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우리의 새로운 출발을 맞이할 2024년이 여느 때와 같이 조용히, 또 익숙하게 다가왔습니다. 교지인 연희관 015B의 매 호를 펴 내면서 우리의 글을 읽어주는 분들의 존재에 감사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독자모임만큼 우리 이로비에게 힘을 전해주는 자리도 없을 테지요. 2024년 초엽, 약 1년 만의 독자모임에는 이로비 띵동, 오월, 영원과 문우의 단(丹), 데어, 비상, 연세편집위원회의 시후, 야자수, 예인이 모였습니다. 19호의 독자모임은 이례적으로 1월과 2월에 한 번씩 열렸습니다. 두 번의 만남으로 더욱 풍부한 이야기가 나온 19호 독자모임은 과연 어떠했을까요?
띵동
저희 교지가 분량이 많아요. 목차는 간단하게 움트다, 피워내다, 우거지다로 했는데 테라리움 콘셉트를 통해서 점점 뻗어나가는 것을 형상화하고자 했고요. 그리고 글도 최대한 그 콘셉트와 가깝게 배치하고자 했어요. 저희가 자유 주제로 글을 쓰다 보니 카테고리를 정할 때 결속력 있게 딱 묶이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글들을 카테고리로 엮기가 어려웠지만, 여하튼 이 정도로 묶었습니다.
비상
글이 다양해서 목차(카테고리)를 만들기가 좀 어렵다고 말씀을 해주신 것 같은데, 솔직히 저는 그게 좋아요. 공일오비가 항상 글을 자유롭게 쓰고 목차를 재미있게 만들잖아요. 어떻게 보면 추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말들로요. 문학적으로도 느껴지고요. 그러니까 저희와 또 다른 방식으로 목차를 만드시는 것 같아서 정말 재밌고 신선하고 이렇게 하는 것도 참 좋다는 생각을 항상 했어요. 이번 호도 가지각색 다른 글들이 있는데 이걸 목차로 정리를 하고 테라리움이라는 하나의 콘셉트를 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게 공일오비다’ 이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데어
연세지에 있을 때는 항상 글을 (먼저) 다 쓰고 마지막에 전체 주제만 정했었고, 문우는 메인 기획과 문우의 눈으로 이미 나뉘어 있다 보니까 이런 점에 관해서 고민할 생각이나 기회가 딱히 없었는데요. 저는 공일오비가 이렇게 항상 소제목 짓는 거 보면서, 그게 사실 품 좀 드는 일이잖아요.
띵동
이것 때문에 늘 난리입니다. 마지막 편집 회의에서 콘셉트와 소제목 정하기 전에는 집에 못 가고요…….
비상
진짜 힘들 것 같아요.
데어
진짜 힘들면서도, 항상 너무 예쁘게 잘 포장된 무언가를 보는 (느낌?) 물론 포장도 예쁘지만, 그 안의 알맹이가 너무 좋았어요.
예인
이게(표지 이미지) 테라리움인 거잖아요. 동화 일러스트 같이 예쁘게…….
비상
너무 좋아요.
비상
여는 글 너무 멋있던데요.
데어
그러니까요. 우리(문우)가 문예지로 출발했다고는 하지만, 어쩐지 공일오비가 더 문예지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비상
11월로 발행이 미뤄졌을 때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어? 공일오비 안 내나?’ 그래도 개인적으로 정이 있는 단체라고 해야 하나요? 우리 편이라고 느끼는 단체라서 ‘책 안 나오면 안 되는데’ 이런 생각을 하다가 다시 나오고 19호도 최근에 배포가 되어 있는 걸 보고 너무 안도감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공일오비 아직 하고 있구나. 너무 잘 됐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딱 19호를 집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목차가 ‘움트다, 피워내다, 우거지다’니까 문학적이라고 느꼈어요. 여는 글에서도 그런 단어들에 대해서 설명을 잘 해주셨잖아요. 그러니까 ‘움트다’라는 이름을 어떻게 붙인 건지 하나하나 설명이 되어 있는 게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그게 그저 설명이 아니고 문학적이면서 문장 하나하나가 예쁘다고 해야 하나요? 그런 느낌으로 언제나 서술하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아서 그 점이 정말 공일오비의 장점이 아닐까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띵동
카테고리를 공들여서 정했기 때문에 최대한 해몽도 열심히 하려고 했습니다.
비상
그 공이 느껴져요.
시후
저는 제가 글을 쓸 때 제목과 소제목에 중점을 둬요. 편집장의 말에 저희(연세지)는 글의 내용이 거의 들어가 있지 않아요. 물론 저희의 방식이 있고 그것도 되게 멋지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여기 문우도 그렇고 공일오비도 그렇고 어떤 내용이 펼쳐질 것이라고 설명이 돼 있어요. 그래서 제목 쓸 때 조금 더 마음이 편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요. 처음에 설명을 해주고 글을 읽게 되니까요. 저희는 설명이 없다 보니까 제목에서 글쓴이의 의도가 조금 드러나야 글이 더 잘 읽히고, 또 그래야 더 재밌을 것 같아서 이번에 제목도 일부러 밈도 많이 활용했던 기억이 나요.
예인
그렇죠. 제목은 글 쓰는 사람 마음대로니까요.
시후
글을 설명해 주는 방식으로 써도 저는 제목과 소제목에 힘을 줄 거긴 해요. 제가 이런 여는 글을 잘 안 읽는 타입이라서…… 아무튼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었고요. 글에 대한 칭찬을 다른 분들이 많이 해주셔서 저는 더 하면 입이 아플 것 같습니다.
데어
여는 글을 통해서 이 호에 대해 정말 자세히 설명해 주는 게 편집장 두 분이 이 호에 얼마나 애정을 담고 있는지 보이는 게 너무 좋았어요. 사실 저는 글에 대한 소개를 중간에 쓰고 앞뒤로 수미상관 정도로 컨셉만 맞춰서 쓰고 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테라리움과 각각의 글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각 글이 어떤 흐름으로 이어지는지 이렇게 한 바퀴 돌아서 보여주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비상
테라리움이 세계라는 비유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띵동
저는 특히 이 글을 쓸 때 제 개인 원고 쓸 때보다 더 힘들었어요. 왜냐하면 제가 예쁜 해석으로 다른 사람들의 예쁜 글을 잘 이야기해야 하는데 자신이 없는 거예요.
시후
괜히 나 때문에 망하지는 않을까…….
데어
저는 윤동주를 좋아하는 걸 넘어서서 윤동주를 덕질하는데요. 그래서 너무 좋았어요. 저는 이 글의 제목을 처음 보고 이 글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좋아했죠. 그런 점도 좋았고 사실 이런 이야기는 글 쓰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하는 것 같아요. 글 쓰는 건 사실 그 현장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는 거잖아요. 저는 항상 과거의 현장을 바라보거나 물리적으로 떨어진 현장을 바라보면서 글을 쓰는데 거기서 내가 너무 회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하지만 ‘나만 회피하는 건 아니구니’라는 안도감과, 그래도 ‘이게 아무 의미 없지 않다’라는 것도 있어요. 근데 이런 말을 제가 저 자신에게 하면 전혀 설득력 없는 거 아시죠? 그래서 남이 이야기해 주는 게 조금 위로가 되어서 저는 좋았고요. 어떻게 현실과 나의 글을 합치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보여서 좋았습니다.
비상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탁상공론이 좋다는 것도 아니고 글 쓰는 거 다 부질없다는 것도 아니고 그 사이에서 굉장히 조율을 잘해서 적은 글인 느낌? 그래서 ‘글을 쓰는 것이 어떤 효용이 있고 이게 탁상공론이 아니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를 잡고 서술하기가 저는 사실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이 글의 논리를 전개하고 어떤 결론으로 끝낼지 고민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솔직히 드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설득력 있고 이상한 방향으로도 빠지지 않는 글이 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저에게도 교지 단체의 일원으로서 위로와 희망도 되는 힘이 있는 글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되게 재밌게 읽었어요.
데어
존경하게 되는 글이라고 생각했어요. 최고!
시후
저는 좀 부끄러운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저는 딱히 문제 인식을 갖고 살아가지 않는 것 같아요.
비상
글 쓰는 것에요?
시후
네. 이번 겨울에는 사실 거의 다른 거 안 하고 그냥 방에만 누워 있거나 만날 OTT 보고 게임하고 이랬는데,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건 맞지만 그것에 대한 죄책감이 없어요. 그런 것처럼 글을 쓰는 게 회피하는 것이라는 죄책감이 저에게는 전혀 없거든요. ‘물론 이게 있으면 좋겠고, 해결되면 좋겠지. 근데 내가 뭐 할 수 있나? 어차피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딱히 뭐 의욕도 없고’라는 생각에 제가 아무것도 안 해도 그게 잘못됐거나 부끄럽다고 크게 느끼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글에서는 그런 점에 대해서 ‘내가 진짜 뭘 해야 하는데 나 왜 이러고 있지?’라는 윤동주 선배님의 고민과 글쓴이의 고민이 겹쳐서 드러나면서, 저와는 약간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을 보면서…….
예인
좀 어떠셨어요?
시후
‘저런 사람이 진짜 대단한 사람이구나. 아직 난 작은 그릇이구나’라고 느꼈습니다. 다만 아직 바뀌지는 못했고요.
데어
그걸 아는 게 그런 거죠. 정말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이 자기의 이 어중간함에 신물이 난다고 말하는 것처럼요. 그러니까 글을 쓰는 어떤 순간에는 내가 이런 거에 대해서 알고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다가도, 어떤 순간에는 ‘이게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걸 누가 읽나?’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특히 정말 사람이 없었을 때는 독자모임을 지인을 구해서 하고, 같이 교지 하는 사람들한테 부탁해서 하던 때가 있었으니까요. 그럴 때는 슬럼프가 심하게 왔었죠.
시후
언론 처음 할 때 그걸 좀 느꼈던 것 같아요. 아무도 관심 없고 아무도 안 있고. 그런 걸 느꼈는데 지금은 내가 좋아해서 하는 거니까 남이 읽든 말든 뭔 상관이냐라고 생각하면서 (하는 것 같아요.)
비상
저는 항상 부채감으로 하고 그랬던 것 같아서 이 글이 이해가 잘 됐던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문우에 들어온 동기도 사실 오월 님의 글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거든요. 그래서 공감이 잘 됐던 것 같고, 저처럼 생각하는 교지 쓰는 사람들이 많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데어
어느 단체를 가도 책임감으로 단체에 나와 있는 사람들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비단 이게 글에만 한정된 얘기도 아니고요.
비상
필명도 파란이야! 이게 너무 신기했어요.
시후
파란을 보고 응원가를 떠올렸어요. 파란이라는 응원가가 있거든요. 파란 님이 글 쓰시면서 '이게 괜찮은 글인가?'라고 많이 고민하셨을 것 같아요. 글에도 그런 게 녹아 있고요. 파란 님이 여기 계셨으면 참 좋았을 텐데, 저는 그 어떤 글보다 좋은 글이라고 말씀해 드리고 싶어요. 저와는 다른 사람의 스토리를 읽은 것 같아서 아주 좋았어요. 여담이지만 저도 학과 사람들과 친하지 않습니다. 학과 사람들 중에 딱 2~3명 정도만 친하고, 나머지 친구들은 다른 학과고 그래서요. 모두와 친할 수 없다는 말이 지금 제가 갖고 있는 생각이기도 해서 많이 와닿고 내적 친밀감이 생겼어요.
비상
저는 개인적으로 저와는 상당히 많이 다른 환경에서 자라신 것 같다고 이 글을 일단 읽었고요. 파란 님의 경우에는 학업 스트레스나 학구열, 학업에 대한 요구 사항이 큰 환경에서 자라셨던 거잖아요. (이 글을) 경험 수기처럼 적으셨어요. 그래서 이 글을 에세이처럼 읽으니까 ‘이런 식으로 힘들었겠구나’, ‘이런 지점에서 어떤 고생을 했겠구나’ 같은 것들이 좀 읽혔던 것 같아서 이런 수기 형식이 개인적으로 괜찮았던 것 같고요. 저희는 연세대학교에 재학하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러니까 대한민국에서 좀 이름이 있고 사회에서 인정받는 대학에 진학한 구성원들인데, 그런 대학에 온 사람이 교지에서 학벌주의라든가 학업이라든가 학업의 힘듦?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여러 가지에 대해 전달을 하는 게 사실 정말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이게 위험할 수 있는 주제고, 자신의 위치 같은 것들을 잘 파악해서 면밀하게 적어야 하는 주제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글을 적을 때 그런 게 굉장히 힘들지 않았을까? 그런 것들에 대해 공일오비 내에서 편집 회의를 할 때 많은 얘기가 오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던 것 같고요. 우리의 위치성에 대한 이야기, 연세대학교 학생이지만 이런 식의 삶의 궤적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후속 기사나 다른 글을 통해서 더 논의될 수 있다면 저는 그 글이 굉장히 궁금할 것 같아요.
띵동
확실히 걱정을 많이 하고 쓰신 글이 맞아요. 항상 걱정이라고 얘기를 하셨고, 저희는 괜찮다고 일단 글을 써야 뭐가 나오잖아요? (웃음) 그리고 저희가 생각하기에는 좋은 글이라고 생각해서 격려했는데, 하여튼 굉장히 힘들어하셨던 것 같아요.
시후
걱정할 필요 없다고 전해주세요.
데어
사실 제가 공일오비에서 읽었던 많은 글은 굉장히 거대한 담론을 다루는 것들이 많았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자기 인생을 푸는 에세이식 글은 그렇게 많았던 것 같지는 않아요. 제가 기억하기로는요. 그래서 이 글이 되게 독특하다고 느껴졌고, 그런데 술술 읽혔고요. 사실 저는 부모님의 압박이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공감하면서 읽어서, 사실 마지막에 마음이 맞는 친구를 찾았고 사회학과도 발붙일 수 있는 어떤 공간이라는 걸 깨달았다는 부분에서 너무 다행이고 잘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인
저는 어떻게 보면 여기 모인 사람 중에서는 제가 파란 님과 가장 비슷한 인생을 살았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저는 이렇게 돌아보는 글을 아직 쓸 자신이 없거든요. 왜냐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결론이 있잖아요. 결론이 있어야만 이런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여기 글에 ‘그래서 무슨 말 하고 싶은 건데?’라고 소제목을 달아놓으셨지만, 어쨌든 사람들에게 위로하고 싶으시고 조언을 해주시고 있는 것 같아서 저는 오히려 좀…… 근데 모르겠어요. 저는 파란 님이 누구신지 전혀 모르는데, 저는 사실 제가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도 남들에게 위로는 잘하거든요. 그리고 조언도 잘하고요. 사실 저는 다 저한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건데 사람들이 좋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아무튼 이 글만으로는 파란 님이 어떤 사람인지가 조금 잘 안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직접 어떤 분이신지 만나보면 더 재밌을 것 같아요.
데어
파란 님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건요. 저는 이렇게 담담하게 쓸 자신이 없어요. 어느 순간에 누군가에게 화풀이하고 있을 것 같아서요. 파란 님이 감정을 참았든 아니면 그게 정말 해소가 돼서 더 이상 풀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든 자기 안에서 해소가 됐다는 게 신기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비상
이 글이 진짜 신기했어요. 왜냐하면 제가 2023년 2학기에 관련 수업들을 들었거든요. 그래서 배웠던 거 나온다고 하면서 읽었는데, 말뭉치 이런 말이 다 매끄럽게 읽힐지 저는 살짝 걱정했고요. 사실 어떻게 보면 현재 엄청나게 이슈가 되는 내용을 담으신 거잖아요. 요새 AI가 화두고 알고리즘 이런 것도 다 쓰려고 하니까 지금 시기에 꼭 필요한 글이었다고 생각을 해서, 느루 님이 어려운 주제였을 텐데도 이렇게 글을 작성해 주신 게 재밌었고 또 이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본인이 배우는 분야에 깔린 분위기나 상식적인 것들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거잖아요. 그거에 대해서 딴지를 걸어보는 작업들이 아주 어려웠을 텐데, 그런 시도를 한 것 자체가 너무 대단한 글이었다고 저는 생각을 했어요.
띵동
정말 글을 잘 쓰시는 분이라 든든해요.
비상
‘글 잘 쓴다’ 이러면서 읽었어요. 사실 이게 어떻게 보면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잖아요. 이것에 관한 지식이 없는 경우에요. 그런데 잘 풀어쓰신 것 같아서 본인이 아는 것을 잘 설명할 줄 안다는 게 대단한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데어
제목을 어쩌다 이렇게 짓게 되었는지가 궁금했어요. <시나브로, 기계학습>이라는 제목이요. 저는 약간 이런 음률이 맞는 단어들을 좋아해요. 네 글자, 네 글자 이런 거요. 그리고 마지막 문단에서 ‘예쁜 기계 학습 모델은 인간의 마음에 들 법한 달콤한 이야기들을 건넬 뿐’하고 뒤에 이어지는 내용이 <별이 바람에 스치어도>에 답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왜냐하면 AI가 글을 쓸 수 있고 어쩌면 인간보다 더 쉽고 이해하기 좋은 글을 쓸 수는 있겠지만, 새로운 지점에서 이야기를 발굴하고 끄집어내는 건 AI가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글을 쓴다는 대답요. 뒤에 글이 앞에 글에 대답한다는 건 제 해석인데요. 그런 느낌이 좋았습니다.
예인
대학원생은 청경관에서 학식을 먹으면 안 된다는 불문율로 이제 AI가 어떻게 학습하는지 아니면 학습시킬 수 있는지와 같은 걸 비유를 쓰는 게 정말 이 분야를 잘 알아야지 이런 식으로 설명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또 관련 종사자인가 싶었고요. ‘느루님 뭐 하시는 분이지?’ 했어요.
띵동
박식하고 훌륭한 분이십니다.
시후
저는 1학년 때 라이프 아카데미를 수강해서 AI 강연을 되게 많이 들었거든요. 뭐만 하면 AI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저는 이 글이 약간 총정리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지금까지 AI가 어떤 모습이고 어떠한 우려점이 있는지……. AI가 무섭기는 한데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도대체 어디까지 뭘 할 수 있을지는…….
비상
이 글 길다고 하셨었잖아요. 그런데 저는 술술 읽었어요. 읽기 쉽게 잘 적어주신 것 같아요. 저는 제가 학교를 3년 다녔는데도 아카라카에 가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아카라카 현장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 사실 잘 몰라요. 그런데도 이 글을 읽었을 때 이해가 잘 됐거든요. 아카라카 현장이 어떤 게 문제고, 안 좋은지 제가 아카라카를 안 갔는데도 이해할 수 있어서 그 점에서 띵동 님이 글을 잘 쓰시고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 읽었고요. 그리고 저는 좌석 배치도도 제가 아카라카에 안 갔으니까, 글에서 이걸 처음 봤는데 사실 왜 이렇게 했는지 잘 모르겠는 거예요. 그러니까 ‘당연히 이렇게 배치하면 안 보일 텐데 왜?’라는 생각을 하면서 봤던 것 같아요.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서 장애인권위원회 인터뷰를 하신 거잖아요. 그게 대단한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제가 좀 낯을 좀 가리기도 하고, 인터뷰를 잡아서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 굉장히 부담스럽더라고요. 제가 교지 단체 일원으로서 이렇게 말하기가 좀 웃기긴 한데. 이런 기획에서 본인의 경험을 적는 것뿐만이 아니라 여기서 더 나아가서 관련된 단체와 컨택을 해보고 인터뷰를 진행해서 그 내용을 또 실을 수 있었다는 게 저는 품도 많이 들고 힘들었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글이 좋고 풍부한 기획이었다고 느껴서 이 문제를 이해하는 데에 되게 좋은 글의 형식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최고다.
띵동
감사합니다. 사실 인터뷰를 안 할 수가 없었던 게, 제가 알고 있는 부분이 단편적이라 이걸 보도해도 될지가 너무 애매해서 사실은 팩트 체크를 위해서라도 인터뷰를 할 수밖에 없었어요.
비상
근데 그걸 보도해도 될지 모르겠으니 팩트 체크를 인터뷰를 통해서 본격적으로 하셨다는 것 자체가 진짜 대단한 것 같아요.
데어
인터뷰 질문을 너무 잘 짜신 것 같아요. 궁금했던 내용이었고, 그런 부분을 물어봐 주셔서 술술 읽었어요. 전혀 읽기 어렵다거나 읽다가 길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고요. 그리고 2학년 때는 제가 학생회를 좀 열심히 해서 아카라카 당일날에 현장 인솔 담당이었는데요. 진짜 응원단이 소통이 안 되더라고요. 너무 힘들었어요. 가뜩이나 그 현장이 굉장히 소리가 크고 관여하는 사람도 많고 그래서요. 응원단이 아카라카를 주도하는데 총학생회도 어느 정도 개입을 하긴 하니까 소통 체계가 두 개가 돼서 더 오류가 나는 일도 있더라고요. 비장애인 학생들은 이동이 자유로운데도 소통하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이동이 어려워서 당장 관계자에게 가서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전달할 수 없다면 더 소통이 어려웠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부분이 개선이 안 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고, 그리고 장인위 회장의 말을 들으면서 이 일련의 배리어프리 정책들이 응원단이 주도해서 이 구역은 배리어프리 하게 하자는 게 아니라 응원단이 얼개를 짜놓고 거기에 장인위가 개입해서 배리어프리 해야 한다고 관철시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처음부터 (배리어프리에 대해서) 고려를 아예 안 하는지 의문이 들어서 그 점도 너무 어이가 없었던 것 같아요. 아카라카가 연세대에서 하는 가장 큰 행사고, 다른 학교였으면 사실 아카라카가 가장 큰 행사였을 거예요. 왜냐하면 연고전이 없으니까. 이렇게까지 의미 부여하긴 싫은 행사이긴 한데요. 아카라카가 대학생활의 큰 부분이고 사실 많이들 기대하는 부분인데, 장애인 학생들이 행사를 제대로 즐길 수 없고 그럴 기회를 가지기 어렵다면 그리고 피드백마저 안 된다면, 얼마나 짜증이 나는지 현실을 잘 전달해 주신 기사라 좋았어요.
예인
주제랑 좀 동떨어져 있기는 한데 저는 그게 좋았어요. 마지막 페이지에 ‘학내 구성원 모두가 장애인권 향상을 위한 행동을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다’ 이 문장을 쓰시면서 혐오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방법이고, 장애인의 반대 개념으로 정상인・일반인 대신에 비장애인을 써야 한다는 걸 어떤 마음으로 쓰셨을까? 사실 지치는 얘기일 것 같거든요. 왜냐하면 이걸 뭐 한두 번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계속 얘기하고 있는데 이 글은 혐오 표현에 관한 얘기도 아니고 배리어프리한 학교 축제라는 주제가 확실히 잡혀 있잖아요. 그런 데서 이런 지치는, 항상 얘기해 왔던 것들을 또 이렇게 꺼내면서 어떤 마음으로 이런 내용을 마지막에 넣으셨는지 궁금했던 것 같아요. 저라면 생각도 잘 안 났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너무 당연하니까. 그래서 사려 깊다는 생각도 들었고, 이런 개념이 없는 독자를 계속해서 고려하고 있다는 점도 사려 깊었던 것 같아요.
시후
사려 깊은 것이기도 하지만 좀 슬프기도 하네요.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예인
그래서 궁금했어요. 어떤 마음으로 마지막에 이렇게…….
띵동
사실 생각보다 큰 느낌은 없었고요. 인터뷰에서 나온 내용이었어요. 장애인권위원장님께서 장애인식개선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과 학생들에게 바라는 바로 당부하신 내용 중에 이런 게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걸 누차 강조하는 부분도 있었고요. 저는 이런 걸 얘기하는 게 딱히 막 지치지 않는 게 자동으로 나오거든요. 그냥 ‘그거 그렇게 하면 안 돼’라고 바로 나오는 거라서 마음이 어떻고 하는 것도 별로 없어요.
예인
그런 게 너무 쉽지 않다고 생각해서요.
데어
맞아요. 사회적 약자는 항상 끊임없이 질문에 대답하고 자기를 설명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하잖아요. 비장애인 학생과 똑같은 행사를 똑같이 즐기기 위해서 끊임없이 이렇게 계속 따지고 무언가를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 저였으면 피곤하다고 느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예인과 비슷한 감상입니다.
예인
제가 연세에 134, 136, 137호 이렇게 세 번 동물권과 관련한 글을 썼는데, 글을 쓰면서 계속 제 마음이 조금씩 더 깎이고 그릇이 작아진다고 해야 하나요? 점점 더 배려가 없어지는 거예요. 제 글을 처음에 썼을 때는 아주 친절해요. 이것저것 다양하게 설명을 많이 해줘요. 그런데 뒤로 갈수록 앞에 했던 설명을 저도 모르게 안 하는 거예요. 한 1년 동안 쓰면서 조금씩 조금씩 뭔가 마음이 고작 그 1년 동안 줄어들었던 건지 아니면 뭐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래서 좀 궁금했습니다.
띵동
아마 그 답변이 안 나왔다면 저도 이걸 넣었을지 잘 모르겠어요. 인터뷰에서 그 내용이 나왔고 인상깊고 분명히 아직 학내에 이 정도 인식도 없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테니까 (이 내용을) 넣을 만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어쨌든 장애인권위원회장분께서 당부 차 말씀하신 거니까 저도 그 말을 싣는 사람으로서 한 번 더 외쳐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시후
저는 생명대여서 바로 (배리어 프리석) 그 뒤에서 봤어요. 작년 2023 아카라카를.
띵동
제 뒤에 계셨군요. (웃음)
시후
(웃음) 배리어프리석 바로 뒤에 제가 있었거든요. 심지어 제가 (띵동 님) 휠체어를 본 기억이 있어요. 행사 당일에는 당연히 노느라 생각이 안 났지만, 나중에 돌이켜 보면서 ‘이게 보이나? 나도 안 보이는데. 나도 앉아 있으면 연예인들이 안 보여서 전광판으로 봐야 하는데 앞에는 사람들이 서 있고 통제도 안 되고……’ 저희는 그래도 서 있으면 안전요원들이 앉으라고 말을 하거든요. 청춘석 사람들에게는 앉으라고 뛰지 말라고 말도 못 할 텐데. 연예인이 T자 무대 가장 앞에 나와 있지 않은 이상 안 보일 것 같은데, 저희도 연예인 제발 나와달라고 사진 좀 찍게 기도 많이 했었어요. 인터뷰가 없었으면 응원단이랑 장인위 두 곳 다 원망만 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인터뷰가 있으니까 ‘그래도 생각은 적어도 있구나. 노력할지 안 할지 모르겠지만, 무언가가 하고는 있구나. 실현되지 않았을 뿐이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올해는 적어도 자막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노천극장이니까 경사도 있고 공간도 적어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을 텐데, 그래도 자막은 공간과 관련이 없으니까 그 정도는 올해에 개선된 모습이 있었으면 좋겠고 올해도 안 바뀌면 이건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저 혼자 생각했어요. 위치가 바뀔지는 잘 모르겠어요.
비상
위치 바꿨으면 좋겠는데요.
시후
앞쪽이었으면 좋겠는데. 청춘석 간 사람들 얘기 들으면 그렇게 시끄럽지 않은 것 같던데요.
데어
석가탄신일 때문에 일정이 당겨져서 장인위에서는 요청이 늦었다고 하셨지만, 아카라카 일정 자체가 너무 빠듯하게 흘러가서 장인위가 파악했을 때는 이미 늦었던 것 같고요. 그래서 실시간 속기를 안 했던 것 같고. 응원단이 배리어프리석을 본격적으로 응원단 내에서 관리하겠다고 하기에는 응원단 자체적으로 응원 연습하고 그 티켓 판매나 암표 관리하는 거에 신경을 쏟는 것 같아요. 그래서 배리어프리가 뒤로 밀린 게 사회적 약자가 늘 당하는 일이지만, 그런 상황이 된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 봅니다.
데어
사실 저는 정말 공감하면서 읽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 꼭지가 도서관 관련한 꼭지인데, 제가 사서를 진로로 생각하고 있기도 해서 이게 나의 미래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읽어서. 느루 님이 도서관을 콕 집어서 말씀해 주신 것이 감사하기도 했어요. 도서관이라는 공간 특성상 조용하고, 그렇게 많은 일이 일어난다고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아서 이런 민원이 들어온다는 것을 사람들이 잘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더라고요. 행정복지센터에서 민원이 많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는데 5-6년 전에 사서가 악성 민원인에게 칼을 맞은 적도 있어서 꼭지 중 하나로 다루어주신 점이 좋았습니다.
단(丹)
저는 도서관 부분을 말씀해 주신 것이 최근 지자체에서 여러 도서관이 줄고 있는 동시에, 코로나를 거치며 도서관에 대한 사람들의 니즈가 분명히 확장되었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도서관의 절대적인 수가 줄어드는데 도서관에서 더 많은 콘텐츠를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으로 인해 공무원들이 더욱 과다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환기해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의 도서관은 옆의 체육센터와 연결되어 있어서 체육센터 수영장의 습기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더라고요. 그런데 그것을 지자체가 특수한 업체를 지정한다기보다는 근무하고 계시는 분들의 재량에 따라 처리해야 하는 부분이 어려움으로 기능하는 것 같았어요. 고충들이 다른 직군에 비해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았는데 그런 안타까움을 잘 짚어낸 글이라는 생각이 들어 좋았고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시후
지난 여름 방학 때 도서관 봉사 활동을 이틀 했는데 허리가 부러질 뻔했거든요. 저는 민원을 담당했던 사람이기도 하고,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둘 다 가지고 있어서 양측을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얼마 전 여권을 발급받으러 갔을 때 불친절하게 응해주셔서 기분이 좋지 않았거든요. 어딘가의 균형을 우리가 찾아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띵동
저도 사실 마지막에 도서관 언급된 부분이 좋았는데요. 물론 지금은 도서관이 양적 팽창을 하다 못해 거꾸로 줄어드는 추세로 변하긴 했지만, 도서관이라는 공간, 장소에 대한 고민 없이 도서관을 문화 시설의 총체로 이용하려는 것으로 보이고, 도서관의 본질적인 목적, 존재 의의 같은 것들은 고민 없이 이런저런 기능을 욱여넣는다는 생각을 자주 했던 것 같은데 그런 점을 글에서 짚어줘서 저는 좋았던 것 같아요.
야자수
저는 학교가 학생이 주인인 것은 맞지만, 학생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글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런 내용을 담고 있는 글인 것 같아요. 특히 74페이지에 송도캠퍼스에서 살았을 때 청소 노동자들의 파업과 퇴업이 일어나서 1학사에 개미가 출몰했다는 해프닝을 적어주셨는데, 극단적으로는 학생들이 이렇게도 말할 수 있잖아요. ‘우리가 등록금을 냈는데 저 사람들은 왜 자꾸 파업과 태업을 하지?’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저는 이게 소비자 중심적인 태도라고 생각하거든요. 정작 학생들은 쓰레기를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무능력해지는 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소비자 중심적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걸 글로 잘 말해줬던 것 같아요. 학교 구성원 중에서 청소노동자분들과 학생이 돈과 노무로만 교환될 수 없는 관계고, 그들이 없으면 우리가 무기력해지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잘 풀어낸 글인 것 같습니다. 학교에 우리가 모르는 노동이 많다고 말하며 글을 맺는데, 저도 길을 걷다가 잡초를 뽑는 사람을 정말 많이 봤어요. 저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게 일이니까 하고 계셨을 거잖아요. 생각보다 학교 곳곳에 내가 모르는 노동이 많다고 느꼈어요. 내가 직접적으로 만나는 어른은 교수밖에 없긴 하지만, 학교가 굴러가기 위해서는 많은 노동이 필요하고, 청소 노동이나 경비 노동뿐 아니라 사무직 같은 교직원의 노동도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는 글이었던 것 같아요. 청활에 대한 글이었지만, 더 많은 노동을 상상할 수 있는 글이었던 것 같아요.
데어
저도 야자수가 한 말에 정말 동의하는 부분이 우리가 학교에 다니며 보지 못하고, 상상하지 못하는 노동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글이라는 점이었어요. 청활이 방학 때였는데 이때 못 갔거든요. 청활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앞부분에 묘사해 주신 글도 좋았고. ‘도서관 열람실 바닥의 검은색 얼룩이 지워지는 종류의 것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라는 부분은 저도 정말 처음 알았거든요. 내가 학교를 지금껏 다니면서 못 보고 넘어간 일들이 이렇게 많았나? 하는 반성을 했고요. 저는 독자를 그렇게 반성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이 글이 되게 좋은 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단(丹)
저는 학교 동아리 중에 도토리 줍는 동아리를 잠깐 했거든요. 도토리가 떨어지는 계절에 도토리를 주워 모으는 간단한 활동이었는데요. 이게 청소와 관련된 활동은 아닌데, 매일매일 거기서 도토리를 주우니까 주울 게 하나도 없어서 한 일주일 농땡이를 피웠거든요. 다시 가 보니 일주일 만에 도로에 도토리가 가득 쌓여있는 것을 보고 내가 등굣길에서 가끔 10분씩 하는 일도 이렇게 많은 뒷일을 요구하는데, 나머지 공간은 누가 관리를 하는 것인지 생각하게 됐어요. 나머지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잖아요? 식당만 해도 식당을 관리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고요. 이용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그것을 뒤처리해야 한다는 생각 없이 이용을 마구 하는데 그걸 관리하는 분들은 그 안에서 계속해서 남기고 간 흔적들을 계속해서 마주하시는 거잖아요. 우리가 알고 있는 공간과 공간을 관리하시는 분들이 보는 공간이 너무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노동에 대한 인식 없이 남겨두고 간 뒷자리들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글이었습니다.
띵동
저는 어떻게 청소가 되는지도 몰랐는데, 그 내용 자체만으로도 많이 깨닫게 하는 글이었던 것 같고요. 청소도 그렇고 우리가 의식하지 않는 노동이 수없이 깔려서 우리가 공간을 이용하고,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일 수도 있는데 그런 점을 상기할 수 있는 글이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특히 비가시화될수록 인식되기란 어려운 일이고, 자꾸만 생각해야겠다고 상기하지만, 또 자꾸만 잊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라 이런 글이 공일오비에 실리는 것이 영광이었던 것 같아요. 기고해 주신 것도 감사했고, 특히 예전 17호에 편집위원 모자가 써주신 <보이지 않던 노동을 마주할 때>라는 글과도 연속성이 있어 저로서는 여러모로 공일오비에 실려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글이었습니다.
야자수
저는 공일오비의 디자인을 너무 좋아하는데요. 항상 좋아해 왔고, 표지도 좋아하고 그런데 이 파트는 기획을 잘하셨다는 게 느껴져서 신기하게 읽었던 것 같아요.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면 저는 이 공간의 재구성이라는 제목도 괜찮을 것 같지만, 할머니와의 관계가 재구성되었다는 점이 더 크게 와닿았던 것 같아요. 친하지도 않은 할머니 집에 대뜸 찾아가서, 찾아가는 과정을 적은 거긴 하지만, 그게 쉽지 않은데 그것을 했다는 점에서 도전적인 여행이라고 느껴졌고요.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저에게는 조금 더 와닿았던 것 같아요. 아버지 없이 할머니와 만나는 경험은 할머니를 새로 알아간다는 점에서 공간의 재구성이기도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재구성해 나가는 여행이었다는 점에서 아주 인상깊게 읽었고 이 모든 우당탕탕 말괄량이 같은 게 느껴져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단(丹)
저는 공간을 알아가는 것이 주도권 혹은 내가 무언가를 직접 하고 있다는 자존감, 고양감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준다고 생각을 해요. 오월 님이 예전에는 계속해서 차를 타고 내가 모르던 도로를 통해서 익숙한 공간에 도착했다고 하지만, 결국에는 그 길 위에서 글을 쓰신 것은 계속 가만히 앉아 있어야만 하고 운전하는 사람들이 이끄는 대로 가야만 했던 경험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제가 직접 운전을 배우기 전에는 항상 누군가가 원하는 곳으로 내가 가야만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여행이 즐겁다는 기억이 별로 없었거든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내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길을 통해서 간다는 것 자체가 내가 이 공간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때 내가 있었다는 감각을 더욱 강하게 해준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요즘 사람들이 예전과는 달리 많은 이동을 한다고 할 때 터널을 사용하기도 하고 KTX를 탄다면 오랫동안 산맥을 뚫고 가기도 하고 그런 경험이 있잖아요. 그런 시간이 있을수록 사람들이 자신이 있는 공간에 대한 이해가 줄어드는 것도 있다고 생각을 해요. 이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은 어떻고. 이 공간이 어떤 식으로 변화해 왔는지를 생각하기보다는 스쳐 지나가는 통로로 생각을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저 또한 글을 읽으면서 내가 지금까지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스쳐왔던 공간들이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있을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고, 주변의 공간에 대해서 예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주변 공간에 대해 잘 인지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데어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브런치가 아니라 책을 읽을 걸 그랬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글이 공동기획의 첫 번째 글인데, 왜 순서를 이렇게 구성하셨는지 알 것 같아서요. 이 글이 첫 번째 글로 잘 어울리는 것 같아 그 점이 좋았고요. 공간에 관한 공동기획이어서 공간이 무엇인지, 우리가 이렇게 비대면으로 공간 없이 서로를 만날 수도 있는데 우리는 왜 아직도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공간과 사람이 어떻게 겹치는지를 글을 읽으면서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고요. 그래서 오월 님께서 광주와 할머니 댁이라는 공간을 알아가는 것과 동시에 할머니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며 할머니를 알아가는 풍경이 겹치는 글이 너무 좋았습니다.
시후
마지막 문단 첫 번째 문장에, ‘공간은 비물리적이면서도 물리적’이라고 하는데 이게 정말 공감되었던 것 같아요. 공간은 그 자체로 존재하지만, 우리에게 있어서 추억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기억이나 이런 것을 되살려주기도 하고 어떤 감정을 주기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어떤 공간에 갔을 때 어릴 적의 추억을 생각한다거나, 어릴 때 부모님과 같이 갔던 곳을 다시 가 보면서 그때는 이랬는데 지금은 이렇게 됐구나 하고 생각한 경험이 많이 떠올라서 이 글이 개인적으로 와닿았던 것 같아요.
야자수
단이 해준 이야기가 핵심을 말했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 공간을 자기의 선택으로 그 공간을 알아감에 있어서 자기의 주체성을 발휘했느냐 아니냐가 이 글의 핵심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제목도 이런 것 같고요. 친척 집 갈 때, 외가집 갈 때 제 의지로 간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아버지 혹은 어머니의 의지로 가지, 제가 제 의지로 간 적이 없어서 더더욱 이 글이 오월 님의 주체성이 많이 드러나는 여행이자 글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글 전반적으로 가을에 읽을 법한 청소년 단편소설 같은 느낌이 듭니다.
띵동
단편소설 코멘트 백번 공감하고요. 편집 과정에서 피드백하면서 굉장히 잘 읽힌다고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같은 맥락으로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저도 이 글이 나온 다음에 오월과 비슷하게 저도 저의 시골 할머니 댁으로 간 적이 있는데 거기로 기차를 타고, 그곳의 장애인 콜택시를 타고 이동하면서 부모님 차에 타서 가는 것과는 100% 다르고, 여러 지역을 지나오는 기억들도 어떤지 더 눈에 들어오고 그래서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라는 것이 더 와닿았어요. 그 경험을 하고 나서 이 글을 다시 읽으니 더 많은 것이 와닿는 느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영원
진행 상황을 전달하려고 했지만, 이용자로서 운영자가 이 공간의 구석구석을 얼마나 신경 쓰면서 운영하고 있었는지 전달하는 기사는 없는 것 같아서 그 부분을 전달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플랫폼 P가 특별한 이유 없이 없어지면 안 되는 공간이라는 플랫폼 P 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싶어서 썼던 글이었습니다.
데어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되게 화가 났는데요. 플랫폼 P에 대한 게 아니고 사건 전반에 대한 분노였는데, 작년 한 해 동안 도서관계도 타격을 많이 받았지만, 단순히 도서관만 탄압을 받은 것은 아니고 출판 문화계 전반에 대화도 없이, ‘이쪽 산업은 더 이상 필요가 없다’라고 말하는 것 같은 태도를 너무 많이 봐서 이 글을 보며 그게 다시 생각이 나서 화가 났어요. 도서전에서 플랫폼 P 부스를 봤던 것도 생각이 나면서, 영원 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보니 영원 님의 의도에 되게 충실한 독자가 되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시후
저는 사실 마포구민이고, 마포구에 살고 있고. 그런데 저런 게 있는지도 몰랐어서 읽으면서 많이 부끄러웠어요. 글을 쓰는 단체에 있다 보니 저런 곳이 있으면 어쨌든 누구에게나 다 좋을 텐데 왜 없애려는 움직임이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나, 화가 난 것도 있었고요. 그래서 마포구민으로서는 부끄럽고요. 거기를 가 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해서 직접적으로 체감이 되지는 않지만, 그 공간을 없애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거에서 저는 이해가 안 갔어요. 왜 그런 움직임이 있지? 저는 충실한 독자가 되지 못한 것 같네요.
영원
그 공간을 없애려는 움직임이 왜 있는지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하자면, 당시 마포구청장이 -구민들의 투표로 선발되는 사람이니- 플랫폼 P는 마포구에 살지 않더라도 들어와 레지던시를 가질 수 있으니까 마포구청장의 입장에서는 마포구민이 아닌, 자신에게 표를 주지 않는 사람에게 장소를 제공할 이유가 없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마포구에 거주하면서 출판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자격에 제한을 뒀고 이것은 출판계 허브로서의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 이런 처사가 부당하다고 말했던 것 같습니다. 이유는 명백히 보였던 게, 마포구청장이 선거를 앞두고 표가 필요했어요. 사실은 회의하는 문건/시의회 회의록도 봤는데 대화에서의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그리고 그 무엇보다 절차를 중시하는 행정에서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는 점이 저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단(丹)
저는 지방에서 살다가 서울에 올라온 지 얼마 안 된 입장에서 경의선 책거리가 마포구의 이미지에 큰 영향, 중요한 랜드마크라고 느껴졌거든요. 이 네이밍에서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 그런 공간에서 사람들이 출판이라는 것을 향유하고 있고 연결된 하나의 정체성인 것처럼 느껴졌는데 어떤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지키려고 하는 정체성을 억지로 안 보이게 감추고 없애는 과정에서 권력이 동원되는 과정들이 너무나도 빈번히 일어나지만, 점점 그런 것들이 더 확대되고 있고요. 이런 일들도 영원 님의 글을 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일이니까. 이런 일들이 특정 정체성을 훼손하려는 일들이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실질적으로 대응할 방법/실질적 극복 방안을 생각해 보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야자수
첫 번째로, 원래 사람마다 좋아하는 문체가 있잖아요. 저는 무언가 관찰을 잘한 문체를 좋아하거든요. 내가 직접 그 공간에 가지 않아도, 글만 읽어도 잘 떠오를 수 있어서요. 마치 내가 이 공간에 있는 것처럼요. 그런데 이 글이 그랬던 것 같아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인데, 이런 아크릴 블록을 이렇게 하면 뭐가 나오고 이런 것들을 자세히 써주시고 공간이 곡선인지 직선인지 써주셔서 아주 상세하게 써주셨다는 느낌을 받았고요. 질문이 있는데 ‘3층에 출판 제작 큐레이션이 마련되어 있다, 종이의 사양과 종류 두께에 따라 후가공 샘플북을 만들어두었다’에서, 샘플북 일반인도 볼 수 있나요?
영원
3층은 입주사가 있는 공간이라서 일반인이 보기는 어려워요.
야자수
다들 겪으시겠지만, 출판사에 제작 넘길 때 항상 정해져 있는 것으로만 넘겨서 다른 것을 도전해보고 싶은데 아는 게 전혀 없다 보니 ‘이런 것도 있구나! 나도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 번째로는 저는 이 문단이 좋았어요. ‘남아 있는 질문들 하나, 마포구의 주민은 누구인가?’ 책이라는 것도 그렇고,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지역에만 해당하는 산업도 없고, 그 지역에서만 일을 하고 주거하고 그런 것도 없는데 과연 이런 질문이 검토되지 않고 이런 식으로 소급 적용을 해 버린다는 것은 너무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포도 생활권 서울이라고 서울에 편입한다고 하고 그런 모빌리티를 아주 혁신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는데, 왜 마포구청장은 책의 특수한 성질을……? 네. 모빌리티의 발달이라는 단어가 잘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책의 물성이 한 구에만 몰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인지했던 것 같고. 영원 님이 이게 마음에 안 드셨다고 하셨잖아요.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 저는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너무 많이 봐서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영원 님의 말을 듣고 보니 행정 일을 하는 사람들은 이유가 뭐가 되었든 행정 절차가 되게 중요하고 그들이 절차를 중요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사법부, 입법부, 행정부 다 엄청나게 어려운 법 조항을 두고 있는데요. 그렇게 어려운 법 조항을 둔 이유는 행정적 절차를 지킴으로써 누군가의 권리가 쉽게 훼손되지 않게 하기 위함인데 그런 것조차 지키지 않으려고 하는 세금을 먹는다고? 그래서 영원 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왜 대화는 이뤄지지 않는가 하는 질문도 중요한 질문인 것 같네요. 이 사람들이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데 꼭 필요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띵동
저는 사실 이런 사람들이 대화에 참여하겠다고 나설 때도 무서워요. 이 사람들이 알고 있는 대화의 정의와, 우리가 알고 있는 대화의 정의가 너무 달라서요. 이 사람들은 자기가 그냥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대화에 참여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참 착잡합니다.
시후
저는 낡은 신도시라는 말이 웃겼어요. 신도시는 새롭게 지어진 도시라는 건데, 어떻게 새로운 게 낡을 수 있을까? 신도시가 아닌 것 아닐까 하고 처음에 생각했고요. 이 다리가 무너진 사건이 하나 나오는데 이런 사건이 있었던 것조차 기억을 못해서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사람이 죽었으니 기억을 했어야 했는데 왜 기억을 못했을까 싶기도 해요. 집 근처에 학교가 있는데, 그 학교의 강당이 지금 위험 판정을 받았어요, 건물이 노후화가 되어서요. 그런데 수리 작업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거든요. 그것도 많이 생각이 났어요. 단지 신도시만의, 정자교만의 문제가 아니고 옛날부터 지금까지 계속 지적이 되는데도 똑같다고요. 그래서 조금 더 알아봤는데, 여기가 서울시에서 돈을 지원하는 학교인데 서울시에서 보수 공사를 할 돈을 주지 않았다고 알고 있어요. 야자수가 했던 말처럼 이런 식의 행정 절차가 익숙하지만, 이 잘못된 고리를 왜 끊지 못하는지 화가 나는 글이었습니다.
영원
저는 이 글을 파란이 쓰시는 걸 보면서 재밌었던 부분은 오월의 글은 기억이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제 글은 이 공간의 지속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면, 사람의 글은 공간을 이루는 어떤 기반 시설, 구조, 건축물을 가지고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 또 각자가 다른 방식으로 글을 써 나가는 것 같았어요. 사실 그 낡은 신도시라는 게, 저는 약간 형용 모순이라고 생각해서 되게 재미있는 제목이라고 여겼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처음에 이곳을 지었을 때는 서울에 있는 인구들을 분산시키기 위해서 수도권과 가까운 지역을 도시로 개발했다면 사실은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쌓이면서 도시가 낡기 마련인 거잖아요. 그러면 결국에는 모든 새로운 건 오래된 것이 될 거고 낡은 게 될 텐데 그 낡음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좀 고민해 보게 만드는 글이었던 것 같아서 그리고 특히나 파란이 살고 있는 동네이기도 해서 더더욱 저는 이 공간 기획에 있어서 필요한 글이라고 생각했어요. 파란이 꼭 이 글을 끝까지 써주기를 응원했던 기억이 있어서 같이 얘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야자수
저는 이번 호에서 이 글을 가장 좋아하는데요. 이 글도 품이 많이 들어간 것 같아요. 인터넷에서 엄청나게 많은 자료를 찾은 게 보여서 그 점이 인상 깊고, 여러분이 언급해줬다시피 제목이 마음에 들고요. 일단 자기가 발 딛고 살아가는 지역에 대해 이렇게 톺아볼 수 있는 지역주민이 있다는 것 자체가 분당은 큰 아웃풋을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거든요. 저는 의정부에 사는데, 어떤 점에서 비슷하냐면 파란이 성남시가 돈을 어떻게 썼는지를 역추적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저도 비슷한 것을 의정부 문화재단에서 해 봤는데요. 여기서도 분당구가 시 승격 50주년으로 몇 억, 몇 천만 원이 풀렸다고 쓰인 문장이 있었는데 그즈음에 경기도에 시들이 많이 생겼거든요. 그 행사가 중요한 행사인가 봐요. 제가 인스타 스토리에 ‘여러분 시 승격 60주년으로 돈이 풀려서 이런 재미난 무료 공연이 생겼나 봅니다. 지방세 누리러 가세요’라고 말했는데 공무원들이 그거 보고 화나서 직접적으로 하진 않았지만 돌고 돌아서 그걸 내려달라고 저에게 연락이 왔어요. 저는 너무 이해가 안 돼서 ‘지방세도 맞는 말이고 지금 시 승격 60주년이 아니라 그 점에 혹시 화가 났다면 그것도 문제가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실질적으로 시 승격 60주년 행사에 얼마가 들어갔는지를 재단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봤어요. 공연을 만드는 데에만 6억이 들어가는데 지방세라는 단어를 언급했다고 공무원들이 열이 뻗치는 게 너무 어이가 없는 거예요. 저도 시에서 돈이 어떻게 관리되는지 고민한 적이 있어서, 파란의 고민이 너무 이해되었고 소중한 고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역 신문에 기고해도 좋을 글인 것 같아요.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저는 건축공학과가 아니다 보니 교량, 교각이 어떻게 지어지는지를 잘 몰라서 그림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켄틸레버가 있다면, 간단한 사진 한 장이라도 넣는 거죠. 그럼 좀 더 이해가 잘 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에 대한 비평은 하지 않고 제 얘기만 한 것 같은데요. 글에 대해서 더 이야기해 보자면, 정자교가 붕괴하고 이후에 시 각 부처가 어떤 식으로 행동했는지를 잘 아카이빙해준 것 같아요. “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줘”라고 하는 지점이 너무 철없는 어린아이의 태도처럼 느껴졌고, 그게 안 되는 이유도 잘 적어줘서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구분을 딱히 생각하지 않고 사는데 이런 지점에 있어서 한 번 구분해 주고, 이렇게 아카이빙을 해줘서 둘의 역할을 잘 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데어
저도 시후 님이 말씀하신 낡은 신도시라는 아이러니에 너무 공감했는데요. 한편으로는 경기도의 위성도시들을 아직도 신도시라고 불러서, 이런 유지보수에 대해 관심을 덜 가지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지난 정자교 사고는 23년 4월에 일어난 일이지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10월에 있었던 이태원 참사도 행정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서 일어난 사고라는 점에서는 비슷한 맥락 위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었어요. 정자교도 처음부터 크게 부실시공이 되어서 터진 것이 아니라, 그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그 이후로 꾸준히 신경을 쓰고 설령 관리의 결과가 아무 일 없음으로 나타나서 눈에 띄지 않더라도 관리를 해야 했는데 그게 잘 이뤄지지 않아서였다는 점이 어이없는 지점이었고요. 다리가 무너졌으니 그 주변 교통 같은 데에서 문제가 생겼을 텐데 총책임자인 성남시장이 자기는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고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 화가 나고 어이가 없었어요. 그런 부분까지 끝까지 다뤄주신 점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띵동
저도 이 글이 품이 많이 들었다는 것에 공감이 많이 된 것이, 예산안 볼 때 깜짝 놀라서 언뜻 봤는데 숫자가 너무 많아서였어요. 저는 숫자 울렁증이 있어서 힘들었거든요. 그때 파란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요. 엄청나게 열심히 조사를 해서 쓴 글이고, 또 되게 잘 썼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해 주신 코멘트들이 파란에게 큰 자신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야자수
마지막으로, 제목을 언급해 주셔서요. 제목 비슷하게 맨 마지막에 그런 문장이 있거든요. ‘휘어지고 무너진 다리 거꾸로 가는 에스컬레이터 그리고 금이 간 아파트는~’ 여기요. 웃겼습니다. 글을 잘 썼다는 생각이 듭니다.
데어
저는 비장애 학생이라서 장애인 휴게실이 위당관 안에 있다는 것만 알고, 사실 그 근처를 제가 동선상 그 근처를 자주 안 가거든요. 휴게실이 정말 있다는 것만 알고 가끔 봐도 불이 보통 꺼져 있어서 ‘누가 이용을 하는 거겠지, 저 공간이 관리되긴 하는 거겠지’라는 생각을 가끔 하곤 했는데요. 띵동 님 글을 읽으면서 이 공간이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지 알게 됐어요. 띵동 님께서 교육과학관 오르막길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게 엄두가 안 나서 위당관 장애학생휴게실을 자주 이용한다고 하셨을 때 정말 그렇겠다 싶었어요. 그 오르막길은 끔찍하니까요. 그래서 휴게실이 실제로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어서 좋았고요. 그리고 그 공간을 통해서 장애학생들끼리의 어떤 쉼과 네트워크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신 게 되게 좋았어요. 그러니까 아까도 말했듯이 공간을 아는 것과 그 공간에 있는 사람을 아는 건 굉장히 밀접하게 연관된 일인데 공간이 어디 있는지 잘 모르니까 공간에 대해 잘 모르거나 공간을 잘 이용하지 않아서 그런 네트워크가 이루어지지 않는 건 안타까운 일인 것 같았고요. 사실 저는 제가 문과대 학생이라 위당관에 장애학생휴게실이 있으니 당연히 단과대마다 하나씩 있을 거라고 추측했는데 이과대와 공과대에 장애학생휴게실이 없다는 걸 이 글을 통해 처음 알아서 그게 정말 충격적이었던 것 같아요.
야자수
저도 어쨌든 그 팻말이 있다는 정도만 알지, 안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니까 궁금했었어요. 들어갈 수도 없고요. 근데 학내 언론에는 이런 글이 마땅히 실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캠퍼스에 사실 어떤 공간이 있는지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아는 것만으로도 학교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거잖아요. 이런 사람들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으니까 필요한 글이라고 생각했고, 또 저 개인적으로는 내부를 잘 상상할 수 있어서 재밌었던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106페이지의 ‘누울 장소가 있다는 것은 거기서 휠체어에 누워 있는 것도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내포하니 말이다.’ 이 문장을 읽었을 때 띵동을 한 칸씩 더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이었던 것 같아요. 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그 자세에 대한 걸……. 예를 들어 의사소통에 대해서만 생각했지, 가만히 말 안 하고 있을 때의 자세까지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서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었어요. 새로운 지점을 알아가서 좋았고요. ‘그래서 띵동이 토퍼가 있는 사회과학대 공일오비로 들어갔나’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거기에는 누울 수 있는 사람, 누워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시후
저도 다른 분들처럼 장애학생휴게실이 있다는 걸 처음 들었고, 생명대생으로서 이과대나 공과대에는 그런 게 없다는 게 너무 아쉬웠어요. 물론 제 주변에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 거의 없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게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문과대나 사과대에 있는 분이 우리 학과를 복수전공을 할 수도 있으니까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존재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서 생명대 건물이 지어질 때 하나는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제목이 ‘나만 아는 곳? 모두가 아는 곳!’인데 이 글을 통해서 띵동만 아는 곳이 아니라 이제 저도 아는 곳이 된 것 같아서 굉장히 기뻤습니다. 그리고 저는 훌라후프가 계속 너무 기억에 남아요. 그 큰 걸 돌릴 수도 없는데 거기 있다는 게 너무 웃겼어요. 그렇게 아무도 할 수 없어도 존재하는 게 뭔가 의미가 있는 것 같아서 되게 재밌었습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띵동
읽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고요. 사실 훌라후프는 아직도 이유를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부러져 있으니까요. 멀쩡한 훌라후프면 이해가 될 텐데, 쓸 수 없는 훌라후프가 거기 있으니까 대체 이건 어쩌다가 부러졌으며 왜 여기 있을까 하는 의문이 늘 드는 물건이었거든요. 근데 아직도 이유를 모르겠지만 있더라고요. 그리고 그냥 저는 휴게실이 제가 많이 시간을 보내는 곳이라서 글을 쓰기도 했는데, 생각해 보면 제가 1학년 때 송도에 있을 때 제 기숙사 옆옆 방에 계신 학우님이 계셨는데 그분은 그러면 어디에 계시나 싶은 거예요. 그래서 그런 의문 또는 걱정이 들어서 마지막에 이렇게 썼고요. 아직 휴게실 수가 부족한 것도 맞고 공간이 협소한 것도 맞기 때문에, 특히 또 장애학생휴게실을 다룬 글은 많이 없는 것 같아서 이런 의견이 있다는 느낌으로 쓴 감도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단(丹)
저 같은 경우에는 비장애 학생이지만 제가 글이나 디지털 기기를 오래 보면 어릴 때부터 멀미가 계속 나거든요. 그런데 우리 대학교에 들어오고 대면 수업을 한 다음부터 계속 느꼈던 점이 학교에 사람들을 편안하게 있을 수 있게끔 하는 공간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저는 위당관에서 수업을 듣는데 수업 중간에 시간이 뜨면 기다릴 수 있는 의자나 소파 같은 것도 부족하고 사람들은 계속해서 끊임없이 어디론가 이동하거나 잠깐 앉았다 일어나거나 기대거나 아니면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는 이런 모습들을 많이 봤거든요. 그래서 제가 언젠가 멀미가 좀 심하게 났을 때 위당관, 외솔관, 경영관을 계속해서 돌아다니면서 조금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찾으려고 했는데 마땅치 않다고 느꼈어요. 저는 이런 걸 가끔 겪는데 예를 들어서 학교에 왔다가 몸이 아파진 사람이나 장애 학우분들이나 아니면 좀 휴식을 할 만한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학교가 너무 딱딱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것 때문에 사람들이 학교 안에서 동방이나 자기가 쉴 수 있는 공간을 계속해서 찾아나가려는 노력들이 있고, 학교가 복지의 일환으로 이러한 목소리들을 많이 반영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하게 되었습니다.
데어
저는 이 글을 공일오비에서 쓴 게 좋았어요. 공일오비밖에 할 수 없는 말이라고 생각했고요. 제가 자도를 처음 이용한 게 작년이기도 하고 그것도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서 공백이 크다 보니까, 자도가 어쩌다가 거기에 생겼는지 어쩌다가 자도의 운영 주체는 자도 운영위원회가 되었는지가 궁금했거든요. 그런 부분을 소개해 주신 점이 좋았습니다. 왜냐하면 문과대학 외술관에도 비슷한 느낌의 공간이 존재하긴 하는데 거기는 운영 주체가 딱히 없거든요.
야자수
일단 저도 이 사태를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보고 있어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는데요. 자치도서관이 생겼을 때는 지금과 달리 학생들이 더 학생사회에 적극적이었고 그런 기류를 교직원도 충분히 알고 그런 걸 공유하고 있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는데도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걸 직접적으로 목격하니까 너무 속상했던 것 같아요. 저는 자치도서관의 자치라는 단어를 되게 좋아하는데, 학교에서 탑다운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무언가 해준다고 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원해서 이루고 가꾼 공간이잖아요. '스스로 다스린다'라는 한자 뜻으로요. 근데 그런 걸 모두가 공유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았어요. 교직원도 그렇고 사과대 학생회도 그렇고, 학생회도 분명히 자치단체인데 그들이 그렇게 느꼈다는 것에도 물론 그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겠지만, 그런 지점에서 안타까움을 느꼈고요. 사실 언젠가 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때를 대비하여 이 글은 문제 고발 의의도 있지만 아카이빙 용도로 필요한 글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자치도서관장님의 인터뷰 발언이 파란색 글자로만 되어 있는데 이것도 디자인적 요소로 되게 잘 읽혔어요. 이게 아니었으면 과연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알고 있는 사안이니까 대충 읽을 수 있는데 관장님의 말만 이렇게 파란색 글로 표시해줘서 더 자세한 마음을 들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데어
추가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학교 행정실에서 누워 있는 모습이 보기 안 좋으니 없애면 좋겠다고 한 것과 아까 띵동 님의 글에서 학교가 면학적인 것 때문에 일부러라도 학생들의 공간에 침대를 안 놓는 것 같고 눕는 것 자체가 학교에서는 금지되어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하신 것도 있고, ‘이미 학교에서 공부할 공간은 너무 충분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저는 도서관에 갈 수도 있고 사실 강의실도 비어 있으면 이용할 수 있고 이런데 왜 굳이 자도 공간을 없애서 스터디 라운지 형식으로 조성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게 됐던 것 같아요. 학교가 공부하는 학생들만, 우리가 고등학생 때 얘기했던 것처럼 학생의 본분에 충실한 학생만 학생으로 대접해 주겠다는 의도인가 싶어서 그게 불쾌하기도 했고요. 사실 이 사태를 저는 실시간으로 전달받지 못했고, 나중에 이 사건이 거의 끝난 다음에 자도 위원 누군가에게서 얘기를 들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자도 위원이 없는 자리에서 자도의 필요성이나 존치 여부에 대한 얘기가 나온 것도 그렇고, 그것도 사실 아까 그 플랫폼 P와 좀 겹쳐 보이기도 했고요. 어떤 권력을 가지고 이 공간에 대해서 마음대로 할 힘을 가진 사람들이 공간을 실제로 이용하는 사람들이나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지 않고 단순히 내가 그렇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게, 사회의 전반적인 모습과 닮아 있는 것 같아서 그게 너무 슬픈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야자수
할 말이 생각이 났는데 왜 말하기가 힘들었냐면 이 운동권 프레임이라는 문제가 좀 얽혀 있어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계속 저한테도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글에서도 운동권 프레임으로 보는 게 그렇게 적절치 않고 탐탁지 않다고 밝혀주기도 했고, 저도 읽으면서 그거에 공감했고요. 그런데 이건 운동권 프레임으로 볼 게 아니라 학교에서 내가 무언가 작당하고 싶은 게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이 ‘자도 거기 원래 운동권 애들 모인 데다 페미 도서 꽂혀 있고 거기 있는 애들 맨날 민요 튼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그게 운동권 또는 반운동권의 문제가 아니라 ‘그럼 너도 뭐 하고 싶은 거 있으면 가서 네가 원하는 책 보고 네가 틀고 싶은 노래 틀고 해라’라고 말하거든요.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도 운동권과 반운동권 프레임에 자기 자신을 가두고 있는 것 같아요. 자기가 발 딛고 살아가는 공간인 학교에서 멋지게 꾸미고 운동권, 반운동권과 상관없이 자기가 무언가 하고 싶으면 하면 되는 건데 그걸 그런 식으로만 보니까 이게 공식적인 회의에서까지 이렇게 왈가왈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단순히 무기력하지 않은 학생이나 학교 생활을 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갑자기 공간을 없애버리겠다고 하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생각에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오월
야자수의 말에 정말 공감해요. 학교에 애정을 갖고 학교를 주체적으로 바꾸어보고자 하고 우리의 어떤 것으로 만들어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행정이 너무 박한 것 같아요.
시후
저는 공일오비 표지에 있는 ‘[명사] 연희관 지하 015호 자치도서관에서 펴내는 사회과학대학 잡지’라는 문구를 좋아해요. 자기들을 확실하게 정의할 수 있다는 것도 너무 멋있고 이게 정체성인 것 같아서 정말 좋아하는데, 이 뜻은 자치도서관이 없으면 공일오비도 사실 없는 거잖아요. 자치도서관이 없어지면 또는 자치도서관이 무너지면 사회과학대학의 언론이 하나가 무너지는 거나 다름이 없는 거니까요. 저도 자치도서관을 굉장히 좋아해요. 지난 독자모임 때도 공간이 마음에 들었는데요. 다른 분들과 비슷하게 행정 처리를 왜 이렇게 하는지 화가 나기도 했지만, 저는 한편으로는 이 자치도서관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나다고 생각해요. 학교에 무언가 요구를 할 수 있고 우리도 도서관 공간을 운영할 수 있다는 힘을 보여준 것 같아서 설령 학교가 마음을 먹어서 이걸 없앤다고 해도 제2의 자치도서관은 분명히 어딘가에서 또 생겨날 것 같아요. 이 힘 때문에 또 제2의 공일오비도 탄생할 것 같아서 이렇게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기록해 두는 것 자체가 나중에 누군가에게는 분명히 선례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같은 언론인으로서 뿌듯합니다.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말씀을 드리면 이건 글 하나하나뿐만 아니라 글 전체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 청소 얘기도 그렇고 출판 얘기도 그렇고 다 보이지 않는 것의 중요성을 담고 있는 것 같았어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소외계층 약자의 이야기라고 일축하기보다는 보이지 않는 작은 행동들이 얼마나 중요한 것들인지 공일오비가 이번에 제대로 밝혀준 것 같아요. 우리가 마치 코로나 때 일상의 중요함을 깨달았던 것처럼 공일오비 19호는 사소한 일들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호인 것 같습니다.
데어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첨언할게요. 야자수의 말 너무 공감하고요. ‘정말 하고 싶으면 직접 해라. 남한테 떠맡기지 말고’라는 말을 하고 싶고 제가 연세지랑 문우를 하면서는 사실 학교와 트러블이 생기는 일은 없었거든요. 그거에 대해서 너무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일오비 외부에서 공격이 들어올 수 있다. 그럴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은 해봤지만, 그 주체가 사회과학대학일 것이라고는 상상을 못 해봤다고 해야 하나요. 왜 자치단체는 시스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지에 대한 생각도 좀 들었어요. 저는 우리와 대화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 혹은 나쁜 사람이라는 운에 맡겨둘 게 아니라, 자치단체는 학생들이 만든 단체이고 학교로부터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길 바라는 그런 글이었습니다.
띵동
감사합니다. 자도 사태 때 행정실 분들과 자도 운영위원회 분들이 모였을 때, 저희 몇몇이 자도에 있었거든요. 그런데 여기 글에 그대로 나와 있지만, 저희 자도 잘 쓰고 있다는 식으로 제가 일부러 얘기했거든요. 아무도 안 쓰고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시니까요. 여하튼 저도 너무 감사했던 게 이런 사태를 겪고 나서 너무 힘드니까 사실은 자도 측에서도 인터뷰나 취재 협조를 해주실 여력이 없을 수도 있는데 되게 적극적으로 응해주셨고, 또 전 관장님 두 분께서 모두 인터뷰에 응해주셨던 덕에 더 풍부한 얘기가 이루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왜냐하면 지금 사태를 다루는 데 있어서 특히 코로나 이전 같은 경우에는 워낙 팬데믹 때 단절된 게 많았어서 전 관장님들을 만나야만 알 수 있는 내용들이 있었거든요. 그 내용들을 다행히 들을 수 있었고 또 그걸 글로 녹여낼 수 있어서, 저는 자도 분들께 취재하면서 감사했던 것 같아요.
오월
학교가 편하게 떠오르는 말을 아무렇게나 한다고 느꼈는데 - 자치도서관을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은 채 거기 쓰는 사람들 없지 않아? 라고 하는 등 - 우리는 말 하나하나 골라가며 우리의 '자치'를 지키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점도 논의 과정에서 정말 피곤했네요. 그렇지만 우리는 연대해서 이겨낸다 이거야!
데어
‘소수자는 항상 존재에 대해서 답변하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생각났어요.
띵동
자치도서관이 많은 사람들, 소수자까지도 아우르는 공간인 건데 어째서 소수자성을 매개한 어떤 것들은 어째서 쉽게 억압되는지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지만, 그런 일들이 일어나서 마음이 안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