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바람 *(정희정, 선문대 글로벌경제학과 25학번 1학년)
[독자분들에게] *아래의 에세이는 선문대 2025학년도 2학기 <창의적 사고와 글쓰기> 수강생 중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여 별도의 브런치 원고를 작성하게 한 결과물입니다. 아직 학부 1학년들의 글이기에 '비문', '문법오류', '논리 부족' 등의 결함이 있을 수 있지만 독자 분들께서 너그러운 시선으로 읽어주시고 응원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각자 마음속에 숨겨진 특별한 종목이 하나쯤 있다. 누군가에게는 축구가 또 다른 사람에게는 수영이 그렇듯 내게는 배드민턴이 그런 존재였다 단순한 취미나 운동 이상의 의미를 가진 배드민턴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 삶 속에 조용히 자리하며 나를 만들어 온 하나의 경험이었다.
나는 다섯 살, 그러니까 아직 라켓보다 몸이 더 작았던 시절에 처음 배드민턴을 잡았다.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다 주말마다 아빠가 운동하러 가는 길을 따라 놀러 간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 작은 시작이 내 삶에서 이토록 오래 이어질 줄은 나 스스로는 물론 아무도 몰랐다. 배드민턴은 내게 어느새 놀이 아닌 습관이 되었고 라켓을 쥔 손의 감각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갔다. 조금 더 자라면서 나는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누군가로부터 기술을 배우고 자세를 교정받는 일은 어린 나에게는 신기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잘 친다!”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의 기분은 지금도 선명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던가. 어린 마음을 가볍게 띄우는 확실한 힘이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단순히 배드민턴을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라 ‘잘하는 아이’가 된 거 같았다.
초등학교 4학년, 나는 예상치 못한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엘리트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게 된 것이다 그때의 나는 아마도 가능성과 두려움 사이에 서 있었을 것이다. 훈련 분위기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뛰는 속도도, 땀이 흐르는 방식도, 코트 위를 채우는 공기의 긴장감까지도 그곳에는 ‘아이들’이 아니라 ‘선수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훈련은 점점 강도가 세졌고 ‘열심히’와 ‘버틴다’ 사이의 거리는 시간 흐름에 따라 좁아졌다. 물론 몸이 아픈 날도 있었고 마음이 먼저 지칠 때도 있었다. 어린 나에게는 감당하기 버거운 순간들이었다. 결국 나는 라켓을 내려놓았다.
누군가는 포기라고 말할지 몰라도 그때의 나에게는 충분히 용기 있는 선택이었다. 배드민턴을 그만둔 이후에도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었다. 가끔씩 생각나면 다시 라켓을 잡았고, 셔틀콕이 공중에서 회전하며 떨어지는 모습은 여전히 익숙했다. 하지만 학업이 바쁘다는 이유로 점점 코트에서 멀어졌다. 라켓 들던 손은 펜을 잡고 책상에 앉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그렇게 나는 어느새 배드민턴과 거리를 둔 채 청소년기를 지나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던 배드민턴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자주 떠올랐다 어떤 운동보다도 내 몸이 가장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종목이었고 셔틀콕이 날아오는 방향을 읽는 감각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마치 내 몸 어딘가에 저장된 기억처럼 남아 있었다 다시 코트에 섰을 때 나는 깨달았다.
어릴 적의 경험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조용히 쌓여 있었다는 것을. 예전처럼 빠르지 않아도 괜찮았고 실수를 해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 어릴 때는 잘해야 했지만 지금의 나는 부담없이 그저 즐길 수 있다. 돌아보면 배드민턴은 내게 두 가지를 가르쳤다. 하나는 도전하는 법 그리고 또 하나는 멈출 줄 아는 용기. 사람들은 흔히 끝까지 해내는 것만을 용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린 내가 선택한 멈춤 역시 나를 지켜낸 중요한 결정이었다. 덕분에 배드민턴은 미련의 대상이 아니라 지금도 소중하게 떠올릴 수 있는 경험으로 남아 있다 또한 배드민턴은 ‘관계의 운동’이기도 했다. 아빠와 함께한 시간, 함께 뛰던 친구들의 얼굴, 셔틀콕 하나를 주고받으며 쌓였던 말 없는 호흡들.
스포츠는 기록으로 남지 않아도 사람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오래 기억된다. 그렇게 배드민턴은 내 삶과 사람들을 이어주는 매개가 되었다. 어릴 적의 작은 시작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이렇게 오랫동안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은 때로는 삶에서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일들이 오히려 더 오래 남는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배드민턴은 내 성장의 일부였고 지금도 여전히 나를 이어주는 기억이다. 라켓을 잡는 손의 감각은 어린 시절과 다르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더 단단해졌다. 내 삶의 셔틀콕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 것일까?
*글 감수: 굴레방 타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