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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니 Nov 26. 2021

글을 짓는 일

단편 소설에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모닝페이지를 쓴 지 12주가 지났을 즈음이었다. 문득 소설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건 조금 나로서도 당황스러운 생각이었다. 그동안 줄곧 나는 자기 계발, 실용적인 글에만 집중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소설이라니. 왜 그런 마음이 들었을까.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그때 어떤 사건이 있었고 그것으로 인해 내 무의식 속에서 이야기가 주는 강력한 매력에 이끌린 건지도 모른다고 짐작해 볼 뿐이다.


아무튼 나는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었고 (그게 얼마나 엉망이든 간에) 그 이후에 내가 했던 행동 순서는 다음과 같다. 


소설 관련 서적 읽기 

소설 창작 수업 듣기  

단편 소설 플롯 분해하기

그리고 단편 소설 짓기


내가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 중 하나가 책 읽기다. 독서에 거부감이 없으며  오히려 좋아하는 일이다. 내가 원하는 만큼 관심 있는 분야를 마음껏 읽는 건 쉽게 내가 행동할 수 있는 일이었다. 유명한 글쓰기 책을 사들였다. 예전에 사뒀지만 읽다가 그만둔 책도 다시 꺼내 읽기 시작했다. <유혹하는 글쓰기>, <단편소설의 모든 것>,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빵 굽는 타자기>, <작가수업>,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글쓰기 생각 쓰기>,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그 외에도 다른 책도 여럿 있었고, 나는 한 권 한 권 읽어 나갔다. 작법서에 대한 유용성에 대해 사람마다 의견은 다르겠지만, 나는 최대한 많이 읽어보는 게 좋았다. 직접 쓰지 않으면 모르는 구석은 당연히 있을지라도 말이다.


책 읽기를 병행하면서 소설 창작 수업을 들었다. 찾아보니 강의는 의외로 꽤 있었다. 문화센터가 마음에 들었는데,  내가 수강신청을 할 시점에는 소설수업은 마감이어서 에세이 수업을 대신 수강했다(나는 에세이와 소설이 비슷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다음엔 코로나 때문에 줌 강의로 소설 수업을 들었다. 매주 문학거장의 단편을 읽고 분석하고 관련 주제로 A4 한 장에서 한 장 반 정도의 글을 썼다. 레이먼드 카버, 폴 오스터, 체호프 등 수업을 통해 처음 알게된 거장들이 많았다. 읽어야 하는 단편은 페이지를 멈출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하거나 감동적이진 않았다. 대신 무언가는 느껴졌다. 그게 선생님의 좋은 해설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소설을 쓰려면 무언가를 연구해야 한다는 것과 예전에 읽은 소설은 정말 한 줌이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또 무척 짧은 소설을 쓰는 과제였지만 선생님은 진지하게 좋은 점과 고칠 점을 적어주셨던 것도 좋았다. 


주말에 온라인으로 유명한 소설가의 창작 수업도 몇 편들었다.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은 집중해서 몰아 들었다. 그래도 올해 여름까지는 1편도 쓸 수 없었다. 소설이란 무엇인지 정도 알 수는 있었지만. 어느 정도 분량을 쓰기엔 아직 겁이 났던 것같다.


처음 단편소설을 쓰게 된 건 종로에 있는 강의장에 갔을 때부터였다. 피부 위로 차가운 공기가 느껴질 무렵이었다. 책을 읽다가 수업을 알게 된 곳이었는데 강의장 분위기는 엄숙했고 진지했다. 그곳에서 강의를 듣고, 플롯을 분해하는 법을 배웠다. 다른 이들의 단편을 읽기 시작했다.  등단한 작가들의 수상작들도 틈틈이 읽었다. 그리고 10월에 한 편, 11월에 한 편 초고를 썼다. 물론 소설이라고 부르기에는 무척 엉성하고 형편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분명 소설이었다.


A4 10장 분량의 이야기를 혼자 시작해서 끝까지 짓는 연습. 그리고 허구의 이야기를 지어낸다는 것은 무척 독특한 경험이었다. 특히 글을 쓸 때 어떤 이야기가 내 몸을 투과한다는 감각은 전에 겪어보지 못한 일이기도 했다. 첫 소설의 끝마칠 때는 정말 이상한 느낌도 들었다. 기분이 나쁜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 충만함과 허전함이 동시에 든 기분. 이건 써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그랬다.


소설이 중심이 되고 나서 한동안 블로그도 못하고, 브런치도 브런치북 프로젝트 때 글 외에는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중간에 계약한 책의 퇴고를 반복 수정했는데, 그 일을 할 때 외에는 소설에만 관심이 간다. 마치 게임처럼, 초심자가 하나씩 레벨업을 하는 기분 같아 더 몰입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12월에 다시 한 편을 지을 생각이다. 1달에 1편씩 단편을 짓고, 또 짓고. 개작하고 다시 고쳐 쓰면 점점 괜찮아지지 않을까.이런 기대가 지금 글짓기의 기쁨이자 즐거움이다. 물론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다른 글을 쓰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요즘 나는 소설을 짓는 일에 빠져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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