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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Oct 30. 2023

책 버리기

2005-05-30 21:24:22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했고, 책 좋아하는 배우자를 만나니 집안이 온통 책 세상이 되곤 합니다. 제 처는 책 구입을 정당화하는 그녀만의 논리가 있는데, 이 때문에 집에 책이 더욱 많아집니다. 그녀의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 출판계는 호흡이 짧아 책들이 금세 절판되곤 하기 때문에, 보고픈 책은 반드시 시중에 나왔을 때 구입해야 나중에 책이 없어져 낭패 보는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다 보니 구입한 책을 읽어가는 속도가 책을 구입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새책이 집안에 들어차곤 했습니다.


방 하나를 가득 채운 책들, 버리기도 아깝고 놔두자니 짐이 되고, 이삿짐 견적 뽑는 아저씨에게는 책의 양이 단가를 올리게 하는 주요한 척도라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해 낸 것이 아는 사람에게 책을 나눠주는 것입니다. 마침 여러 사람이 모인 인터넷 공간이 있어 그곳에 제가 처분할 책의 목록을 올렸습니다. 그 후 신청을 받고, 여유가 있을 때는 우송을 하고 주로 모임을 할 때 그 책들을 나누어 드렸습니다. 이렇게 하니 책을 버렸다는 찝찝함도 없고, 제가 소홀했던 책들의 '다른 집에 가서 대접받겠지.' 하는 묘한 기대감도 생깁니다. 이 핑계로 사람들을 만나고 책값 대신 회비를 거둬 즐거운 시간을 만들기도 하니, 의외로 여러 가지 소득이 따라오는 것 같습니다. 또 책의 새 주인을 알고 있으니, 나중에 필요하면 다시 면회신청(?)을 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이렇게 정리를 하다 보면 정말 내가 아끼는 책이 무엇인지, 독서의 추억을 떠올리는 재밌는 시간도 생깁니다. 책 많은 분, 이렇게 한번 처분해 보세요. 주는 사람도 기분 좋고 받는 분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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