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가 SQL을 배워야 하는 이유

SQL이라는 도구를 가졌을 때 장점

IT기업에서 경력을 서비스 기획자로 시작했습니다. 소셜 네트워크, 메신저 서비스를 거쳐 포털 모바일앱 서비스 기획자로 경력을 이어갔습니다. 서비스 기획자로 3~4년 차 경력을 지내다가 비즈니스, 정확히 말하면 광고 사업에서 제안이 들어와 부서를 이동했습니다. 당시 조직 이동을 결정하게 된 계기는 데이터 분석에 대한 경험을 많이 준다는 제안에 가장 끌렸습니다.

광고 사업 부서에서 처음부터 광고 매출을 비롯한 각종 지표에 대한 데이터 분석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리더께서 제안했던 것 중에 하나는 SQL을 배워 DB에서 직접 데이터를 추출하고 분석하는 업무였습니다. 사실 대학생 전공이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라 웹 프로그래밍 수업(언어도 JSP..)을 들은 적은 있었지만 그 후로 10년 넘게 프로그래밍 언어로부터 손을 떼고 있었습니다.

배우고 싶었던 분야였는데 막상 SQL 쿼리를 날리려고 하니 겁이 났습니다. 제가 실행한 쿼리 때문에 서버에 부하가 걸리면 어떡하지? 어쨌든 SQL 문법부터 배워야겠다 싶었습니다. 구글에서 sql beginner라고 검색하자 최상단에 나온 sqlcourse.com이란 사이트를 발견했습니다. SQL 문법이랑 실습을 할 수 있어 이 사이트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약 한 달 정도 공부하니 업무에 필요한 수준의 문법은 배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DB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었습니다. 테이블 명세서 없이 서비스에 보이는 숫자와 비교해가면서 하나하나씩 파악해나갔습니다. 

결과적으로 기획자로서 SQL을 배운 것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SQL은 문법이라 일종의 도구일 뿐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기획자로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많습니다.

첫 번째, 내가 다루는 서비스 구조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SQL로 데이터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베이스 구조를 이해하려고 애쓰게 됩니다. 데이터 모델링이나 물리적 설계에 대한 의도를 파악하려 노력하고, 이것이 실제 서비스 구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감이 오기도 합니다. SQL로 쿼리를 날린 결과값이 실제 서비스 뷰에서 보이는 결과와 동일하게 나오면 괜히 기쁘기도 합니다! 이밖에 (자세히 모르지만) 최근에는 많은 서비스들이 마이크로아키텍처를 지향하여 데이터베이스를 지나치게 정규화하거나 각종 속성을 지정하지 않아 기획자 입장에서 데이터베이스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많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두 번째, 데이터 기반 사고와 의사결정을 지향하게 된다.

기획자로서 여러 가지 기획의도를 갖고 무엇인가를 기획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기획자들은 이렇게 하면 잘될 것 같다라는 직감과 자신의 과거 경험에 비추어 의사결정을 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하지만 SQL을 배우면 데이터를 보는 관점이 달라집니다. 기본적으로 기획을 함에 있어 측정이 가능한 가설을 고민하게 됩니다. 따라서 기획한 요소가 실패하더라도 직접 결과를 측정하고 학습함으로써  다음번 기획에서 실패할 가능성을 낮출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SQL 문법에 한정해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정확히 말하면 SQL을 배우면 데이터베이스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게 되고, 여기서 얻는 장점이 많다고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SQL을 배우면서 파이썬과 같은 애플리케이션 레벨로 구동할 수 있는 개발언어를 깊게 배우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Pandas 같은 파이썬 라이브러리를 활용하면 데이터 분석이 한결 수월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께서는 꼭 같이 공부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