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거리는 교수의 얘기가 귀에 들리지 않았고 그는 다만 자기혐오 속에 깊숙이 잠겨 들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드러냈던 자기의 알몸이 부끄러워 다시 알껍질 속에 몸을 처박은 소리와도 같았다.
선우 휘, 『불꽃』
고등학생 때 읽은 소설의 단 두 문장.
나의 감정이나 상태를 정말 정확히 묘사했다는 생각이 종종 들어 그때부터 잊혀지질 않는다.
나는 우울감과 자기혐오, 부끄러움 많은 사람이다.
이게 무슨 자랑이라고 알몸을 꺼내놓냐마는 다시 처박힐건데 전기 충격 한번 받아서 튀어나왔다 치자.
경험에 기반한 나의 행복의 공식은 이래 왔다.
1. 잠시 행복을 느낀다
2. '네 주제에 감히 행복을 느끼냐'는 운명의 장난처럼,
우울한 일이 나를 찾아와 두들겨 패고 간다
3. 우울함에 잠겨 든다
벌써부터 맞을 일이 두려워 나는 잔뜩 움츠러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