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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람에게 오늘 빼빼로를 줬다.

by 요니나

빼빼로데이...

학창 시절 때는 발렌타인데이 다음으로

성대하게 신경 썼던 day인데...

언젠가부터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고 한순간에 모른 척하기에는 아쉬워서

스스로 빼빼로를 사 먹거나,

센스 있는 우리 어머니가 가족들을 위해 사 오신다...


올해는 미리 빼빼로를 20개 샀다.

줄 사람도 없지만 1개당 600원 언저리에 살 수 있는 이벤트가 있어서

언젠가 먹겠지? 하며 선지름 후가계부를 쓰는데


식비 - 간식으로 빼빼로 20개를 쓰기에는

운동도 하고, 다이어트한다며 샐러드 먹는

내 모습과 불일치해서 10개만 간식,

10개는 경조사 - 선물로 분류했다.


그렇다.

빼빼로 선물을 줘야 한다.


요즘 친구들도 만나지 않아서... 직접 줄 수도 없고,

기프티콘으로 보내기에는 실물 빼빼로가 모두

내 뱃속으로 들어가는 건데...


오늘 만나는 누군가가 있다면 먼저 건네 보자.


라는 생각을 어제 자기 전에 했는데.....

아침부터 열쇠 잃어버려서 난리난리~~~~~

헬스장 카운터를 새벽부터 지켜주는 분께 주고 싶었는데 깜빡

공유 오피스 매니저 분들께 주고 싶었는데 라운지에 내려가지 않아서 깜빡

우리 층 청소해주는 남자 2분에게 전하고 싶었는데, 뭔가 좀 그래서(?) 깜빡

화장실 청소해주시는 아주머니께 드리고 싶었는데, 깜빡

.

.

.

사무실 청소하는 시간까지 아무한테도 줄 수 없었다.


깜빡한 것도 물론 있지만

사실.. 적극적으로 누군가에게 뭘 준다는 거?

특히 모르는 사람에게 내가 나서서 뭘 준다는 건 스스로에게 엄청난 도전이다.

.

.

나를 모임이나 강의, 프로젝트 등에서 처음 봤다면

엄청 적극적이고, 활발하고, 먼저 다가가는 사람인 줄 알았겠지만

사실 그 반대다.


엄청 수동적이고, 나서지 않고, 낯을 많이 가린다.

그래서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마지막 도전이었다.

여자분이 쓰레기통을 비워주시는데,

빨강 빼빼로 통 하나를 꼼지락거리면서

언제 줘야 할지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쓰레기통을 다 비우고 문을 닫으려는 사이에


이거 하나 드세요~

라며 닫히는 문 사이로 빼빼로를 건넸다.


그분은 미쳐 담지 못한 쓰레기인 줄 알고

아~ 네

하고 받는데 그냥 종이 상자가 아닌

빼빼로 상자인 걸 인지하셨다.


어?아, 감...감사해요


이런 상황이 처음인 듯 내 두 눈을 보고 말했다.


맛있게 드세요~


그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빼빼로 잘 샀다는 생각과

엄청난 용기를 낸 나 자신이 뿌듯했다.



아직 경조사 선물로 분류해놓은 빼빼로는 9개가 남았지만,

더 늦기 전에 직접적으로 알지는 못 하는 사람이지만

내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해야겠다.



그리고...


다음 발렌타인데이 때는 머뭇거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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