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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주 Dec 13. 2022

행복한 가난한 사람

시계를 보니 5시가 채 안 되었다. 

일찍 일어나서 시간을 다퉈할 일이 없는 요즈음은 새벽 인간이라는 것이 괴로움으로 느껴진다. 아예 늦잠을 자고 맑은 의식을 가지고 낮 생활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평생 몸에 밴 습관으로 다시 잠을 잘 수가 없다. 조용히 일어나 곤히 잠자고 있는 아내에게 부러운 시선을 주면서 안방을 나선다. 거실에 있는 control wallpad를 눌려 서재의 난방을 외출모드에서 난방모드로 바꾼 후 서재로 들어가니 약간 써늘하다. 입고 있는 반팔 라운드 티셔츠 위에 가벼운 긴소매 상의를 덧걸치고 책상에 앉아 무릎담요를 덮으니 쾌적하다. 컴퓨터를 켜서 ‘오늘의 8분 글쓰기’를 하고 있는데 발이 시리다. 10년 전 큰딸 미나가 구매해준 실내 방한화를 신으니 복숭아뼈 아래가 노출되어 이 부분이 엄청 시리다. 감기는 발에서부터 시작된 경험을 몇 번 했기에 발을 따뜻하게 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인터넷에 들어가 *-Market 사이트에 들어가 방한 실내화를 검색하니 수많은 종류의 실내 방한화가 뜬다. 가격은 6천 원 대부터 4만 원 대까지 다양하지만 만 원 후반 대 가격이 대세이다. 복숭아뼈 아래까지 보온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여 운송비까지 19,500원을 **verpay로 지불하였다. 며칠 후부터는 발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겠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따듯해진다. 


8분 글쓰기가 끝난 후 몇 년 전 영어학원에 다니면서 정리했던 두툼한 노트를 독서대에 얹으니 독서대가 분리된다. 몇 달 전에 플라스틱 재질의 독서대의 책 받침대와 본체를 이어주던 경첩이 파손되어 이제까지는  조심스레 연결하여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경첩이 완전히 분리되어 더 이상 독서대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솜씨 있고 알뜰한 아내는 스카치테이프로 수선하여 사용하라 하겠지만 나는 그러한 손재주가 없다. 또한 공부하는 환경을 향상하고 싶어 바로 *-Market에 들어가 ‘책 거치대’를 검색하니 일반적인 독서 대외에 누워서 보는 독서대, 서서보는 독서대, 노트북 독서대, 노트북 거치대, 고시생용 독서 거치대 등 수많은 종류의 독서대가 뜬다. 가격대는 1만 원 대에서 11만 원 사이다. 현재 사용하는 것보다 사양이 좀 높고 현재의 책상 공간을 생각하여 고른 독서대는 56,000원이나 *mile card의 할인 쿠폰을 적용받으니 16,000원이다.  이를 같은 카드로 계산하였다.  예상 도착일은 실내 방한화와 같이 3일 후이다.  


최근에 읽었던 무라카미의 ‘1Q84’를  책상 위에 놓고 컴퓨터로 정리하려니 종이의 탄성으로 인해 책이 저절로 덮어진다. 책의 오른편에는 휴대폰을 왼편에는 커피잔으로 책을 고정시켜놓고 작업을 한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이러한 일을 반복하는 작업이 매우 번거롭다. 하지만 곧 도착할 독서대를 이용하면 이러한 번거로움은 사라지리라는 생각을 하니 즐겁다. 

실내화와 독서대가 도착할 때까지 3일 동안은 이들이 나에게 줄 편리함의 기대감에 마음이 설렜다. 

보온 실내화를 신고 독서대를 거치하는 동안은 매우 즐거웠고, 이후 이들이 주는 따뜻함과 편리함에 나는 매우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구매한 보온실내화와 독서대가 있는 나의 책상


나는 60대 초까지는 몸이 뜨거웠다. 어렸을 때 고향집의 온돌방이 그리운 아내는  전기매트를  사용하자 하였지만 나는 절대로 안 된다 하니, 1인용 전기매트를 구입하여 침대의 자기 자리에만 깔아놓고 사용하고 있다. 아내가 전기매트를 작동시켜 자고 있으면 나의 자리에 약간 침범한 전기매트를 제발 가져가라고 역정을 내곤 하였다. 

전세는 역전되었다. 요즈음은 따뜻한 것이 좋아졌다. 나이가 들어 몸에서 열기가 빠져나갔는지 전기매트 위에서 따뜻하게 숙면을 취하고 있는 아내 곁으로 파고드는 나를 발견한다.  스킨십이 찐해지는 좋은 효과도 있으나 따뜻함을 공유하기는 많이 부족하다. 나의 딱한 모습에 아내는 이번 기회에 전자파 없고 성능이 좋은 더블 온수매트를 하나 마련하자고 한다.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인터넷 *-Mart에 들어가 온수매트를 검색하니 온수매트와 이와 비슷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카본 매트에 대한 수십 가지 상품이 뜬다. 가격은 10만 원대에서 50만 원대이다. 적정한 가격은 30만 원대이다. 이번 건은 고가라서 아내의 결재(決裁)가 떨어져야 구매할 수 있다. 온수매트와 카본 매트의 장단점을 비교한 사이트를 찾아내 아내의 카톡에 보내면서 결정을 내려주면 바로 구매하겠다는 뜻을 전하였다. 아내와 함께 사이좋게 따듯한 잠자리를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마음이 설렌다.


“이러한 연속적인 기대감과 즐거움을 과연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국어사전에서 행복의 정의를 찾아보았다. 

- 행복: ① 복된 좋은 운수. ② 욕구가 충족되어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상태. 

나의 기대감과 즐거움은 첫 번째의 ‘복된 좋은 운수’는 아니지만 ‘욕구가 충족되어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상태’에 해당하는 것인 만큼 나는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음이 틀림이 없다는 사실에 나는 행복하다. 


매스컴에서 접하다 보면 내 나이 또래 혹은 나보다 젊은 사람 중에 나라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재력과 권력을 가지고 호기롭게 행복한 생활을 추구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몇 만 원짜리 물건을 구매하면서 행복하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은 주책이 아닐까 하는 자책으로 부끄러움이 느껴진다. 그러나 아래의 예수님 말씀은 나의 자책과 부끄러운 마음을 한순간 사라지게 한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 -루카 6.20”

(Blessed are you who are poor, for the kingdom of God is yours. -Lk 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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