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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고2 여름 3부

고등학교 배경 성장기 단편 소설

by 크리스


방과 후가 되자 학교 복도 계단에서

‘우르르’ 뛰어나가는 소리와 함께

라이온 킹에서 들소 떼가 지나가는 모습마냥

무리의 대이동은 뿌연 먼지를 동반했다


여자 친구와 데이트 약속이 잡혀 있었던 Y는

급한 마음에 인파들 틈으로

사이를 비집고, 헤집으며 뛰어내려 갔다


어제 H의 싸데기를 날렸던 S도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낑낑대며

내려가는데 짜증스러웠다


투덜거리며 인상 찌푸린 채

무리에 휩쓸려 내려가고 있었고

공기 중엔 도시락 냄새, 실내화에 벤 발 냄새 등

각종 냄새들이 부유하고 있었다


짜증충만한 S를

누군가 뒤에서

‘퍽’

치고 지나갔고

S는 순간 계단 앞으로 꼬꾸라질 뻔한 걸

인파들 덕분에 간신히 버텼다

덤프트럭에 치인 티코 마냥 ..


누구 짓인지를 확인하려고

고개를 두리번거렸고

Y가 포착 되었다

복도를 급하게 빠져나가는 Y의 뒤통수에는

신중함 이라고는 전혀 없었고

S의 눈에 띈 것은 형광색으로 반짝이는

리복 퓨리 신발이었다

형광색은 잔상을 남기고 사라졌고


Y 가 지나간 자리를 불쾌한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다시 마주칠 날이 올 것 같은 기분으로


하루하루 정신없는 고등학교의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도시락은 3교시 이전에 이미 다 까먹고

매점에서 쫄면까지 해치운 뒤

점심시간에 농구하기위해

운동장으로 뛰어내려갔다


Y와 H 그리고 여드름 많은 노안친구 J와 함께

실내화 신은 그대로 농구코트에 도착했는데..


농구골대가 2개뿐인데

이미 3학년들이 점령을 하고 있었다


3학년들에게 점령당하지않른 다른 골대는

두 학년 선배님 한 분이 쾌적하게 쓰고 계셨는데

체대 준비생 지도를 위해

졸업 후에도 모교를 자주 방문하셨고


농구부 출신으로 어마어마한 피지컬의

소유자로 골격 자체도 크지만

쫘악쫘악 갈라져있는 어른 근육이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 선배님이 쓰고 있는 코트는 쾌적했고

다른 코트에만 밀도가 과하게 분포되어있었다


그때 현역 농구부인 Y 가 넉살 좋게 인사하자

선배님이 알아보신다

Y가 1학년 때 선배님은 3학년으로

1년간 동아리 활동을 함께 하며

선배님 뒷바라지 했던 적이 있는 것이다

두 다리 선배는 까부는 후배가 귀여웠다


스스럼없이 Y가 골대에 슛을 쏘자

선배님께서 패스를 해주신다

Y와 함께 H와 M 도 슬그머니 끼어들어 슛을 쏜다

반코트 게임 같은 건 아예 단념한 상태로

쾌적하게 슛을 쏘면서 놀고있었다


그 와중에 3학년 몇 명이 눈치 없이

코트 주변을 어슬렁 거리자

근육맨 선배님이 힐끔 보시더니

“안 꺼져?”

3학년 무리들이 멋쩍은 듯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며 사라졌다

Y와 H , M 은

훗날 벌이질 일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쾌적하게 농구를 즐겼다




다음날 점심시간에도

Y, H, M 은 농구코트를 찾았고,

그날은 졸업생 선배가 없었으나

평소 때처럼 빠글빠글한 학우들 틈에서

농구를 하고 있는데


어제 창피당한 3학년 패거리들이 다가와서 말했다

“2학년들 다 꺼져”

Y, H는 분위기를 감지하고 순발력 있게 옆으로 빠졌는데,

송충이 눈썹에 피부가 노안인 M 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하던

레이업 슛을 마저 하느라 미쳐 코트를 떠나지 못했다

레이업 슛이 깔끔하게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던 그 순간

3학년 선배 중에 동안피부인 선도부가

눈에 잔뜩 힘을 주며 다가왔다


“야 꺼지란 말 안 들려?”



모욕감을 느낀 걸까

M 그 순간 남들과는 다른 선택을 했다


“왜? 꺼져야 되냐고 -?”


멋진 대사가 운동장을 반으로 갈랐다


키도 작고 피부 동안인 3학년 선도부

앞으로 짐승같은 M이 다가가서


재수 없는 눈을 하고는 깔고 보는 폼이

'네가 어쩔 건데?'


서로의 눈을 노려보고 서 있는 그림은

마치 서부영화의 결투 장면 포스터 같았다

M의 대담한 기세에

선도부가 쫄았다는 사실은

운동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고

그 다음 M의 행동이 더 과감했는데

'병신' 이란 단어를 표정으로 써놓고

선도부 바로 옆에 침을 퉤- 뱉고

농구공을 짚어들고 사라져 버렸다


침을..퉤 ..


주변에서 이 모든 드라마를 지켜본 H와 Y는

별생각 없이 패스 몇 번 주고 받으며 놀다가

점심시간이 종이 치자 Y가 먼저 교실로 뛰어올라갔고,

H는 같은 반 친구랑 수다 떠느라

운동장 변두리에 앉아있었다

그때 M에게 쪽팔림 당한 선도부가

무리를 끌고 와 H에게 다가와서

“아까 그 세끼 몇 반이야?”

라며 M에 대해 물어봤고..


그때 H는 일어서지도 않고

앉은 채로 위를 치켜올려 다보며

인상이 들어간 눈짓으로

“누구요?”라고 띠꺼운 말투로 말했고

그 짧은 말에는 '니까짓 게 알면 뭐하게?'를

함축되어있었다


불손함이 느껴지는 태도에 욱했던 선도부는

농구코트에서 M에게 받은 상처와

누적된 스트레스를 담아

H의 따귀를 갈겼다


“ 이 세끼야 수업 끝나고 3학년 3반으로 와”

라며 후배 터치를 예약했다


5교시 시작 종이 울리자

운동장의 남고생들이 서둘러

교실로 복귀하고 있었다


H는 한 대 맞는 순간 두려움이 몰려왔다

‘설마 별일 없겠지?’

어안이 벙벙하여 교실로 올라가는 내내

마음이 불안하고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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