지불한 거라고. 관광객들을 위한 물가로 무장해있는 이곳이라서 무조건 1/3로 가격을 깎으라며 흥정한 후 다른 곳에서 사도 괜찮다고. 그러니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녀는 관광객에서 마라케시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오자마자 열심히 모든 사람에게 돈을 뿌리며 혹독한 웰컴 세례를 받았다는 생각에 우린 표정이 굳어졌다. 그래도 민트 티와 과자를 먹으며 당을 충전하니 한결 나아지는 것 같은 단순함을 지닌 우리다. 서두를 것 없는 시간이 흘렀다.
프랑스에서 온 커플도 뒤늦게 도착했다. 그들은 오늘 클래스를 함께할 친구들이라고 한다. 그들은 휴가 중이었다. 귀엽게 오자마자 티격태격한다. 시선을 따라가 보니, 커플 슬리퍼를 맞췄다. 모로코 전통신발. 그런데 남자의 발 새끼발가락 쪽 부분이 빨갛다. 구두를 신으면 곧잘 굳은살이 박일 수 있는 곳. 그곳이 아픈가 보다. 투덜거리는 그를 열심히 달랜다. 인사를 나누곤, 거실에 모여 앉았다. 그녀의 안내에 따라 아르간 오일의 원재료가 되는 찹쌀같이 생긴 아르간 나무의 열매를 만났다. 그리곤 열매를 먹는 염소들의 사진과 염소들의 똥에서 걸러낸 알맹이, 그리고 그 알맹이를 맷돌로 찌어진 곡물 덩이, 다시 물과 조합해 끊임없이 손으로 주무르다 보면 어느새 신기하게 오일이 손에 묻어난다. 고소한 냄새와 함께 손이 반짝여지기 시작한다. 계속해 우리는 온 힘을 내어 주어진 아르간반죽을 짜내며, 오일만 남겼다. 오일을 짜는 내내 서로의 성격을 알아갈 수 있다는 건 덤이었다. 묵묵히 가장 빠르게 오일을 완성한 친구. 가장 꼼꼼히 마지막 순간까지 오일을 완성한 친구. 완성도는 모르겠지만 순식간에 끝내곤 손 씻고 싶어! 하며 화장실로 가장 먼저 달려간 친구. 그리고 곧 잘하지만 친구들의 작품들도 계속해 살피며 확인하는 나도 있다.
원데이클래스를 함께 참여 중인 프랑스에서 온 친구가 조심스레 질문을 건넸다. “여긴 결혼은 어떻게 진행돼?” 그녀는 답했다. “ 가족이 정해준 남자와 결혼해” 우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당연한 듯 말했고 우린 당연하게 받아드리지 못했다. “알아 놀랍다는 거. 하지만 정말이야. 한 번 정도는 거절할 수 있어. (얼굴을 보고, 인사를 하고 맘에 들지 않다면)하지만 대부분은 부모님이 짝지어준 남자와 결혼을 해. 그리고 결혼할 때까지 절대 단둘이 있을 수 없어. 밖에서 애정행각을 하는 것도 용납되지 않아. 만약 그렇게 애정 행위를 한다면 경찰이 다가오고, 그들을 데려갈 수도 있어. 그래 알아. 이게 모로코야!"
정말 이런 곳이 존재 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녀가 차려준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정말 여러 이야기들을 나눴는데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식탁 위에서 오간 영어 불어 한국어들은 몽롱해진 내 머릿속에서 뒤섞이고만 있었다. 다큐멘터리 속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신기하게도 경험은 잔상과 느낌을 남긴다. 그녀에 대한 잔상은 용기 있는 씩씩한 여성이다. 자신을 쓰는 일을 하고 있었다. 제도 아래 무조건적인 순응으로 살아가지 않고, 반문을 가지며 다양성을 배우며 살고 있었다. 궁금하고 필요한 것은 공부해 3가지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동생과 함께 팀이 되어 움직이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마라케시에서 먹었던 음식 중에 제일 맛있었던 음식이었다. 타진과 야채. 이 복잡한 도시 속에서 그녀는 집에서 클래스를 열고 있었다. 이 클래스만 해도 벌써 6명의 부킹이니 오늘 약 230유로를 번 셈이다. (쿠킹클래스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이 클래스를 만들 때까지 그녀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용기를 썼을까.
더 늦기 전에 집에 가야겠다 싶어 "이제 가야할 것 같아. 시간이 늦었어." 쉴틈없이 말하던 그녀도 "응 그래 나가자! 택시잡는 것 도와줄께" 라고 한다. 손은 주머니에 찔러 넣고 어깨를 쫙 피고 걸어가는 그녀가 더 예뻐 보였다. 우린 그 뒤를 졸졸 따라가고 있었다. 골목에선 아이들이 앉아서 놀고 있었다. 그런데 충격적이게도 “치니! 치니! (china를 그대로 읽은 말이다 인종차별의 단어로 여겨지는 말)” 라고 우릴 보며 소리 치는거다. 표정이 싹 굳을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호랑이 얼굴을 하고 다가갔다. 그들의 언어라서 알아듣지 못하겠지만 그러면 안 된다는 호통이다. 아이들은 반성과 화남의 표정이 섞인채 굳어있었다. 단호한 목소리로 마무리하고는 우리에게 다가와 사과를 건넨다. "그저 어린애들이야. 미안해. 그러면 안 된다고 알려줬어."
이게 그녀의 모습이었다. 굳세고 위엄스러운 모습.
자신의 환경에서 가장 당당할 수 있는 몸짓과 목소리. 태도를 만들고 있었다.
무사히 도착한 집에서 오늘을 되돌아 본다.
물 한통을 선물받고 나타를 건낸 일, 무섭게도 이국적인 모로코에 온 일,
여행 친구를 만든 일, 마라케시에서 오일클래스를 개설해 시작한 친구를 만난 일, 이렇게 하루가 길었나?
모든 시도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용기는 마음 속 나의 주장이 강렬하게 자리 잡을 때 발현되는 것이다.
“괜찮아, 그래도 해야만 해!” 이성(하면 안되는 이유 리스트)을 뛰어넘은 강렬함 말이다!
나에게 찾아온 건강한 여성.
그녀의 눈빛, 그녀의 씩씩한 발걸음을 기억해야지.
어떤 환경이든 재능을 쓰며 나를 위해 살아가는 거다.
마라케시의 한복판 어느 집에서 세상 모르고 잠들 생각에 무서웠지만,
눈만 감으면 잠들것 같은 피곤함이 못된 상상을 멈춰준다.
잘자.
my dear.
your life is your art
- 마라케시에서 용인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