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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니 Jun 06. 2021

나는 왜 계속 달리는 걸까?

달리기 시작한 지 3개월이 되었습니다.

달리기 시작한 지 벌써 3개월이 지났다.  한번 해볼까?라고 가볍게 시작한 달리기는 더 이상 어색하지가 않다. 주말이면 달리는 게 당연해지고, 가끔 주중에 저녁을 가볍게 먹고 달리기도 한다.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사실 나조차도 이렇게 계속 달리게 될 줄은 몰랐다. 10km를 벌써 2번 뛰었고, 저번 달은 누계 40km를 뛰었다. 이번 달은 누계 50km 목표로 달린다. 큰 마음먹고 구입한 애플 워치와 러닝화는 충분히 제 값을 발휘하고 있다. 스스로도 신기하다. 




돌이켜보면 첫 러닝은 처참했었다. 뛰기 시작한 지 5분이 지나니 옆구리가 아파왔고, 머리까지 피가 몰리는 것 같았다. 두통이 심해져 도중에 걸어서 집으로 향했다. 두 번째 러닝은 또 어떤가, 나보다 2배나 연배가 돼 보이는 분이 내 옆을 빠르게 스쳐 지나갈 때, 말할 수 없는 자괴감에 빠져들었지 않았나. 내 몸을 건강하게 관리하지 못한 자신이 그렇게 한심해 보일 수 없었다. 지금은 또 어떤가. 조금만 장거리를 뛰어도 도중에 그만둘까? 지친다라는 생각이 여전히 든다. 그런데도 나는 매번 달리기를 마치고 난 뒤에는 다음 달리기를 생각하는 것이다. 이상하다. 매번 달릴 때는 힘든데, 막상 러닝이 다 끝나면 다음 러닝이 기다려진다. 



나는 왜 달리는 걸까?

다른 운동도 그렇겠지만, 달리기는 몸을 건강하게 해 준다. 그런데 체력을 기르기 위한 다른 운동의 종류는 끝이 없다. 헬스도 있고, 필라테스도 있고, 다른 스포츠도 있다. 나 역시 예전에 헬스도 1년 반이 넘도록 꾸준히 해봤고, 요가도 배우기도 했었다.  오히려 근력을 키울 때는 헬스가 더 적합했다. 그러니 단순히 체력을 키우기 위해 달리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그럼 왜 달리는걸까? 사실 이유는 있었다. 처음으로 포기하지 않는 것에 대해 생각했고,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렸을 적 체육시간엔 100m 달리기가 세상에서 가장 싫었다. 매번 나를 포기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빠르게 달리는 건 힘이 들었고 마지막 순간에는 고통을 이기지 못했다. 도착지점이 가까워지면 속도를 줄여 도착했다. 있는 힘껏 달리지 않았으니 마음이 불편했다. 쉽게 포기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중요한 순간에도 그랬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3년간 열심히 공부를 했다가, 수능 3개월 전 아이돌에 빠져 공부에 집중하지 않았다. 취업준비를  6개월간 열심히 해오다가도 마지막에는 거의 자포자기해서  방에만 있는 시간이 많았다. 일종의 도피이자 포기였다. 나를 한계까지 밀어 넣기가 두려웠었다. 있는 힘껏 부딯쳐서 안되면 어떡하지?라는 자기 방어가 깔려있었을지도 모른다.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하지만 포기만큼 편한 것도 없다.  자기 합리화를 하면 끝날 일이니까 말이다. '포기하면 편해'라는 말이 훨씬 달콤하게 들린다. 인생 그렇게 죽기 살기로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몇 번의 포기를 통해서 배운 사실은 포기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 문제는 계속 나를 따라다닐 것이고, 상황은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때 좀 더 열심히 했었더라면 이라는 후회만 쌓인다.




달리기를 통해 포기하지 않는 법을 배운다.

달리기는 한번 시작하면 결과는 둘 중 하나다. 완주하거나 포기하거나다. 비교적 짧은 시간이지만 내가 포기하는지 하지 않는지를 쉽게 스스로 알 수 있다.  


달리는 중간에는 몇 번에 고비가 항상 존재한다. 고통스럽다가도 달릴 만 해지는 온갖 감정들이 오고 간다. 흥미로운 건 속도를 올려도 편한 구간이 있고, 천천히 뛰더라도 힘든 기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어떤 속도로 달릴 수 있는지 알아야 하고, 어느 선에서 힘든지, 또 어떻게 완주할 수 있을지 알게 된다. 초반에는 가볍게 뛰어야 하고, 중간에 퍼지지 않기 위해 속도를 너무 줄이거나 해서도 안된다.  같은 코스를 계속 돌고, 측정하면서 나는 어떤 구간에서 힘든지 아닌지를 알 수도 있다. 이 다리가 보일 때쯤이면 슬슬 걷고 싶어 지네, 아 여기서는 한번 숨을 돌려야겠다. 이쯤에서 좀 속도를 올려야겠다 등이다. 똑같은 속도로 달리지 않고 자신의 상태를 알면서 유지한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달린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나는 더 이상 포기하지 않기 위한 힌트를 만난다.  달리기를 통해 포기와 싸운다. 그리고 지속하는 힘을 얻는다.




아이린 코치의 말이 귓가에 울려 퍼진다.


'명심하세요.

여러분은 강합니다.

분명 오늘 달리기로, 어제보다 더 강해졌습니다'


마지막 5초 카운트다운이다. 나는 내가 지금까지 달리지 않은 속도로 전력질주를 한다. 어디서 힘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달릴 수 있는 힘껏이다. 머리가 핑글 거리고 숨이 차서 주변의 풍경들이 흐릿하게보인다. 호흡을 가다듬고 나는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이번에도 아슬아슬했지만, 잘 해냈어'

느린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또 달려야지 마음먹으면서. 


나는 포기에 익숙하지 않은 삶을 살고 싶다. 글쓰기도 그렇고, 달리기도 그렇다. 누군가에 의해서 어쩔 수 없었다. 또는 나의 게으름을 탓하면서 삶을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 그래서 달린다. 지속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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