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런' 생각
글로 옮긴 또 하나의 '시대유감'
요즈음 세상에는 '아이고, 저런!' 하게 만드는 일들이 가득한 것 같다. 아프면 정말 '큰일'나는 세상이 되었고, 오늘은 버스조차 마음대로 탈 수 없는 날이었다. 자본의 구조 안에서 만들어진 각계각층의 '괴물'들이 꿈틀거리는 탓일지, 교육의 구조 안에서 만들어진 다종다기한 '입시 요괴'들이 괴성을 지르는 탓일지 모르지만 여하간 뉴스를 보면 갑갑하고 신문을 펼쳐도 답답한 세상이 된 지 오래이다. 간신히 마스크를 벗긴 하였지만 대중의 입에는 보이지 않는 마스크가 씌워진 것 같기도 하고, 코로나19에서는 힘겹게 멀어진 것 같지만 근래 종합병원은 음압격리병동시설만큼이나 무서운 곳이 되어버렸다. 세계 어딘가에서는 민간인들이 군인들에 의해 희생되고, 테러범들에게 끔찍한 일들을 당하기도 한다.
대학강단에서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친구들을 마주한다. 입시에서 밀렸거나 지친 영혼의 일부는 책상에 엎드리기도 하고, '에브리타임'과 같은 곳에서 키보드워리어가 되기도 한다. 고질적인 학력과 학벌주의, 엘리트주의가 만든 사회의 부작용들이 근래 목격하는 풍경들의 일부이다. 미디어 예능에 나온 연예인들의 입에서 학벌을 부추기는 발언이 손쉽게 튀어나오기도 하고, 약장수인지 의사인지 알아차리기 힘든 하얀 가운의 엘리트들은 이런저런 의학사진으로 시청자들에게 겁을 주며 같은 시간 대에 다른 쇼핑몰 채널에서는 쇼호스트들이 관련 의약제품을 홍보하기도 한다. 음주 교통사고로 인명사고를 낸 의료계, 법률계 인사들이 웃으며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권력과 권위를 이용하여 2세들의 삶에 영향을 끼친 정치인들은 서민들을 잊지 않았다며 시장을 돌며 열변을 토하기도 한다. 환자를 위한 의사도 없고, 약자를 위한 법률가도 없으며, 학생을 위한 선생도 없고, 선생을 존경하는 학생도 없다. 국민을 위한 정치인도 없고, 정치인을 혼쭐 내는 국민도 없다. 사원을 위한 사장도 없고, 사장을 위한 사원도 없다.
조물주가 '보시니 참 좋았다'는 기록은 어떤 종교의 성스러운 서책에서만 나오는 한 줄에 불과한지 모른다. 어떤 신이 지금 세상을 보면서 '보시니 참 좋았다'라고 하겠는가? 환경문제가 일으킨 기후위기는 이제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다. 극지방의 빙하에 변화가 일어나면서 지구 행성에는 다양한 이상 현상들이 목격되기 시작했다. 병원과 공생하는 약국 약사가 새로 꾸려진 병원 인테리어 비용을 모두 감당한다는 어떤 병원 인근 포장마차 아주머니의 말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폐지 줍는 노인들은 묵묵히 쓰레기더미 주변을 맴돈다. 아이고 저런!
검사들과의 대화와 의사들과의 대화에서 대중들이 본 검사들의 모습과 의사들의 모습은 '서민적'이던가? 엘리트집단이 어떻게 사회를 장악하고, 2세를 통해 '세습'하는지를 목격한 지 오래되지 않았던가? 입시체계는 그러한 엘리트리즘을 보다 고착시키는 초강력본드에 지나지 않다. 출생률 저하로 인한 위기감은 대학에까지 불어닥친 탓에 유학생을 '손쉽게' 유치하려는 전략과 정부의 권고대로 '통폐합'과 '무전공'체계를 확산시키려는 전략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되는 오늘날 한국의 대학가. 모든 의대생들이 성형외과에서, 피부과에서 점만 빼고 있다면, 누가 배를 열고, 머리를 열까? 마을버스 기사모집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이다. 대본을 외워 연기하면 어지간한 다주택 매매가가 들어온다는 셀럽들의 연예계보도를 보면 서민들은 어떤 생각을 품게 될까?
불평등과 불공정의 지구촌 속에서 제3세계 아이들은 초콜릿에 필요한 카카오열매를 채취하거나, 반도체 등 IT부품에 들어갈 재료를 위해 끔찍한 위험을 온몸에 떠안고 수집하기 바쁘다.
시커먼 우주 공간에서 가장 소란스러운 별은 오직 지구뿐이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외계인'이라는 것도 인간이 만들어 확장시킨 욕망의 상상 아닐까? 우주에 지구인과 같은 존재들이 또 있다면 그곳도 적지 않아 타락하고 오염되지 않았을까 우려된다. 첨단기술의 이면에는 환경파괴가 있다. 누군가 특권을 누린다면 누군가는 그만큼 학대를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고 저런!
역사책에 나오는 위대한 혁명들도 사랑방 이야기에 지남 아니다. 그 어떤 혁명 역사가 있더라도 사람들의 인간사는 늘 '그날이 그날'과 같을 뿐이다. 정말 '발전'을 한 것인지, 도리어 '퇴보'를 한 것인지도 분간이 어려울 만큼. 아이고 저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풍경들을 보며 저런 생각에만 맴돌 수는 없기에, '다른 무엇'을 생각하고 실천할 때가 아닌가 한다. 우리가 서로를 혐오하기에 인생은 너무도 짧다. 지구의 수명도 우주의 수명에 비한다면 그리 긴 편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까만 캔버스의 유일한 푸른 점 지구의 수명도 얼마 남지 않았을지 모른다. 이제 '저런' 생각보다는 '다른' 생각을 품고 싶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사과나무 하나를 심어 보련다. 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