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발명하는 글쓰기
꽃샘추위를 이겨내고 봄꽃이 무럭무럭 자라난다. 감미로운 봄이 찾아오면, 일상에도 서서히 희망의 꽃이 피어난다. 봄은 희망이다. 가능성을 믿어주고 힘을 실어주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건네는 단어 속에서 나는 살아간다.
지난 주말에 처음으로 감자를 심어 봤다. 감자를 심는 방법이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씨 감자를 잘라서 심는다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씨 감자를 심는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배움이었다. 몸을 써서 하는 일을 경험함으로써 부모님의 노고를 되새겨 볼 수 있었다. 감자를 심다가 그제야 새삼 농사의 고단함을 알다니 무슨 일이든 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법이다. 글 쓰는 일도 마찬가지다. 감자를 심고 나면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없지만, 땅속에서 천천히 싹을 틔우는 것처럼 글도 처음부터 잘 써지지는 않는다. 글을 쓴다고 해서 눈에 보이게 삶이 달라지지도 않는다. 처음에는 엉성하고 미완성으로 보이는 글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면서 자신만의 형태를 갖춘다. 삶도, 글도, 배움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천천히 성장하는 것 아닐까.
"새로운 앎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새로운 삶을 살게 한다.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을 알게 되어야 가능성이 태어난다."(56쪽)
정혜윤의 『삶의 발명』은 우리의 삶을 좀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이야기'에 관한 책이다. 앎, 우정, 사랑, 연결, 회복, 경이로움, 기쁨과 슬픔, 희망같이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이야기들이 섞여 있다. 새로운 앎은 이전의 나를 넘어선 '다른 나'를 만들어낸다. 책을 읽으며 내가 발견하는 것들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삶을 다시 발명하는 과정이 된다.
정혜윤은 '이야기'가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감자를 심으며, 글을 쓰며,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변화한다. 경험하고 깨닫는 순간, 나도 또 다른 방식으로 삶을 발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글을 쓰면서 무심히 스쳐갔던 나의 이야기들을 허투루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세밀한 시선으로 들여다보려 노력한다. 생각의 범위를 확장하며 나는 하루하루를 발명해 나가고 있다. 두려움을 이기고 나를 믿게 되었다.
"나는 해냈어. 몸을 던져봤어. 그다음부터 많은 게 변했지."
"두렵지는 않았어?"
"두려웠지. 매일 아침. 그런데 점점 자유로워졌어. 점점 내 날개를 믿게 되었어." (113-114쪽)
정혜윤 『삶의 발명』(위고,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