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와 정신의 회복탄력성
나는 사실 마른 체구를 가지고 있다. 살을 찌우려고 하지만, 에너지 소비가 많아서 먹는 거를 신경 쓰지 않으면 살이 빠진다. 그리고, 먹는 것도 항상 정량만 먹어서 찌는게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체(肉體)와 정신(mind) 내에 잠재 되어있는 회복탄력성 (resilience)은 굉장히 탁월한 편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몇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1. 교통사고
미취학 아동일 때 교통사고가 났었다. 아빠 차인 아반떼 차가 급정거를 하였고, 뒷자석에 앉아있는 내가 안절벨트를 매지 않았다. 곧바로 자동차 앞 유리에 들이박았다. 유리가 금이 갔지만, 나는 멀쩡했다. 아빠는 나보고 돌대가리(rock head)라고 말했다.
2. 급성 맹장염
초등학교 5학년 때 급성 맹장염이 터졌다. 죽는 줄 알았다. 근데, 3일만에 수술하고 학교로 복귀했다. 담임선생님이던 김덕현 선생님이 이런 아이는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둘렀다.
3. 수액(輸液)
고3 여름에 체력이 떨어져서, 나를 걱정한 담임 선생님이 수액을 맞고 오라고 하셨다. 수액을 맞다가 졸려서 잠에 들었다. 어, 근데 뭔가 이상하다. 수액이 다 맞아서 피가 역류하는 것이다. 이걸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간호사 아줌마가 분명 엄청 아팠을텐데 왜 말을 안했냐면서 걱정 투로 다그치셨다.
음. 먼저 챙겨주셔야죠...
4. 달리기(Running)
조교 그만두고 교지대로 전속오고, 일병 때 많이 힘들었다. 정(情) 붙일 사람도 없었고, 동기들도 단체로 선임들에게 갈굼 당해서 속 얘기를 털어놓을 수 없었다. 그래서 먹는 걸로 풀었었다. 66kg이었는데 80kg까지 쪘다. 미친듯이 단걸 먹었다. 어느 날 거울을 보니 스트레스성 탈모와 터질 것 같은 볼살을 가진 돼지 청년이 서있었다.
'아, 얜 누구니.'
교육사령부 천연잔디 대연병장은 엄청 광활하다. 연세대학교 종합운동장의 3배 정도 된다. 거기를 매일 저녁 자유 시간에 5km~10km씩 뛰었다. 헬스도 병행했다. 탈모약도 휴가 나갔을 때 구입해서 먹었다.
잃어버린 나의 외모를 되찾는데는 2달이면 충분했다.
인애지령(忍愛之刢). 사랑으로 참고 나아간다.
살다보면 죽고 싶은 순간들이 있을 수 있다. 이해한다. 하지만, 이빨 꽉 깨물고 견디기 바란다. 신(神)에게 미친듯이 따지길 바란다. 다 듣고 계신다. 사랑으로 건져주신다.
앞으로 살면서 힘든 순간들은 또 올 것이다. 하지만, 크게 두렵지는 않다. 죽고 싶었던 순간들 조차도 모두 나의 것이었으니까. 그 질곡같은 지독한 겨울의 시간들이 찬란한 봄의 새싹을 터뜨리기 위한 시발점(始發點)이었음을 깨달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