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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14호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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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관 공일오비 Apr 15. 2021

어느 겨울의 여름: 성노동자 활동가 여름과의 대화

[당신들의 천국] 편집위원 노랑

* 성폭행에 관한 발화와 논의가 등장합니다.

* 아래 첨부 자료는 글 전문 PDF입니다.


그에게 빵과 장미를,

누군가를 존중하고 존경하는 방법은 수만 가지겠지만 그를 만나러 가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과 이동하는 시간, 갖추는 마음가짐을 살펴보면 이런 작은 최선이 모여 존중을 이룬다는 생각이 든다. 질문지를 작성하면서 너무 뻔한지, 뜬구름 잡는 소리 같은지, 감히 이 이야기를 해도 될지, 저 이야기는 상처가 되지 않을지 오래도록 고민했다. 어떻게 해도 내가 겪어보지 않은 다른 삶에 대해서는 이해 불가능한 영역과 영영 어리숙하게 가늠하는 부분들이 있을 테다. 인터뷰이에게 미리 부족함을 실토했다. 다만 그런 부족함의 틈에서 진심과 존중도 녹아날 수 있다면 괜찮은 것 아닐까, 닿을 수 없는 삶의 면면을 알기 위해서는 단지 말을 걸고 질문하는 방법밖에는 없지 않은가 생각하며 마음과 문장을 거듭 가다듬었다.


괜찮은 선물을 건네고 싶었다. 나를 기쁘게 하는 조그만 것들이 남 또한 기쁘게 하리라 믿고 이것저것 추려보았다. 버스에서 두 번 내려 우선 작은 자나 장미 꽃다발을, 그다음에는 비건 빵 두 조각을 챙겼다. 건대입구 근처 카페에서 여름 님을 만났다. 취미는 음악 듣기와 애니메이션, 만화책 보기. 최근에는 <기생수> 만화책을 정주행하고 있으며, 언제나 걸그룹 음악이 플레이리스트에서 90%의 지분을 차지하는 사람. 그는 여자친구 은하를 덕질하지만 여자아이들도, 블랙핑크도, 아이즈원도 전부 빠짐없이 사랑하고 있고, 그 애정으로부터 힘을 얻는다.


여름 님의 에너지 넘치는 사랑은 그의 활동에서도 녹아난다. 여느 노동자와 같이 정산을 받고 집에 돌아갈 때가 가장 보람차고, 출근하기 직전과 ‘진상 손님’을 만났을 때 가장 지친다는 여름 님은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의 성노동자 당사자 활동가다. 2019년에 출범한 차차는 “주홍글씨로 낙인찍힌 모든 성노동자를 위해 ‘차’별과 낙인을 ‘차’근차근 없애나가는 모임”으로, 7~8명의 멤버로 이루어진 소규모 조직이다. 비슷한 단체로 ‘성노동자권리모임 GG’가 존재하지만 현재 공식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있어 차차가 국내의 유일한 성노동 운동 단체라고 할 수 있다. 차차의 활동가들은 성노동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매매 특별법’ 개정 요구부터 성노동자 당사자들의 글쓰기 모임 조직까지를 아울러 다양한 권리 운동을 전개한다. 차차를 만든 후에 달라진 점이 있냐는 물음에 여름 님은 “책임감과 사랑이 넘치게 되었다”며 웃었다. 활동가들을 너무 사랑해서 그들과 어떤 관계를 이루고 어떻게 단체를 운영할지 고민하는 과정이 가장 즐겁다고 했다.


한국에서 성매매는 불법이다. 성매매 근절과 ‘성매매 피해자’의 인권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2004),’ 소위 성매매 특별법은 청소년, 심신미약자, 그 외에 성매매를 강요당하거나, 마약에 중독되거나, 중대한 장애가 있거나, 인신매매를 당한, 즉 ‘비자발적 성매매 피해자’를 제외하곤 모든 성구매자와 성매매 여성을 불법적 존재로 정의하여 처벌한다. 성매매를 둘러싼 한국의 여성주의적 담론에서도 성매매 근절을 주장하는 반성매매 진영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성매매는 오래도록 근절 혹은 허용이라는 이원론 속에서만 논의되어 왔고, 이때 성노동 운동 진영은 반성매매 진영에 맞서 성매매 ‘허용’을 주장하는 것으로만 해석되었다. 그러므로 성노동 운동은 성매매의 구조적 젠더 폭력을 무시한 채 개인의 자발성과 생산성, 자유로운 소득 활동과 같은 신자유주의적인 개념들을 강조하고 성매매 행위를 단순 긍정하는 것으로 오인되어왔다.


하지만 이는 성노동 운동의 본질에 어긋난 편협한 해석이며, 실제로는 성노동 운동이 반성매매 운동과 반드시 대립하는 것도 아니다. 성노동 운동에서는 성매매 경험 여성의 단순한 피해자화를 거부한다. 그리고 성노동자의 인권 문제를 동등한 사회 성원의 노동권 문제로 논하고자 그들을 ‘피해자’ 대신 ‘노동자’로 명명한다. 성노동론자들은 가부장적이고 착취적인 구조를 인정함과는 별개로 성매매 근절에만 초점을 맞춘 운동이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삶을 책임져주지는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당사자들의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당위 논쟁보다 당사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필요에 걸맞은 현실적인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고 제시한다. 성매매 특별법이 생긴 지도 10년이 넘었지만, 한국의 성산업은 축소되긴커녕 확장되고 진화하는 중이다. 탈성매매를 위한 노력을 거듭하고 지원 체계를 마련한다고 해서 당장 수많은 여성들이 탈성매매를 할 수는 없는 현실이다. 성노동이든 성매매든 그 무엇으로든 명명된 현상은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며, 성매매를 이탈하는 사람들만큼이나 많은 수가 새로이 성매매 시장에 유입될 것이다. 빈곤한 이들이 애초에 성매매 현장에 진입하지 않도록 사회·제도적 기반을 확립하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이미 성매매 현장에 있는 성노동자들이 경험하는 일상과 폭력, 취약성에 대한 공적인 대화를 유도하고 그를 통한 적절한 지원과 대책을 강구하는 과정 또한 병행되어야 한다.


이런 맥락을 무시한 채, 간혹 누군가 스스로를 ‘성노동자'라고 칭하기만 해도 놀라운 수준의 조롱과 비난, 인신공격이 쏟아지곤 한다. 사회 전반의 혐오는 물론이고,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하는 많은 이들이 성노동자에게 가하는 혐오, 특히나 성폭력을 당하지 않고 싶다면 애초에 그 현장에 발 담가서는 안 되었다는 식의 추궁과 2차 가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처럼 성노동자에게 가해지는 단속과 공격은 그들이 노동 현장에서 경험하는 복잡한 사건이나 합의와 폭력 사이를 오가는 감각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하도록 가로막을뿐더러, 성노동자를 가부장제의 부역자이자 여성혐오자로서 단언하는 태도에서는 성노동자 당사자와 선을 긋고 싶은 욕망만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하지만 여성들 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한 젠더적 억압에 대한 진술과 논의를 바탕으로 구조를 뒤바꾸는 것이야말로 페미니즘의 핵심이며, 검열된 침묵은 현실을 뒤바꾸기는커녕 현존하는 착취와 폭력을 더욱 비가시화 할 뿐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누가 연대할 자격이 있고 누가 기꺼이 강간당하거나 죽어도 되는지를 구분하는 선을 제거하지 않고 그저 새로 긋는 것은 페미니즘보다는 오히려 가부장제의 이분법적이고 단선적인 언어와 공명한다.


성매매를 근절하겠다는 궁극적인 목표와 그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성매매 현장에 있는 여성들이 생존하고 더 존엄하게 살 수 있도록 당장의 여건을 논의하고 개선하는 것은 상충하지 않으며, 모두 누군가의 인권을 위한 길이다. 이 스탠스를 재차 강조하는 것을 끝으로, 이 지면에서 성노동의 역사나 성매매 시장의 구조까지 파고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성노동자의 삶을 구성하는 일상과 감각, 여러 노동 현장의 취약성, 노동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제약과 조건 등에 대해 두루 이야기하고 싶었다. 몸을 고도로 사용하고 친밀함을 상품으로 판매하는 현장에서 우리가 끌어낼 수 있는 유의미한 질문들은 무엇일지도 궁금했다. 사람들이 예상하는 대로 성노동에 수많은 고통과 폭력, 슬픔이 얽혀있다 해도, 그것을 섣불리 정형화하지 않고 여러 가지 이름을 주고 싶었다. 구체적인 형태를 그려낸 다음에야 그에 알맞은 대처와 위로, 연대를 구축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1월의 어느 오후에 여름 님과 함께 나눈 담소를 적는다.




건대입구 인근 카페,

1월 23일 토요일 오후 2시


노랑: 간단히 자기소개를 해주시겠어요?

여름: 안녕하세요, 여름입니다. 저는 ‘주홍빛연대 차차’에서 활동하고 있고, 활동명은 ‘왹비’를 쓰고 있어요. 요즘은 온라인 공간에서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성노동자 동료 상담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노랑: 어느 지역이나 공간에서 일하고 계시나요?

여름: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살아서 수도권에서만 일해 봤어요. 보통은 서울, 그중에서도 ‘비강남’이라고 하는 강남 외권에서 일했어요. 지금은 ○○역 쪽에서 일하고 있어요.


노랑: ‘강남 외권’이라고 부르는 것은 강남과 그 외의 지역이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인가요?

여름: 네, 엄청 달라요. 성노동자 당사자들끼리 흔히 강남을 중심으로 말을 하는데, 강남에선 성노동자 아가씨들 중에서도 굉장히 마르고 예쁜 사람들만 일을 하고, 특히 강남에는 크고 화려한 룸이 많기 때문에 비강남이랑은 좀 달라요.


노랑: 강남에서 일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조건이나 그곳에서 유통되는 자본의 규모가 많이 다른 건가요? 아니면 시장을 구성하는 업종에서부터 차이가 있는 건가요?

여름: 자본 규모도 다르고 소비자들이 가지고 오는 환상도 다르고 아가씨들이 받는 돈도 강남이 더 많이 주는 편이에요. 기사에서 룸살롱을 언급할 때도 대부분 강남 룸접대를 의미하는 거예요. 시장과 업종 자체는 비슷하고 면접도 어디서나 보긴 하는데, 비강남은 소위 ‘민삘’이라고 해서 성형을 안 하거나, 55나 66사이즈 언니도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강남은 무조건 키 160에 몸무게 40대 초반 그리고 성형은 눈코 기본하고, 거기서 이제 안면 윤곽까지 한다든지 이렇게 성형한 얼굴을 원하고, 나이도 어려야 되는 등의 조건이 있어요.


노랑: 여름 님은 현재 어떤 업종에서 일하고 계시나요? 특별한 업종 선호나 선택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요.

여름: 저는 지금 조건만남 사무실[1]에서 일하고 있어요. 저는 일단 유흥업소[2]는 선호하지 않아요. 거기는 술도 먹어야 하고 대부분 밤에 일해야 하고 감정노동이 아주 심해서 제 멘탈로는 못하겠더라고요. 그보다는 흔히들 ‘기타 업종’이라고 부르는 유사성행위 업종[3]에서 일하는 게 편하더라고요, 감정 노동을 덜 할 수 있어서.


노랑: 성노동자들이 유독 기피하는 업종 중에 키스방이 있는데, 작년에 한동안 거기서 일하신 걸로 알아요. 혹시 그 경험을 여쭤 봐도 될까요?

여름: 키스방은 유사성행위 업소예요. 맨 처음 만들어졌을 땐 손님이 오면 아가씨와 키스 혹은 약간의 터치만 나누고 자기가 알아서 자위를 하고 나가는 공간이었어요. 수위가 낮은 업소였죠. 그런데 그 공간이 변하면서 손님이 오면 ‘핸플’이라고 해서 손으로 사정을 시키거나 ‘오랄’이나 ‘립서비스’로 성구매자를 사정시키는 등 유사성행위를 하는 공간이 되었고, 이제는 대부분의 성노동자가 유사성행위뿐 아니라 꼭 삽입성관계를 해야만 하는 업종으로 변한 거예요.


키스방에서는 삽입성관계를 하게 되면 기본 ‘화대’[4]가 4만 원을 받거든요? 그런데 삽입성관계를 하는 다른 업소로 ‘오피’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는 페이를 최소 10만 원 받아요. 그러니까 사실 아가씨들 생각에는 4만 원을 받고 여기서 하느니 10만 원을 받는 편이 나은 거죠. 그리고 키스방은 삽입성관계가 이루어지는 다른 업종과 달리 성관계를 하고 나서 씻을 수 있는 공간도 없거든요. 환경적으로 매우 열악할 뿐 아니라 거기서 콘돔을 사용하기도 어려워요. 일단 기본적으로 한국 성구매자들이 콘돔을 안 쓰려고 하는 것도 있고, 유사성행위 업소이다 보니까 만일 단속이 떴을 때 콘돔이 나오면 그게 성매매 증거로 활용되거든요. 이런 총체적 난국 때문에 성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업종이고 최악의 업소라 불리죠. 근데 저는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일했어요. 그때 제가 조건만남을 하고 있었는데, 조건만남 손님들이 너무 장난을 많이 쳐서….


노랑: 장난이라 함은 어떤 건가요?

여름: 온다고 해놓고서 안 오고 그런 거요. 그런 허탕이 많아서 화난 상태였고, 당장 살 돈이 필요해서 구인구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키스방 실장이 자기가 키스방과 ‘건마,’[5] 즉 마사지업소를 둘 다 운영하고 있으니 한 번만 면접을 봐보라고 저를 설득했고 실장 자체가 괜찮아서 거기서 일을 하게 된 거죠. 제가 일한 곳이 다른 키스방보다 환경이 좋긴 했던 것 같아요. 강남 키스방에서 일했었는데 거기는 지금도 유사성행위만 하는 업소여서, 삽입성관계를 하면 블랙리스트에 손님을 넣어서 차단할 수가 있었어요. 보통 가게는 그렇게 못하거든요. 근데 어느 날은 손님이 유사성행위를 하던 도중 갑자기 콘돔도 없이 삽입을 했어요. 저를 강간한 거죠. 끝나고 제가 돈을 달라고 했어요. 원래 키스방에서 삽입성관계를 하면 팁을 받을 수가 있거든요. 받으려고 했는데 자기가 현금이 없다, 나중에 주겠다 하고 어물쩍 넘어가서 너무 화가 난 적이 있어요.


노랑: 그 업소가 강제로 삽입성관계를 한 손님을 블랙리스트에 올릴 수 있어서 비교적 환경이 좋았던 편이라면, 대부분의 업소에서는 블랙리스트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말인가요?

여름: 블랙리스트는 여러 업종에 보편화가 되어있고, 모든 키스방도 블랙리스트가 있어요. 제 말은 다른 업소에서는 ‘고작 삽입성관계를 했다는 이유로’ 블랙을 걸 수 없다는 거예요. 키스방 대부분에서 이젠 삽입성관계를 하는 게 기본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그런 거로는 블랙리스트를 걸 수가 없는 거죠. 블랙리스트 손님이 되는 건 ‘진상 손님’인 경우? 예를 들어 제가 있던 곳처럼 정말 유사성행위만 하는 업소에서 강간을 했다거나 “너 이딴 식으로도 돈 벌려고 하냐?” 이런 식으로 말을 되게 기분 나쁘게 하는 손님들, 성노동자를 때리거나 가두려는 손님도 블랙 걸 수 있고. 아가씨들이 자기 기준에 따라서 특정 손님은 앞으로 보고 싶지 않다 싶으면 블랙을 걸 수 있어요.


노랑: 그랬군요…. 성폭력에 대해서는 이따가 더 이야기해보도록 해요. 제가 이해한 바로는 예전에 성관계를 하지 않던 키스방과 같은 유사성행위 업소에서도 이제는 삽입성관계까지 하는 것이 암암리에 표준화된 건데, 그럼에도 가격은 여전한 상태인 건가요?

여름: 네네.


노랑: 이렇게 심화되는 수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분위기나 시도도 전혀 없었던 거죠?

여름: 그쵸….


노랑: 아무래도 신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노동을 하다 보니까 소진도 많이 되고 물리적 고통도 자주 느낄 것 같아요. 그런 상태에 여름 님이 대처하는 방법이 있나요?

여름: 대처…. 대처하지는 않았던 것 같고 그냥 산부인과에 주기적으로 가서 검진을 받는 정도? 성매매피해상담소[6]에서 연계해주는 산부인과들이 괜찮을 것 같은데 제가 다녀본 적은 없어요.


노랑: 산부인과 질병이 아니라 그냥 몸살감기만 걸려도 정말 일하기 힘들 수 있잖아요. 누가 나를 만지는 것 자체가 너무 불편하고 힘들 때도 있는데. 그런 때에 갑작스러운 휴식도 보장이 되나요?

여름: 그건 어떤 업종인지, 어떤 실장을 만났는지에 따라 다른데, 제가 일하는 곳은 그렇게 쉴 수가 있어요. 한편, 예전에 출장 마사지에서 일했을 때는 주5일을 출근해야 했고 실장이 굉장히 강압적인 사람이어서 그런 걸 전혀 용인해주지 않았고. 성매매 집결지[7]의 경우에는 주7일 중에 7일을 내내 일하기 때문에 쉴 수 있을 때가 거의 없고.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쉴 수 있거든요. 그러니 거기서는 아파도 언니들도 저도 그냥 약을 먹고 어떻게든 버텼던 것 같아요.


노랑: 여름 님이 만성질환을 갖고 계신 걸로 아는데, 그것이 일상과 노동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그 질환과 고통이 여름 님의 노동으로부터 기인한 것인지, 주변 다른 성노동자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는지 궁금해요. 그 외에도 성노동자들의 우울에 대해서도 느끼신 바가 있는지 여쭤보고 싶네요.

여름: 제가 성노동을 처음 시작했을 땐 유흥업소에서 일하느라 밤에 근무했거든요. 수면 패턴이 바뀌고 술 먹고 하다 보니까 확실히 면역력이 안 좋아진 거 같아요. 질염이나 방광염 같은 건 만성화되어서 친구 먹은 상태고. 이유 없는 통증도 마구 생겨버려서, 작년에는 병원 투어를 하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가면역질환 검사도 받았어요. 주변 성노동자 중에 자가면역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조언을 받아 병원에 갔죠. 하지만 검사지에는 ‘아무 이상 없음’, 또는 현대 의학으로 설명하기 힘든 바이러스의 감염일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와서 병원 투어는 중단했어요. 제가 경험하는 만성적이고 이유를 알 수 없는 통증은 노동환경에서 기인한 건지, 아니면 원래 우울증이 있어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성노동 여성의 질병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찾아볼 수 있는 자료도 없고. 그냥 저 혼자 간접적으로 성매매 현장이 내 몸에 영향을 끼친 거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정도에요. 성매매 현장이 내 몸에 아무런 영향을 안 끼쳤다고 하기엔 제 주변에 자가면역질환에 시달리는 성노동자들이나, 정신질환과 함께 살아가는 분들이 많거든요.


아무래도 언제 아플지 모르니까 집도 대학병원 근처로 옮겼거든요. 내가 예전만큼 건강하지 않다고 느끼고 나선 제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찾는 편이에요. 출근을 주 3회만 해도 되고, 너무 오래 일하지 않고, 약을 먹어야 하니 술을 먹지 않아도 되는 업종에 주로 있었죠. 아프고 나서는, 아픈 몸을 가진 사람은 보통 일반인보다 생산성이 떨어지잖아요. 그래서 처음엔 자기혐오도 하고 심리적으로 힘들었어요. 분명 난 과거에 이 정도 일은 할 수 있었는데 이젠 못하네. 과거의 나와, 현재 아픈 나 사이에 간극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죠. 지금은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지금의 제 몸 상태에 맞춰 스케줄을 짜는 편이에요. 인간관계도 조금 안 좋아졌죠. 갑자기 아프면 만나기로 한 약속을 취소하기도 하고, 통증이 있으면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니 말도 거칠어지고. 하지만 사실 아프더라도 사랑하는 사람들 옆에 붙어 있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어서, 솔직하게 내 몸이 지금 이렇고, 그래서 너랑 만나기 어려울 거 같다, 내가 날카롭게 굴 수 있다, 이런 의사소통 시도를 열심히 하다 보니 처음보단 좋아진 거 같아요.


노랑: 아까 말씀하신 대로 성구매자들이 콘돔을 사용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게 아니라 해도 피임 도구가 단속의 증거로 제시될 수 있으니 대신 사전, 사후 피임약을 아주 많이 사용하게 될 것 같아요. 성노동자들이 어떻게 피임을 하고 그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지도 궁금했어요.

여름: 네, 피임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들 공유하는 편이고, 실제로 삽입성관계를 하는 업종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 그런 구체적인 정보를 많이 나누죠. 루프 시술이나 팔에 놓는 피임주사 임플라논 시술[8]을 실제로 한 언니도 있었고.


노랑: 그걸 다 사비로 하는 건가요?

여름: 네 사비로 하죠. 시술 후에 후기를 알려주는 언니도 있었고, 언니들끼리 서로 한 명이 사전 피임약 먹을 시간이 지나면 챙겨주기도 하고 사후 피임약을 구해주기도 하는 그런 유대가 있었고…. 그러니까 제가 있던 성매매 집결지에선 이런 환경이었거든요. 안에 있는 사람들끼리 굉장히 친밀했는데, 집결지가 아닌 유흥업소에서는 아가씨들끼리 완전히 분열되어 있는 것 같아요. 아가씨들끼리 붙어서 친해질 수 있는 시간부터가 되게 적어요. 한 5분, 10분 정도 같이 대기하고 나면 각자 다른 방에 들어가야 하거든요. 내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랑 같은 방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은 그 언니가 어떤 사람인지 계속 잘 모르는 구조라, 그 안에서 정보 공유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온라인에는 대형 화류 커뮤니티가 몇 개 있어요. 거기서 특히 정보를 많이 나누는 편이에요. 임신중절을 해야 하는데 어떤 병원에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정보도 많이 구하고.


노랑: 집단적으로 일했을 때 그나마 훨씬 안전하고 나은 부분들도 있겠어요.

여름: 같이 있는 게 훨씬 낫죠. 집단으로 모여 있으면 성구매자의 어떤 돌발적인 행위를 내가 일하는 가게나 사무실에서 개입해서 저지하거나 사후 처리도 해줄 수 있고. 저도 최근에 조건만남을 혼자서 해보다가 이제 사무실에서 하고 있는 건데, 혼자 하면 굉장히 힘들고 돈을 못 버는 날도 많은데 사무실은 돈을 잘 벌 수 있게 손님을 유인해서 데려오니까 조금 더 편한 점이 있어요.


노랑: 그럼 함께 일하는 분들 외에는 언급하신 온라인 화류 커뮤니티들이 그나마 안전망으로 작용하는 거네요.

여름: 그렇죠. 성매매피해상담소에서도 지원받을 수 있고요. 정말 적죠….


노랑: 온라인 커뮤니티나 오프라인 동료 없이 고립된 성노동자가 맞닥뜨릴 수 있는 위험으론 또 무엇이 있을까요? 생존과 자기보호를 위해 중요한 팁으론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요.

여름: 성노동자들이 경험하는 착취와 폭력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공적인 자원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매우 시급해요. 성노동자들은 성매매 현장에서 자신을 지킬 방법이 거의 존재하지 않아, 사적인 영역에서 정보를 교류하거나 개개인의 역량으로 대처해요.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성노동자가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은 아주 다양하죠. 우선 정보가 없으니 물리적, 심리적 자원이 정말 없는 상태죠. 아무것도 없으니까, 아무것도 모르니까 더 취약한 환경으로 가게 되고,  옆에서 잡아줄 사람도 없고요.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어도, 아무래도 성매매를 하며 겪은 일이니까 타인에게 쉽게 알릴 수도 없고, 내가 정말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건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아요. 성매매 현장에서 이런 일을 당하는 건 유달리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언니들도 똑같이 겪는 거 아닐까, 그런 거면 내가 괜히 예민하게 굴면 안 되지 않나, 그렇게 자기검열을 할 때도 많고.


구체적인 상황을 말해보자면, 일단 블랙 업소를 피하지 못할 거예요. 블랙 업소는 언니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노동환경이 안 좋은 업소에요. 예를 들어 오피에서는 삽입섹스를 해야 하는데, 콘돔을 끼고 할 수 있는 업장이 있거든요. 오피 블랙 업장 중에는 성노동자에게 손님을 상대로 노콘, 질내사정을 강요한다거나, 실장이 성노동자에게 성폭력을 일삼는 경우 등이 해당해요. 또 진상 손님 거르는 법, 업종별 정보 공유, 단속 대처법, 어떤 상황에서 손님에게 화대는 얼마를 받는 게 적당한지, 스폰 만남을 하면 어느 순간에 손님을 끊어내야 하는지 등 다양한 거 같아요. 특히 키스방, 오피는 성노동자들이 면접을 보러오면 강간을 하는 경우도 아주 많아요. 이걸 소위 ‘몸 면접’이라 부르는데, 그래서 혼자 가지 말고 동료 성노동자와 같이 가라고 하기도 하고, 실장을 가게에서 만나지 말고 오픈된 카페에서 만나라, 하고 조언하기도 해요. 이런 건 화류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얻지 못하면 전혀 알 수 없죠. 어디 구글에 검색해도 안 나오니까요.


언니들 사이의 정보 공유, 그리고 단합이 빛을 발한 사건이 하나 있었어요. 2019년엔 ‘셔츠룸’[9]에서 성노동 여성들이 일시적인 보이콧을 했고, 그게 성노동자의 승리로 돌아갔거든요. 2월쯤에 대부분의 셔츠룸이 언니들이 받는 ‘티씨’[10]를 10만 원에서 9만 원으로 내린 거예요. 원래는 10만 원을 받는 걸 조건으로 시작한 건데, 강남 모 업소를 제외하고는 업소 티씨가 죄다 내려갔죠. 화류 커뮤니티에서 언니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셔츠룸에서 일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커뮤니티 안에서 여러 번 공유했어요. 언니들의 항의가 계속 이어지니 몇 달 뒤에는 티씨가 다시 10만 원으로 올랐죠. 만약 지금과 같은 화류 커뮤니티가 없었다면 보이콧은 불가능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언니들 커뮤니티에서는 성매매 현장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대출, 성형 정보 같은 것들도 많이 나누는 편이에요. 대출이나 성형을 언니들이 많이 언급한다는 건 그 자체로 어떤 산업이 성매매 현장과 밀접한지를 보여주죠. 실제로 성산업, 성형산업, 대부업은 서로 끈끈하게 맞물린 채로 돌아가고 있어요.


노랑: 성노동자 동료 상담도 병행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그건 차차에서 운영하는 건가요?

여름: 아뇨 개인으로 하고 있어요! 이제 거의 90-100명 왔네요. 2019년부터 지금까지.


노랑: 와, 많이들 찾아오시네요. 상담을 하다 보면 여름 님도 감정적으로 힘드실 수 있겠어요.

여름: 네 힘들 때도 있었어요. 저는 제가 여러 업종을 해봤으니까 업종의 차이 같은 걸 잘 알아서, 오피에서 룸으로, 룸에서 건마로 옮기고 싶은 분들께 조언해주려고 시작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누가 성폭력 피해 지원 요청을 했어요. 저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문의가 온 거죠. 그때 어떻게 잘 도와주긴 했는데…. 활동을 하면서 언니들이 성매매피해상담소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자기가 지원받을 수 있는 걸 알더라도 심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상담소 톡방을 열어두고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사기 피해를 당하면 어디서 지원받을 수 있는지, 이런 사건은 상담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도와주는지 설명하면서 지원센터로 보내기도 했어요.


노랑: 중간다리 역할을 많이 하신 거네요.

여름: 네네.



성노동도 그 종류가 다양하다. 소위 유흥업소라 불리는 산업형 성매매 시설이 있는가 하면, 유사성행위로 시작했지만 현재 사실상 삽입성관계까지를 다루고 있는 기타 성매매 시설, 그리고 전업 성노동자가 모여 사는 집결지 등이 존재한다. 그러나 시대의 수요나 업주들의 변심에 따라 업소 간의 경계가 흐려지거나 노동 현장에서 요구하는 성노동의 수위가 뒤바뀌는 사태가 발생하고, 그에 당사자 여성 개개인이 저항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노동 현장에서마다 실장, 동료를 포함한 구성원들의 개인적인 윤리와 호의, 배려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업소 선택에도 복잡한 맥락들이 작동한다. 이를테면, 앞선 대화에 등장하듯 조금 더 취약한 노동 현장이라 해도 해당 업소의 운영진이 믿을 만한 사람이라면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성노동 현장은 여러 가지 몸의 문제와 긴밀하게 얽혀있다. 노동을 위한 준비과정에서부터 성형과 ‘사이즈업’이라고 불리는 신체적인 통제가 이루어지고, 노동 과정에서도 성병을 포함한 감염병과 원치 않는 임신의 위협에 상시로 노출되어 있다. 성노동은 특수한 신체적 소진과 고갈을 동반하지만 이에 대한 제도적 보호 체계가 부재하므로 성노동자의 신체적 ‘관리’와 보호는 오로지 개인이 신경 써야 하는 영역이 된다. 그러므로 안전과 생존을 위해 동료들과의 정보 공유와 상호의존이 중요하고도 유일한 안전망으로 작용한다. 이런 맥락에서, 집결지가 심각한 감시와 통제, 천문학적인 규모의 빚을 동반하는 착취적 현장임에도 불구하고, 집결지 내의 커뮤니티가 성노동자들에게 중요한 피난처로 작용해온 측면도 있음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성매매 특별법 제정으로 인해 집결지가 점차 와해되면서 성노동자들은 파편화되고 있다. 새로운 종류의 산업형 성매매, 변종 성매매, 그리고 인터넷 성매매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들은 각기 다른 산업으로 흡수되고 있다. 성노동이 범죄화 및 비가시화되는 현재의 구조에서는 이와 같은 성노동자들의 분산이 그들의 사회적, 의료적 안전망을 더욱 축소시켜버린다는 위험이 있다.




불법적인 존재, 심화되는 취약성


노랑: 임신중절을 할 수 있는 병원들은 가격 편차가 좀 있는 편인가요? 시기별로 널뛴다거나 믿을 만한 병원들이 더 저렴하게 해준다거나.

여름: 잘은 모르겠는데 작년에 화류 커뮤니티에서 임신중절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봤어요. 낙태죄 폐지 직전에 임신중절 비용이 엄청 올라가 있었거든요. 그 언니가 임신 5개월인가 6개월 차였는데 코로나 때문에 병원들이 닫고 시술을 거부하면서 한 병원이 임신중절 수술비용으로 500만 원 이상을 불렀다는 거예요. 그게 말이 안 되는 가격이거든요? 임신 초기에는 100만 원 이하로 낙태를 할 수 있어요. 그러니 아무리 위험 부담이 크다고 해도 그 가격은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는데, 당장 수술이 급하고 그 외엔 정보가 하나도 없는 거예요. 그래서 난항을 겪었던 기억이 나요.


노랑: 그 외에도 코로나 동안에 이런저런 수난이 많았을 것 같아요. 감염의 공포와 실직의 공포 등 여러 층위의 공포를 겪었을 텐데, 이 긴 재난 동안 여름 님은 무엇이 가장 힘들었는지, 꼭 우선순위를 매길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여쭤보고 싶네요.

여름: 일단은 유흥업소가 닫혔다 열렸다 하는 동안 그와 관련해서 굉장히 많은 고충이 있었어요. 유흥업소는 삽입성관계를 꼭 하지 않아도 일할 수 있고 정해져 있는 스킨십의 선이라는 게 있거든요, 물론 안 지키는 손님들이 있지만. 그런데 유흥업소가 다 닫히니까 거기 있던 언니들이 이제 다 기타 업종으로 가거나 성매매 집결지로 가거나 조건 만남을 하는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런데 기타 업종 같은 경우에는 무조건 유사성행위를 하니까, 그런 게 어떤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거죠. 혹은 비수도권이나 해외로 이동해야 할 때도 있는데, 그러려면 주거지도 새로 얻어야 해요. 그래서 방을 얻기 위해 ‘방일수’, 불법 대부업을 쓰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가게에서 ‘먹자’[11]를 하게 된 등등의 상황들이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기타 업종으로 가서 돈을 더 잘 버는 것도 아니거든요. 요즘 코로나 감염 때문에 업소에 손님들이 잘 안 와요. 예전에 오피에서 하루에 손님을 한 여섯 명 볼 수 있었다고 하면, 코로나 이후로는 하루에 한두 명밖에 안 오는 거예요. 그러니 수입에도 큰 타격이 있어서 힘들었고, 기타 업종은 단속률이 유흥업소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높다는 문제가 있어요. 보통 단속률 1위가 오피랑 안마방이거든요. 언니들 입장에서는 단속 맞으면 아웃팅 당하는 거나 다름이 없어요. 기소 관련 우편이 집으로 가거든요. 그러니 기타 업소에서 일하는 게 많이 불안하고 힘들었을 거예요. 게다가 재난지원금 같은 경우에는 성노동자는 받을 수가 없었으니까, 그와 관련해서도 문제가 많았어요.


노랑: 재난지원금도 받을 수가 없는데 실업급여나 해고예고수당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보험 처리도 안 되니까 여러모로 힘드셨겠네요.[12]

여름: 그러니까요. 그리고 감염이라도 되면, 보도 기사들이 여러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썼잖아요. 그래서 그것도 엄청 무서워했죠. 제 경우에도 친구들 몇 명 정도만 제가 성노동자인 걸 알고 일단 가족은 전부 모르는 상태예요. 성노동자 대부분이 아웃팅을 굉장히 두려워하는데, 감염되는 순간 모든 게 다 까발려질 위기니까 엄청 두려움을 느꼈었고. 그 외엔 이제 기억도 안 나네요…. 하하.


노랑: 코로나 도중에 몸 상태가 안 좋은 손님들을 안 받을 방법이 있었어요? 기침을 한다거나 열이 나는 손님들 있으면….

여름: 아…. 아뇨 전혀 없었던 것 같아요. 어느 날은 손님 몸이 너무 뜨겁길래 “왜 이렇게 뜨거운 거야? 코로나 아니지?” 했더니 자기는 원래 몸이 뜨겁다고 하고 넘어가고. 그런데 거기다 대고 체온계를 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요.


노랑: 그렇게 며칠간 불안한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그다음 날에도 노동을 하고….

여름: 네, 그렇죠.


노랑: 한국에는 성매매 특별법이 있어서 성매매에 가담하는 모두가 위법을 하는 게 되니까 경찰 단속이 계속 뜨잖아요. 그럼 어느 업소가 어디 있는지를 경찰들이 다 알고 있는 상황인 건데, 처벌하지 않는 것을 대가로 뭔가를 요구한다거나, 협박한다거나, 모종의 거래가 존재하나요?

여름: 예전엔 많았다고 들었어요. 특히 성매매 집결지를 단속하지 않는 조건으로 아가씨들이 무료 접대를 한다든지 업소에서 경찰서에 돈을 주어야 했다는 증언들이 있고, 집결지는 아직도 유착관계가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도 청량리 집결지는 유착관계가 있었다고 기사도 났고요.[13] 비수도권의 경우 정치권, 조직 폭력배와 유착을 맺고 있는 곳들이 있다는 소문도 암암리에 있어요. 제가 키스방에서 일할 땐, 소위 ‘관작업’이라고 경찰이랑 유착관계 맺는 걸 의미하는데, 실장들이 관작업을 해놓고 경찰이 언제 나오는지 미리 알려줘서 단속을 피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 있었어요.


노랑: 성노동자 권리와 관련해서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의제들을 꼽아주실 수 있나요? 사람들이 성노동자를 혐오하고 논의하는 방식과 성노동자 당사자로서 느끼기에 실제로 문제인데 영 논의되지 않는 지점 사이의 간극이 있다면 설명해주시겠어요?

여름: 일단은 성매매 특별법에 있는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내용을 바꾸는 게 매우 중요하고. 지금은 코로나 시대의 성노동자에 대한 지원 대책을 세우는 게 매우 시급한 것 같아요. 국가에서 성노동자 대상 재난 지원 대책을 세워줬으면 이 시국에 일하는 사람들이 절반은 줄었을 거예요. 누가 팬데믹 시대에 출근하고 싶어서 출근해요? 목숨 걸고, 굶어 죽는 것보다 출근해서 차라리 확진자가 되는 게 나으니까. 성노동자의 빈곤은, 팬데믹 시대에 더욱 뚜렷하고, 취약한 모습으로 나타나요. 지금은 정말 처벌이 아닌 권리가 필요한 때예요….


노랑: 불법적인 존재로 규정되었기에 더욱 취약해지는 지점이 많은 것 같은데, 성매매 특별법으로 성노동자들을 처벌하지 않는다면 가장 빠르게 개선될 수 있는 문제로는 뭐가 있을까요? 그리고 성매매 여성의 권리를 가장 잘 보장할 수 있는 법안의 형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도 궁금해요.

여름: 일단 폭력 상황이 발생할 때 여성들이 신고하기가 훨씬 수월하겠죠? 자신이 착취나 물리적 폭력을 당했을 때 더 수월하게 신고하고 도움을 요청하려는 움직임이 커질 거예요. 성매매 여성은 처벌을 안 하고 성구매자만 처벌하면 노르딕 모델[14]이 되는 건데, 노르딕 모델에서는 성구매자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경찰이 계속 성구매 현장에 들어오게 된다는 점이 약점이에요. 성매매 현장에 경찰이 아예 들어오지 않는 경우는 성매매 비범죄화인데, 저는 그걸 좀 더 선호하는 입장이고요. 만일 비범죄화가 되면 굉장히 많은 게 달라질 것 같아요.


최근에는 뉴질랜드에서 성노동자가 직장 상사를 상대로 미투를 했는데 유죄로 승소한 사례가 나왔어요.[15] 뉴질랜드에서는 성노동 비범죄화가 되어있지만, 불법이면 그런 판결이 힘들거나 거의 불가능하겠죠. 그리고 노르딕 모델이라면, 성구매자의 입장에선 잡히기 싫을 것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분명 성노동자들이 더욱 위험해지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까도 말했듯 섹스를 하면서 콘돔을 사용하면 그것이 증거물이 되니까 실제로 노르딕 모델 국가에서는 성구매 시 콘돔을 덜 사용하게 되고, 그래서 HIV를 포함한 성병 감염이 높아져 제어가 안 된다는 문제가 보고된 바 있어요.[16] 한편 성구매자들이 자신에게 더 안전한 장소로, 노동자를 사적인 공간으로 유인하게 되는데, 그러면 돈이 필요한 여성분들은 갈 수밖에 없다는 문제도 있어요. 그리고 만일 실장들이나 소위 포주라고 하는 사람들이 처벌의 대상이 된다면 성매매 공간에서 노동하는 여성들을 지키려고 할까? 이것도 의문이 들어요.


남들이 포주라고 욕해도 일단 지금 일하면서는 나를 지켜주는 유일한 동료에 가까운데, 우리는 처벌을 안 받고 그들만 처벌받는 상황이 된다면 그때도 우리를 지켜주려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게다가 보통 노르딕 모델에서는 ‘성매매 알선 행위’를 처벌하는데, 성노동자가 자기 자신을 홍보하는 경우에도 알선 행위로 간주되어 포주와 함께 처벌받아요. 어느 모로 보나 노르딕 모델은 성매매를 음성으로 만들고 여전히 성노동자에게 낙인을 부여해요. 이런 방식은 성노동자의 지위를 상승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욱 고립시켜 위험하게 만드는 거죠.


그 외에는, 비범죄화가 되면 성노동자 당사자 운동이 꽤나 힘을 받을 거 같네요. 성노동 운동이 당사자 운동임에도 불구하고, 성적 일탈을 한 ‘창녀’라는 낙인, 불법적인 일을 하는 ‘범죄자’란 낙인 때문에 당장 한국에서도 아웃팅 당해 손가락질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운동하거든요. 성매매 경험 당사자가 성매매에 대한 글을 쓰는 것도 그것이 불법인 상태에서는 검열의 대상이에요. 따지자면 ‘범죄’ 경험 고백에 가까운 것이라, 잘못하면 신고당할 수도 있고요. 신고하는 사람들도 진짜로 있어요. 성구매자, 포주를 처벌할 거냐, 말 거냐에서 갈리긴 하지만, 아마 반성매매든 성노동 운동 진영이든 성노동자가 처벌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엔 모두들 동의할 거라 생각해요.[17]



한국에서 성노동자는 다층적인 불법성을 경험한다. 그 존재와 노동 형태 자체가 불법이라 삽입성관계 시에 적발되면 곧바로 범법자가 될 수 있고, 일상적으로도 국가에서 제공하는 대부분의 복지에서 배제된다. 성노동자들에겐 4대 보험이 보장되지 않으며 그들은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니 산업재해 보상도 받지 못한다. 갑작스럽게 해고를 당해도 해고예고수당을 받을 수 없고, 구인구직 노력이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므로 실업급여를 받으며 다음 일자리를 물색하지도 못한다. 당장의 생계비를 유실한 상황에서 대출을 하려 해도 저금리 대출마저 재직 증명서를 요구한다. 그러므로 성노동자들은 국가가 운영하는 생계비 대출과 제1금융권의 대출로부터 완전히 소외되고, 자연스럽게 사채나 제3금융권에 의존하게 된다. 복지로부터의 첨예한 배제와 거대한 부채로의 불가피한 유입은 성노동자들이 탈성매매를 희망하는 경우에조차 그 의지를 가로막는 장벽이 된다.


불법성의 맥락에서 성노동자의 임신중절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성매매 여성들이 자비로 피임을 위한 약 복용과 시술, 응급 처방을 하고 그로 인한 부작용도 오롯이 감내해야 하는 현실의 연장선상에서, 성노동자가 성노동의 결과로 임신한 경우에도 그가 일하는 업소에서 임신중절 수술비용을 지원해주는 일은 없다. 설령 임신중절 수술비용을 지원해주더라도 그 또한 빚이 되기 십상이고, 결근비 제도가 있던 때에는 중절 수술 후 쉬는 기간 동안 업주가 빚을 불려버리는 경우도 허다했다. 한편, ‘성매매피해자보호법’마저도 성매매 현장에서의 임신은 지원 범위에 포함하지 않는다. 실장 혹은 성구매자가 성노동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로 ‘노콘’과 ‘질싸’를 손쉽게 거래하기도 하고, 성구매자가 성행위를 시작한 후에야 갑작스레 피임 없는 삽입이나 사정을 제안했을 때 성노동자가 적극적으로 거부하기는 매우 어려운 반면, 그에 수반되는 무거운 책임은 홀로 떠안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노동자들은 임신중절 비용을 모으기 위해 임신한 채로 성노동을 이어가거나, 앞서 언급한 제3금융권에서 대출하는 방식으로 의료비를 충당하기도 한다. 이때 임신의 원인이 된 성구매자 남성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것 또한 사실상 불가능한데, 성구매자 측에서 성노동자의 성매매 사실을 고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성노동자는 성구매자의 불합리한 요청을 거절했다는 이유만으로 협박과 보복성 고소를 당할 위협에 시달리는데, 이처럼 성매매 특별법은 성구매자가 성노동자에 대해 지닌 권력적 우위를 강화할 뿐 아니라, 성노동자를 공권력의 반대편에 배치함으로써 더욱 고립시키고 만다. 이로 인해 대표적으로 성노동자가 성구매자로부터 폭행이나 성폭력을 당해도 신고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인터뷰에 등장하듯 경찰 유착과 무료 접대도 취약한 여성들의 돈과 신체를 적극적으로 착취하는 가부장 국가 권력의 행태다. 존재 자체의 불법성이 그들이 자주 직면하는 임신중절 등 사후적 경험의 불법성과 맞물리고, 살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비공식 경제까지 동원되면서 성노동자는 끈적한 불법성과 취약성의 늪 속으로 점점 깊이 빠져들고 만다.


팬데믹 시대에 성노동자의 취약성은 더더욱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한 성노동자는 셀 수 없이 많겠지만,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성노동자가 자신의 직업을 숨기거나, 가족과 지인이 안다고 해도 외부에 숨기는 경우도 많기에 성노동 현장에 있는 여성들이 경험한 팬데믹의 무게는 유독 비가시화되었다. 어쩌면 우리는 이 팬데믹으로 몇 명의 성노동자가 죽었는지, 그 피해 규모를 영영 제대로 알 수 없을 것이다. 한편, 한국의 성노동자들은 재난 지원 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동시에 손님도 급감하는 바람에 “평소라면 블랙을 걸었을” 폭력적인 손님을 거절하지 못하거나 더욱 취약한 업계로 이동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이 일련의 상황을 그저 성매매 근절과 탈성매매를 촉구할 근거로만 해석하면 곤란하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아무런 제도적인 지원과 인정을 받지 못하는 성매매 당사자 여성들이 당장의 문제들에 치여 죽거나 존엄을 상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노동자들은 불법성의 볼모가 되어 폭력과 협박에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자기 존재와 노동의 법적, 윤리적 당위성을 이유로 외면당하고, 일종의 처벌로서 원치 않은 임신을 포함해 자신들이 경험한 몸의 고통과 폭력을 방치당한다. 말마따나 성매매가 그저 가부장적인 폭력이 맞다 하더라도, 왜 그 구조의 희생자인 여성들이 폭력과 억압의 결과물을 홀로 떠안아야 할까. 존엄의 훼손은 단순히 성구매자들과의 삽입성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원받고, 인정받고, 가치 있는 대우를 받을 자격을 계속해서 증명해야 하는, 혹은 증명할 기회마저 박탈당하는 것으로부터 기인한다. 비참함은 자신이 감내할 수 있는 선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자신을 지키고자 하지만 도무지 적절한 의존과 돌봄을 강구할 수 없을 때, 그 고립 속에서 발생한다.




선택, 자발, 강간


노랑: 성노동자 대부분이 강간에 대해 비성노동자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감각 혹은 경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설령 자신이 특정 업소에 들어가기로 계약하고, 특정 손님을 접대하기로 합의했더라도, 합의와 강간이 연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잖아요. 어느 순간까지는 내가 동의를 한 거지만, 합의에서 폭력으로 넘어가기 쉬울뿐더러, 그 선을 넘는 게 정말 순식간에 발생할 수 있는데. 그런 경계에 대해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여름: 맞아요, 그건 저도 아직 고민 중인 부분이에요. 노랑 님 말대로 성매매 현장에서 경험하는 강간은 무 자르듯 깔끔하게 구분해서 해석하기 어렵거든요. 강간죄가 동의 여부를 기준으로 제정되더라도 성노동자의 강간 경험은 누락되기 쉬울 거 같아요. 이를테면 성노동자 당사자들이 사용하는 단어도 아주 다른데, 당사자들이 ‘강간’이라는 단어를 쓸 때도 있고 ‘꽁씹’이라는 단어를 쓸 때도 있어요. ‘꽁씹’은 공짜로 섹스해줬다는 의미거든요? 그런데 어떤 상황에서는 맥락상 강간을 당했다는 것 같이 들리는데 “꽁씹당했다”고 말하고 끝나요. 어떤 때는 비슷한 상황인 것 같은데 “강간을 당했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그래서 그 두 개의 차이는 어디서 기인하는 건가, 저도 궁금해요.


노랑: 자신이 더 정신적, 감정적으로 힘들면 ‘강간’으로, 할 때는 괜찮았지만 정당한 대가가 돌아오지 않았을 때는 ‘꽁씹’으로 명명하는 식의 차이가 있는 걸까요, 아니면 두 단어의 사용이 완전히 혼재되어있나요?

여름: 사실 당사자 집단에서는 두 개가 완전히 뒤섞여 있는 것 같아요. 성매매 현장은 여성주의가 닿지 않는 공간이어서 페미니스트가 별로 없어요. 그래서 ‘상호동의 하에 발생하지 않은’ 것이 성폭행인 게 아니라 물리적인 협박과 폭력을 동반한 것만이 강간이라는 생각이 공유되고 있어요. 그래서 물리적인 협박이 동반되는 ‘강간’과 그렇지 않은 ‘꽁씹’으로 분리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일단 언니들의 언어적 자원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성폭력이라고 규정해야 하는 것을 그렇게 명명하지 못하는 것도 있고요. 언니들이 ‘진상 손님’이라고 하는 것도 전부 말이 진상 손님이지 강간범, 성폭행 가해자잖아요. 그런데 언니들도 실장도 그들을 그저 ‘진상 손님’이라 부르니까, 그런 것도 성매매 현장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은폐시키는 단어라는 생각도 들어요. 어쨌건 강간을 너무 협소하게 정의하는데, 해외에서는 성관계를 하고 돈을 주기로 했는데 손님이 돈을 안 줬다, 이것까지도 강간이라고 부르거든요.[18] 혹은 그렇게 부르려는 움직임이 있고. 그에 비해 한국은 아직 멀었죠.


노랑: 정말 훨씬 많은 논의가 필요할 텐데 말이에요…. 한편, 성폭행을 폭행이라 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고 여름 님 말마따나 성노동 현장에 더욱 정교한 언어자원을 구축하는 것도 시급하지만, 성노동을 성폭행과 동일시하려는 풍조도 경계해야 할 것 같아요. 애매하더라도 당사자가 자신이 경험한 걸 강간이라고 명명하고 싶지 않다거나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면 어떤 것들은 아니라고 해도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마음도 들거든요. 어쨌든 자신이 경험한 건데. 자신이 감당할 수 있다고 한 것에 대해서 계속 피해자화를 시키는 것도 어찌 보면 그 사람의 주체성을 깎아 먹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여름: 그쵸, 저도 그래요. 아, 제가 ‘페이강간’이라는 표현을 무지 싫어하는데, 일단은 성매매 자체가 무조건 인신매매, 장기매매, 페이강간과 동격이라고 하는 말들이 성노동자를 위한 게 아니라 비성노동자들이 성매매에 대해 가진 공포심을 투영한 단어라고 생각해요. 그 단어가 반성매매 진영에서 만들어진 거잖아요. 성노동자의 인권보다는 성매매를 근절시키는 걸 더 우선적인 과제로 생각하고 밀고 나가는 건 굉장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성매매 자체를 강간이라고 정의해버리면 정말 성매매 현장에서 발생하는 강간은 뭐라고 정의해야 하는 걸까요? 그런 식의 개념화는 폭력의 경계를 더욱 흐리게만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항상 페이강간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내재화하면 정말 강간을 당했을 때 알아차릴 수도 없을 것 같아요. 성매매 현장에서는 합의라는 게 분명 있거든요. 이를테면 이 언니는 여기까지만 하고 이 업소는 뭐가 안 된다는 일련의 약속을 하고 나서 그게 지켜지는 경우가 있고 안 지켜지는 경우도 있는 건데, 이 모든 걸 없다고 할 수는 없어요.


또 이상한 점은, 성매매 여성들이 페이강간을 당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그 여성을 성폭력 피해자로 보는 것인데, 그럼 피해자에게 절대로 “네가 강간당할 만했다”고 말해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페이강간이라는 단어를 쓰던 사람들이 제가 강간을 당했다고 진술했을 때 “성매매는 페이강간이니 강간을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을 텐데 뭘 기대했냐”고 해요. 성매매 여성들은 강간당할 권리를 돈을 받고 판 거라는데, 그게 무슨 말이야 대체. 그런 식으로 2차 가해를 해요. 성매매 여성은 무조건 강간을 당하고 있다는 논리가 성노동자의 성폭력 피해를 드러내기 위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공격하기 위한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는 건 문제적이라고 생각해요.


노랑: 성노동이 자발-비자발의 이분법적 구획으로 포섭될 수 없는 복잡한 현장일뿐더러, 성노동자의 존엄이 단순히 섹스와 금전의 영역과만 결부되어 해석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괜찮으시다면 성노동을 하면서 여름 님은 무엇을 강간으로 명명하고 싶었는지, 언제 감당할 수 없겠다고 느꼈는지, 성노동 현장에서가 아니더라도 존엄을 박탈당하는 듯한 경험이 있었는지 여쭤보아도 될까요?

여름: 아, 매우 어려운 질문이네요. 제 경험에 준해 말하자면, 저는 페미니즘 담론에서 정의하는 강간을 일하면서 매우 일상적으로 겪는 환경에 있어요. 동의하지 않은 신체 접촉, 권력형 성폭력, 성적 괴롭힘 같은 것들요. 말씀하신 대로 성폭력이 순식간에 일어나고 성매매 현장에서는 되게 자주 경험한단 말이에요. 공식적으로 삽입섹스를 하지 않는 유사성행위 업소에서도 손님들은 삽입섹스를 하고 싶어 해요. 제가 싫다고 해도 삽입을 굳이굳이 하는 손님들이 아주 많아요. 그럼 저랑 삽입섹스를 한 손님들은 다 강간범인가? 제가 비동의한 상태에서 삽입한 거니까 강간이었나? 그런데 그것 하나하나에 다 강간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저는 진짜 강간 많이 당한 사람이 되어버리는데, 내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러니까 때로는 강간을 당했어도 제 맘대로 강간이 아니라고 정의하기도 하고, 제 일상에 매우 타격을 입히는 강간만 강간이라 명명하기도 하고요. 아무 일도 없었다고 제 자신을 속이기도 해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전 이제 강간당하는 게 별로 두렵지도 않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게 문제인 거죠. 강간이 더 이상 두렵지 않은 환경에 있는 성노동자, 성폭력 피해 경험을 증언해도 성노동자의 미투는 수용되지 않는 사회 분위기, 같은 성노동자끼리도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성노동자에게 2차 가해를 일삼는 상황….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기타 업종이라고도 부르는 변종 룸은 공식적으로 삽입성관계가 없는, 또 삽입성관계를 해주면 안 되는 업종이었는데, 커뮤니티에서 변종 룸에 손님에게 “대주는” 언니가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죠. 그리고 이 언니의 신상을 캐기 시작했어요. 생김새, 머리 스타일, 나이, 가게에서 쓰는 예명 같은 게 공유되면서 이 언니가 “대줘서” 다른 언니들에게도 손님이 섹스해달라고 조른다, 얘 때문에 우리가 피해를 본다는 이야기가 오갔죠. 근데 사실 성매매 환경의 특성을 생각해보았을 때, 삽입성관계가 공식적으로 없는 업소에서 누군가 “대주는” 언니가 생긴다면, 그건 손님이 성노동자를 상대로 그루밍을 하거나, 혹은 강압적으로 권력을 이용해 강간했을 가능성이 크단 말이에요. 성폭력 피해자로 상상하는 게 더 맞는 거죠. 하지만 성노동자 집단 안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는 건, 성노동자 당사자들이 얼마나 ‘존엄성’을 잃어버린 공간에 있냐와 연결되어요. 성폭력 피해자를 2차 가해해서라도 자신이 노동환경에서 겪는 부당함을 성폭력 피해자에게 환원시키려는 모습은 성매매 현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인간의 존엄성을 버려야 한단 걸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노랑: 성노동 활동가들이 구사하는 언어를 볼 때 종종 활동가분들의 계층성, 교육 수준, 정치적 상상력이 다른 성노동자들과 다소 동떨어져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활동하면서 그런 거리감을 느낀 적이 있는지, 간극을 해소하고 언어를 통역하기 위해 어떤 고민과 논의가 오가고 있는지 여쭙고 싶어요. 아까 말씀하신 대로 페미니즘을 모르는 성노동자가 대부분인 상황이라면, 그 분들께 성노동자의 권리라는 것을 통역할 때 유독 어렵거나 고민되는 지점이 있으세요?

여름: 일단 성노동이라는 단어부터 싫어하시는 분이 많아요. 대형 화류 커뮤니티에서도 성노동이란 말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성노동이라 명명하는 사람도 찾기 힘들죠. 성매매란 게 손가락질 받는 경험이다 보니, 우린 다른 노동자처럼 노동을 하는 게 아니라 부도덕하게 몸 파는 사람들이란 시각도 강한 거 같아요. 근데 ‘성매매’를 ‘성노동’이라 호명하는 게 내가 하는 일을 긍정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사실 일하는 거고 노동하는 거니까 노동이란 단어를 쓰는 거잖아요. 그런데도 자신이 성매매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낮은 대우, 안 좋은 취급을 받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일말의 권리나 존중의 단어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지금 당장은 언니들과 이야기할 때 운동권에서 쓰는 단어 말고 굉장히 쉬운 단어로 이야기해야겠죠? 예를 들어 “이 법을 개정하면 우리가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일할 때 단속 안 온다,” 이런 식으로 쉽게 풀이해서 설명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아직은 시행착오를 덜 겪어본 것 같네요. 전에 옐로하우스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을 만났었는데 그분들은 이미 성노동자라는 단어를 쓰고 있었어요. 아마 성매매 집결지를 중심으로 성노동이라는 단어가 생겨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용하시는 것 같아요.[19]


노랑: 성노동자들에게 아웃리치를 하거나 탈성매매 운동을 전개하는 활동가들이 많잖아요. 그럼에도 당사자들이 탈성매매를 안 하거나 못하는 대표적 이유로는 또 뭐가 있을까요?

여름: 일단은 오래 성노동을 하신 분의 경우에는 탈성매매를 해도 돌아갈 곳이 없어요. 경력 단절이 이미 되어있는 상태니까요. 내가 성매매를 하면서 애를 기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 일을 그 만두려면 다른 직장에서 성매매를 통해 벌 수 있는 금액을 그대로 벌 수 있어야 하는데, 다른 노동 시장에 유입될 수 있는 자원이 전혀 없죠. 혹은 빚을 청산하지 못한 경우도 있고. 만일 빚이 없거나 빚을 다 청산했더라도 성매매를 너무 오랫동안 했고 다른 사회적, 인간적 자원이 없는 여성들은 성매매 말고 다른 삶이 있다는 걸 상상하기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게다가 이 노동이 되게 특수하잖아요. 물론 성을 판매한다는 점에서도 다르지만, 출퇴근 시간이 유동적이기도 하고, 여기에서 일을 하다 보면 수입이 많아지니까 쓰는 것도 폭이 달라지고 생활패턴도 아주 달라지는데, 사회로 나간다고 해서 이것을 한 번에 ‘교정’하기가 불가능해요. 그러니 적응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성매매 현장으로 계속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성매매 자체를 폭력으로 규정하는 순간 그 현장 내부에서 복잡하게 뒤섞여 발생하는 착취와 폭력, 주체성의 맥락들은 읽기 힘들어진다. 그리고 성노동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피해자화는 그들의 개인사를 압도할 뿐 아니라 당사자가 자의에 따라 성노동의 지속이나 탈성매매를 선택할 기회, 즉 자기결정권을 박탈해버림으로써 모순적이게도 새로운 억압 기제를 생산해버린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게다가 누군가가 그저 이용당하거나 착취당하고 있으며 그들의 삶에 유의미한 부분이 없다는 선언은 그 목적이 아무리 선할지라도 한 사람이 나름의 방식으로 지켜오던 삶과 선택을 부정하고 존엄을 뿌리째 뽑아낼 위험을 지닌다. 피해자화는 소수자 서사에서 흔히 재생산되어온 문법이지만, 한층 어려운 점은 성노동자의 경우 피해자 서사를 벗어나 일말의 주체성을 드러내기라도 하는 순간 ‘문란하고’ ‘정신 나간’ 사람으로 낙인찍힌다는 점이다. 이렇게 성노동자들은 범죄화-비범죄화, 자발-비자발, 생계형 강제-비생계형 선택, 동정-단죄라는 여러 극단적이고 단순한 이분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면서, 자신을 관통하는 복잡한 맥락들을 외면당한다.


이 지점으로부터 논의를 더욱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누군가에게는 피해자가 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피해를 부정하거나 견딜 만한 투쟁으로 이해하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최선의 방안일 수 있고, 그 판단이 ‘정당화’가 아닌 ‘진실’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만일 성노동자 개인의 명명이나 판단이 주류 페미니즘의 기조와 어긋난다고 하더라도, 여성 인권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만 행동하는 페미니스트가 단 한 명이라도 있을까? 성노동자를 향한 페미니스트들의 거센 단죄와 검열 또한 온전한 정치적 올바름에서 기인하기보다는, 여성의 무해한 피해자성을 교란하는 존재들을 낙오시킴으로써 비성노동자의 페미니즘을 더욱 공고히 하고 싶은 마음과 일종의 우월주의적 욕망이 뒤섞인 결과물로 보인다. 또한, 이는 성노동자가 다수의 비성노동자 페미니스트보다 취약한 위치에 놓였기에 발생할 수 있는 여성 혐오이기도 하다. 하지만 배제를 통해 권리를 수호하려는 시도는 우스울 정도로 얄팍하다. 오히려 개인의 감각과 판단에 따라 성폭력 여부를 판단하고 주장할 수 있는 것, 어디까지가 감내 가능하며 어디서부터 문제인지를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것, 다양한 자기 서사가 공존하게끔 자리를 열어주는 것이야말로 여성의 주체성과 존엄을 지키는 방안일 테다.


성노동자의 삶에 서린 긍정적인 측면이나 다채로운 경험을 부정하고 불행이나 불법성만을 종용하는 극단적인 사회적 수사법에 맞서, 성노동 운동가들은 자발적으로나 비자발적으로나 성매매 현장에 유입된 여성들 개인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기를 요청한다. 그리고 계층성과 젠더를 포함한 여러 위계가 복잡하게 뒤얽힌 구조 속에서 온전한 자발성이란 존재하는지, 그 개념과 구획 자체에 대해서부터 유의미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들은 성매매 당사자들의 경험을 구조적 한계를 지닌 노동과 일상의 맥락에서 해석하고 그에 걸맞게 대처하기를 요구한다. 또한, 당사자들을 ‘성노동자’라 명명하고 그들의 경험에 사회운동으로서 집중함으로써 여전히 개인적이고 은밀한 영역으로 터부시되고 있는 성의 문제, 성노동자들의 다양한 욕망과 적응, 더 넓게는 친밀함과 섹슈얼리티의 자본화 현상까지도 공적인 논의의 영역으로 재해석해보자는 급진적인 선언 혹은 시도를 주도하고 있다.




집으로 가는 길,


여름 님은 스스로를 퀴어로 정체화하고 있다. 그는 퀴어 퍼레이드와 트랜스젠더 추모제에 방문한 적이 있으나 퀴어 운동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다. 그가 적극적인 활동가인 만큼, 퀴어로서 경험하는 차별에도 불구하고 왜 성노동 운동에만 주력하게 되는 것 같은지 물었다. 이에 여름 님은 간결하게 “저는 죽을 것 같은데 성노동 판에는 정말 아무도 없었어요!”라고 답하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여름 님과의 대화로부터, 어쩐지 들은 답만큼이나 많은 질문을 얻었다. 분명 성노동은 많은 이들의 생존 수단이면서도 동시에 그들의 생존을 가장 위협하고 있는 요인일 것이다. 여름 님 외에 성노동 현장에 있는 퀴어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수많은 미등록 이주민 성노동자들은 더더욱 불법적인 지위를 가지고 어떻게 살아남고 있을까. 성노동 공간에서도 불법 촬영 문제가 심각했다는데, 피해자들이 이를 신고할 수는 있었을까. 디지털 성폭력이나 아웃팅을 당한 성노동자는 적절한 도움을 요청하거나 생존할 수 있었을까. 코로나 동안 감염되고 죽은 성노동자는 한국에, 그리고 전 세계에 몇 명일까. 이와 같은 절실한 질문들 앞에서 성매매 경험 여성들을 해독하는 언어는 아득하도록 좁으며, 논의의 기회조차 가로막는 장벽이 수없이 많다는 점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그 와중 단호하게, 담담하게, 그리고 자조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어주던 여름 님은 자나 장미 다발을 받아들며 인터뷰어에게서 꽃을 받아보기는 처음이라며 멋쩍게 기뻐했고, 언젠가 페미니즘 카페 두잉에서 다시 만나자고 했다. 누군가가 성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여름 님을 싫어하고 단죄한다면, 여름 님이라는 이유만으로 긍정하고 응원하는 사람도 있어 마땅하다. 자신이 약간은 길치라고 하며 지하철역까지 나를 따라오던, 또 홍승희 님의 <붉은 선>과 어느 외국의 이론서가 너무 감명 깊고 좋았다고 말하던 여름 님은 분명 여느 페미니스트이고, 여느 활동가이자, 여느 사람이었다. 여름 님이 조그맣고 소중한 것들을 잘 끌어안은 채로 오래도록 살아주었으면 한다. 치열하고, 힘들고, 또 나름의 아름다움이 서린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오래도록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편집위원 노랑(아정) raryoo613@gmail.com




[참고 자료]

[1] 조건만남은 주로 채팅 어플이나 SNS를 매개로 삽입성관계를 판매하는 성노동을 말한다. 조건만남 사무실은 실장, 기사와 함께 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일하는 형태다. 조건만남 예약과 손님 관리는 사무실에서 해준다. 이곳에서는 ‘노콘’ (콘돔을 사용하지 않음)과 질외사정이 기본이다. (참고: “조건만남 사무실”, <페미위키>, 2020.11.4.)

[2] 유흥업소는 룸살롱을 포함한 산업형 성매매 업소를 의미한다. 음주가무와 유흥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성매매 업소로, 흔히 말하는 ‘접대’ 공간으로 사용된다. 대체로 기타업종보다 수위가 낮지만, 기본적인 업종 서비스와 더불어 2차 서비스 형태로 성매매를 제공 혹은 알선하기도 한다. (참고: “산업형 성매매 업소”, <페미위키>, 2020.9.15.)

[3] 기타 성매매 업소는 산업형 성매매 업소가 아닌 변종 성매매 업소를 말한다. 집결지가 폐쇄되기 시작한 후로 그 종류와 수가 증가했다. 산업형 성매매 업소와는 다르게 작은 방과 소파 혹은 침대로 이루어져 있으며, 노래방 기기와 주류가 제공되지 않는다. 또한 산업형 성매매 업소와는 달리 성적인 서비스가 주된 목적이기 때문에 그보다 수위가 현저히 높다. 키스방 (대화카페), 립카페, 핸플방, 안마방, 건마, 오피, 출장 성매매, 조건만남 사무실 등을 포함한다. (참고: “기타 성매매 업소”, <페미위키>, 2020.9.15.)

[4] 성노동의 대가로 지불받는 비용을 말한다.

[5] 건전마사지 업소의 줄임말로, 유사 성매매 업소다. (참고: “건마”, <페미위키>,2021.1.16.)

[6] 성매매피해상담소는 성매매 관련 상담, 교육, 쉼터연계, 법률지원 등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2018년 5월 기준 전국에 29곳의 상담소가 있다. 성매매피해상담소 목록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1366 홈페이지 참조: https://www.women1366.kr/_sub03/sub03_02d.html

[7] 성매매 집결지는 홍등가, 사창가, 집창촌, 전업형 성매매라고도 불리는 ‘3종’의 다른 명칭이다. 3종은 특정한 밀집 성매매 지역을 가리키며, 빨간 조명과 성노동자와 성구매자가 서로를 볼 수 있게 하는 유리창 벽, 그리고 성노동자들의 공동 거주가 특징이다. 3종은 삽입성관계를 하는 업소 중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이라 성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업종이기도 하다. (참고: “3종”, <페미위키>, 2021.2.2.)

[8] 임플라논은 팔에 4cm 가량의 황체호르몬 막대를 주입시켜 매일 소량의 호르몬을 배출시키도록 하는 피임 시술이다. 효과 기간은 3년 미만이며, 2020년 기준 임플라논 시술의 평균 가격은 34만원이었다.

[9] 셔츠룸은 변종 룸 업소로, 방에서 인사를 한 뒤 홀복에서 셔츠로 복장을 갈아입는다. 이전 란제리룸이 2010년 이후 셔츠룸으로 바뀐 경우가 많아, 성노동자들은 아직도 셔츠룸을 흔히 ‘란제리’라고 부른다. (참고: “셔츠룸”, <페미위키>, 2021.3.2.)

[10] 주로 룸 업소에서 성노동자들이 받는 돈을 가리키는 말로, Table Charge의 약자다. (참고: “티씨”, <페미위키>, 2020.9.15.)

[11] 집결지에서와 같이 가게에서 먹고 자는 것을 의미한다.

[12] 성노동자는 국가에서 제공하는 대부분의 복지에서 배제된다. 4대 보험도 보장되지 않으며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니 산업재해 보상도 받지 못한다. 갑작스레 해고를 당해도 해고예고수당을 받을 수 없고, 구인구직 노력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못하므로 실업급여를 받으며 다음 일자리를 물색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13] 관련 기사: 김철선, “또 경찰 성매매 유착 의혹.... 여성단체 ‘어떻게 믿고 수사 맡기나’”, <연합뉴스>, 2020.05.15.

[14] 노르딕 모델은 성판매자는 처벌하지 않고 지원하며 구매와 알선, 업소 운영과 착취만을 처벌하는 정책이다. 1997년에 스웨덴에서 처음 입법된 후 노르웨이, 캐나다, 프랑스 등에서 차용되었으며, 성산업의 축소를 위해 한국 여성운동계에서도 오랫동안 지지해온 법안이다. (참고: 박혜정, “한국남성들의 탈( 脫 )성구매는 가능한가”, <일다>, 2016.09.29.)

[15] 관련 기사: “미투: 뉴질랜드 성노동자가 성추행 피해 소송에서 승소했다,” <BBC News

Korea>, 2020. 12. 14.

[16] 관련 기사: “프랑스에서 성노동자 500명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2016년 노르딕 모델 도입 이후 40%에 달하는 응답자가 자신의 가격 협상 및 콘돔 사용을 요구할 권한이 줄었으며, 90%가 노르딕 모델 법안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출처: 최나실, “불붙는 성매매 처벌 논쟁.... 뉴욕은 ‘완전 합법화’ 유럽 ‘매수자만 처벌’”, <한국일보>, 2019.06.20.)

[17] 여름: 합법화와 비범죄화는 성판매를 노동으로 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고, 뚜렷하게 나눠지는 경계선이 없긴 해요. 하지만 합법화와 비범죄화를 가르는 큰 차이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국가의 규제 하에 성매매가 진행되는지 아닌지에 대한 점이에요. 비범죄화는 성노동자의 인권을 중점으로 법제화를 해나간다면, 합법화는 성노동자의 인권보다 성매매 산업 자체를 통제하는 것에 중점을 둬요. 합법화를 한 국가는 성산업을 제도화 하기위해 세금 부과, 성매매 금지구역 지정, 성매매업소/성노동자 등록제, 건강검진 의무화 등을 시행하는데, 대표적인 합법화 국가로는 독일이 있어요. 이 경우 성매매 산업에 특정한 규제를 적용시키니까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성노동을 불법 성매매로 규정지어 처벌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아요. 비범죄화를 시행하는 대표적인 국가로는 뉴질랜드를 꼽을 수 있는데, 성산업에 대한 국가의 규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성매매 정책을 전개할 때 성노동자 단체가 참가해 성노동자 처벌을 최소화하는 법안을 만들었죠. 저는 개인적으로 성매매/성노동 담론을 법적 모델로만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아요. 한국의 담론에서도 그렇고 성노동자가 범죄자 또는 피해자로만 구분되는 상황에서는 주체가 되기 어려워요. 법 모델을 넘어 성노동자 당사자의 욕망이나, 필요한건 무엇인지 더 디테일하게 이야기 나눴으면 해요.

[18] 관련 기사: Michael McGowan and Christopher Knaus, “‘It absolutely should be seen as rape’: When Sex Workers are Conned”, <The Guardian>, 2018.10.12.

[19] 2004년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단속으로 인해 영업을 할 수 없게 되자, 법안시행을 유예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성매매 여성들이 결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국적인 시위 과정에서 법안 유예보다는 폐지에 대한 요구로 변화하였고, 성매매 여성들이 스스로를 성노동자로 명명하며 성노동자 운동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성노동자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2005년 ‘전국성노동자연대 한여연’(전성노련)을 결성하면서였다. 전성노련은 성노동자 운동이 빈민운동이자 사회변혁운동이며 사회적 오명에 시달려온 성노동자들이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인간선언이라고 설명했다. (참고: 이유미, “아가씨도 피해자도 아니다 성노동자다”, <오늘보다>, 제29호, 20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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