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도 이스탄불 이외에도 갈 곳이 많지만 다음 여행지는 이탈리아의 베니스로 계획해놓았기에 떠나야 했다. 오전 11시 50분 아타튀르크 공항을 출발하는 터키 항공기를 타야 해 공항에 10시 좀 넘어서 도착했다. 2시간 40분 걸리는 직항이다. 예약해둔 더블트리 베니스 노스까지는 공항에서 10분 정도 걸렸다. 호텔에 짐을 풀고 잠시 쉬었다가 베니스로 나가보기로 했다. 시간이 아깝다. 베니스도 3박 일정이니 빠듯하다. 호텔 셔틀을 타고 베니스까지 20분 정도 걸렸다.
베니스 여행은 로마광장(Piazzale Roma)이나 바로 근방의 산타루치아 역(Stazione Santa Lucia)에서 시작된다. 차를 이용해 육로로 가면 육상교통은 로마광장에서 끝이 나고, 기차로 가면 산타루치아 역에서 끝이 난다. 그다음은 전부 걷거나 배를 타야 한다. 우리는 육로로 왔기에 메스트레 쪽에서 긴 다리를 건너 로마광장에 내렸다. 로마광장은 가운데 큰 주차장이 있고 옆쪽으로 상가건물이 있다. 그 바로 앞쪽에 배를 타는 곳들이 있어서 여기서부터는 대중교통이 바포레토(vaporetto) 다.
걸어봤다. 여기는 참 별세상이다. 특이하다. 거리가 온통 오래된 도시를 일부러 촬영하려고 만들어 놓은 영화 세트장 같다. 아무 곳에서나 사진을 찍어도 그림이 된다. 곳곳에 작은 다리들이 있고 골목골목마다 관광객들이 개미처럼 줄지어 다닌다. 작은 물길을 따라서는 곤돌라가 물 흐르듯 다니고 있다. 작은 상점에 진열해놓은 상품 가운데는 가면들이 많다. 무도회 때 쓰는 가면들이다. 이리저리 길을 걷고, 다리를 건너고, 또 걷고, 또 건너고 그러다 보니 방향감각이 없어진다. 골목 곳곳에 붙은 작은 표지판은 대부분 로마광장 쪽과 산마르코 광장(Piazza San Marco) 쪽 두 가지가 있는데 너는 어디로 가고 싶냐고 묻는다. 그럼 난 그 중간 어딘가에 있다는 것에 안도하고 한쪽을 선택하면 된다. 그리고 그 중간쯤에 리알토 다리(Rialto)가 있다. 그 옛날 베니스의 리알토 다리는 현재 뉴욕의 월스트릿과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그 유명세 때문인지 역시 사람이 역시 많았다. 그리고 또 여러 개의 작은 다리와 몇 개의 광장을 지나 산마르코 광장에 도착했다. 사람이 엄청 많았다. 이렇게 넓은 곳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을 보는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다. 산마르코 광장 중심에 우뚝 선 산마르코 대성당(Basilica Di San Marco)은 성당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산마르코 대성당은 서기 1063년에 착공해서 여러 단계를 거쳐 결국 1117년에 완공된 성당으로 당시 지중해 최고의 부와 세력을 지닌 베니스의 국력을 보여주는데 모자람이 없다. 특이한 것은 이 성당이 다른 대성당들과는 달리 주교가 있는 곳이 아니라 선출직인 도제(Doge) 개인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다가 1797년 나폴레옹이 베니스를 멸망시키며 나폴레옹의 명령으로 로만 가톨릭 대성당으로 변경됐다.
산마르코 광장까지 둘러본 후 다시 처음 내렸던 곳까지 걸어가려니 엄두가 안 났다. 이미 발바닥은 아픈데 또다시 한 시간 이상 방향감각을 잃어버려야 하는 것이다. 산마르코 광장 앞에서 바포레토를 탔다. 이제 편하게 앉아있기만 하면 우리가 호텔 셔틀을 타야 할 로마광장까지 데려다줄 것이다. 이렇게 베니스와의 첫 대면은 끝났다. 볼 것이 없는 듯하면서 볼 것이 많은 곳이다. 특별히 가야 할 곳이 없으면서도 모든 곳을 다 가고픈 곳이다. 레알토 다리에서 바라보는 석양이 멋있다던데 호텔 셔틀 마지막 시간에 맞추려니 그 광경을 볼 수 없는 게 아쉽다. 야속하게도 제시간에 맞춰온 셔틀을 원망하면서 호텔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