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우린 누군가의 산타가 될 수 있다

오늘도 내 감정은 근무 중

by onseol

연말이면 찾아오는 크리스마스.

새 달력이 나오면 가장 먼저 하는 것 중 하나가 크리스마스가 무슨 요일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2022년 크리스마스는 아쉽게도 일요일이라, 왠지 나의 휴일이 도둑맞은 느낌이다. 그래도 2023년엔 월요일이라 황금연휴를 즐길 수 있으니…

어릴 땐 산타 아빠가 선물을 줘서 좋았고, 나이가 들어선 연인과 함께 보낼 수 있어서, 결혼하고 나선 가족과… 아무튼 좋은 날이다.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예수의 생일로 알고 있다. 나 역시 그렇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예수의 생일은 12월 25일 아니라고 한다.


크리스마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 4세기에 동방교회 대부분이 12월 25일에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기 시작했으며, 아르메니아 교회는 1월 6일에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했다. 12월 25일이 크리스마스가 된 이유는 불확실하지만, 초기 그리스도교도들이 로마의 이교 축제와 같은 날에 기념하기를 원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출처-다음 백과


사실 크리스마스(Christmas)는 그리스도에게 드리는 미사(Christ Mass)라고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생일이라는 의미는 전혀 담겨 있지 않다. 그저 12월 25일 모여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자는 뜻에서 시작된 축제가 지금껏 전통처럼 이어져 온 것이라고...

어찌 됐던 우린 매년 12월 25일이 되면 예수의 탄생을 축하한다. 거리엔 화려하게 장식된 크리스마스트리가 어둠을 밝히고, 가는 곳마다 캐럴이 울려 퍼진다.

하지만 축하를 너무 거하게 했는지 술에 취해 거리를 방황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그나마 최근 코로나 영향으로 거리에 사람들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연말이라 흥에 취한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몇 해 전 조카가 "크리스마스가 뭐예요"라고 나에게 질문한 적이 있다.

한 참을 망설인 나는 "예수님 생일"이라고 가르쳐 줬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참 어른스럽지 못한 대답이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대답한 것이 미안하다.


그래서 생각을 해봤다. 크리스마스가 어떤 날인지. 아니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요즘 표현으로 예수는 흙수저 중에 흙수저였다. 어머니인 동정녀 마리아는 처녀의 몸으로 예수를 낳았고 심지어 출산한 곳은 집도 병원도 아닌 외양간이었다. 당시 지배자였던 로마군의 핍박과 감시를 피해 도망 다니던 신분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예수는 태어나자마자 동방박사로부터 축복을 받았다. 거기에 당시 구하기 힘든 황금과 유황, 몰약을 선물 받기까지 했다.


요즘 시대에 태어났다면 예수는 어떤 분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전쟁이나 독재자의 핍박을 피해 나라를 떠나야는 난민이자 미혼모 보호소에서 키우거나 버려지는 불쌍한 아이다.

그렇다면 동방박사는 힘없는 이들을 보호하고 돌보며 희망을 주는 사람일 것이다. 마치 크리스마스면 나타나는 산타할아버지처럼 말이다.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학교에서 결핵환자를 돕는 씰을 팔았다. 한 세트에 1000원, 어린 나이에 부담되는 돈이었지만 그래도 용돈을 모아 종종 샀었다. 누군가에게 작지만 도움이 된다는 것이 뿌듯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는 주변을 돌아보기는커녕 ‘살림살이가 넉넉해지면 기부를 해야지’, ‘시간적 여유가 되면 봉사를 가야지’라며 이유와 핑계만 늘어놓고 있다. 남을 돕는다는 것은 물질이 아니라 마음의 행동인데…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가 찾아왔고 내년에도 올 것이다. 아무 의미 없이 흥청망청 즐기며 보내기보다 어린 시절 1000원짜리 씰을 사서 얼굴도 모르는 이를 도와줬던 순수한 마음으로 우리 주변을 돌아보고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하는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 봐야겠다.


우리나라엔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등진채 생활하는 난민들이 있다. 또 미혼모와 한부모 가정, 독거노인 등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그들에게 우리의 작은 관심은 아마도 큰 기쁨이 될 것이다.

1년에 하루, 2000년 전 동방박사가 예수라는 힘없고 나약한 아이에게 축복과 희망을 선물했듯 우리도 누군가에게 산타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