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쓰는 사람
글이 마음처럼 써지지 않아 속상할 때가 많았다. 내 글이 별로여서 좀 울었다는 말에 글쓰기 동료인 Y는 그랬다.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서 자신이 쓴 글을 스스로 가장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며 내 글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라고 했다. 나는 글을 쓸 때마다 자신감이 부족했고 다른 사람들의 생기 넘치는 문장 앞에서 위축되곤 했다. 그들의 통통 튀고 감칠맛 나는 문장이 부러웠다. 혼자 비교하며 상처받고 동굴 속에 웅크리는 날들이 잦았다.
"유연 님은 글 쓰기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으세요?"라는 Y의 질문에 선명하게 아니라고 말했다. 직장을 다니며 욕심껏 많이 읽고 쓰려다 보니 몸이 힘든 날도 많다. 그런데도 쓰는 삶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어느 날 아침 내게 택배보다 빠르게 전해주고 싶은 책이 있다며 예정에 없던 약속을 잡았다. Y는 천쉐의 『오직 쓰기 위하여』를 건넸다. 빨간 표지부터 강하게 끌렸다. '오직 쓰기 위해서라니!' 글에 체한 사람에게 내민 강력한 처방전 같은 책이었다.
책을 읽으며 내 글에 진전이 없고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주야장천 생각만 할 게 아니라 거칠더라도 일단 써야 했다. 많이 읽고 성장한 뒤 쓰겠다는 것은 내 변명일 뿐이었다. 쓰기보다 읽기를 좋아하면 점점 더 못 쓰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작가 천쉐의 말에 무릎을 '탁' 쳤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내가 써야 한다는 것이다. 쓰면서 고치고, 쓰면서 성장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이 책은 무엇보다 글쓰기의 ‘태도’에 관해 실질적인 방법을 안내한다. 시간이 많으면 더 읽고 많이 쓸 수 있을 거라며 남의 조건을 부러워했지만, 천쉐는 일하면서도 얼마든지 읽고 쓸 수 있다는 용기를 주었다. 그녀는 시장에서 옷 장사를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고, 밤에는 지친 몸으로 책상에 앉아 한 줄 한 줄 써 내려갔다. 그녀를 작가로 만든 건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매일 쓰는 지속성과 규칙성, 무엇보다 철저한 자기 절제였다. 생업과 글쓰기를 병행하는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방법을 보여주며 끝까지 쓰는 사람으로 남기 위한 아낌없는 조언을 해 주었다.
특히 공감했던 부분은 글 쓰는 몸을 위한 자세에 관한 이야기였다.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간단히 먹고 8시간을 자며, 적당한 강도의 운동으로 체력을 유지한다고 했다. 배부르게 먹은 날이면 몸이 무겁고 짜증이 밀려오는데 늦은 퇴근 후 허기진 몸에 식사를 핑계 삼아 과하게 먹는 습관이 내가 고쳐야 할 문제다. '식사는 가볍게' 이 문장이 오래 남았다.
"글이 시원찮아도, 자꾸 막혀도, 하루에 수백 자밖에 못 써도 버텨내자. 계속 쓰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글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다. 작가가 되려고 하기보단 지속적으로 글 쓰는 사람이 되려고 애쓰자. 우리는 이미 작품에게 접근하는 길을 가고 있다. 꾸준히 노력하는 자기 자신을 격려해주자." (113쪽)
매일 조금씩 쓰는 사람, 끝까지 써내는 사람이 결국 글을 성장시키고 자신을 변화시킨다. 화려한 문장이나 번뜩이는 재능보다 하루도 건너뛰지 않고 쓰겠다는 마음가짐이야말로 글쓰기의 뿌리임을 깨닫는다. 내 글의 가장 든든한 옹호자는 나라는 사실과 그저 글 쓰는 시간을 즐기면 되는 일이라는 것을 마음에 적어둔다.
천쉐 『오직 쓰기 위하여』(글항아리,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