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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Cafe 하나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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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와니 Oct 29. 2022

신 성냥팔이 소녀(주인)

손님 없는 가게를 지키는 일

봉준호 감독의 소감문에도 나온 글 쓰는 장소가 되는 카페...



그는 작업을 끝내고 돌아가면 문 닫은 곳들이 있어서 상을 받기 까지 장소를 제공해 준 사장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내게는 그 말이 얼마나 마음에 와 닿던지...


우리 가게도 학생 손님들이나 사진 작가 등 작업을 하는 손님들이 자기가 맘에 드는 테이블에서 공부하기 위해 아침 일찍 부터 와서 테이블에서 종일 공부를 하거나 작업하는 손님들도 있다. 고등학교에서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하며 다니던 친구가 대학을 들어가 졸업하기 위해 또 열심히 공부했고 조기졸업을 하며, 


"여기서 열심히 공부해서 1년 일찍 졸업했어요. 은행에 취직도 되었고 이제는 자격증을 공부하러 다니고 있어요." 하며 밝게 웃는다. 


어떤 친구는 글씨가 아주 작고 정말 정갈하며 수 많은 글씨와 어여쁜 색 들, 모자이크 벽화 같은 노트 필기를 하길래 네 노트필기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하루 종일 자리에 앉아 그녀의 "Grilled chicken Sandwich"를 점심으로 주문하고 차와 커피를 번갈아 마신다. 그녀의 샌드위치는 상추대신 시금치를 얹어서 먹는다. 오랜 기간을 다닌 그녀는 의대를 졸업했다 했다. 졸업했으니 이제 잘 못 보겠다 생각했는데 다시 그녀의 자리를 차지하고 열공모드... 이번엔 국가 고시를 준비 중이라했다.


우리 가게를 오래 다닌 손님들 중에는 그들의 메뉴가 있다. 브라이언의 라테. 그는 라지사이즈의 라테에 설탕을 한 수푼 넣는다. 보통은 라테를 만들어 주면 각자 알아서 설탕을 넣거나 하는데 초기에 설탕 한 스푼을 넣는것을 보고  라테아트를 조금 더 볼 수 있고 설탕을 먼저 넣어 잘녹게 만든 것이 었는데 그 배려가 그를 행복하게 하였다. 그래서 자세한 설명 보다 "브라이언의 라테"라 하면 바리스타를 노가 하던 자세히 설명 하지 않아도 간단히 준비 할 수 있다. 그렇게 손님의 취향을 기억해 놓으면 손님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다.


Nancy의 "Bagle & Egg" 원래는 베이글에 계란과 치즈를 얹은 것있데 그녀는 멀티그래인 브래드에 머스터드를 발라 계란과 치즈를 얹어서 먹는다. 


공부나 일을 하면서 커피 한 잔으로 하루 종일 머무는 이들도 있다. 그래도 요즘은 가끔 할머니 손님들이 오셔서 테이블이 없어서 안타까웠던 적도 있지만 그런 손님이라도 있었으면 했던 초기가 있다.


그때는 안에서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가게를 지키고 있었는데, 가끔은 소위 진상이라 불리는 사람들도 여김없이 다녀간다.



영업 초기에는 손님도 없었는데 밖에 만들어 놓은 파티오 테이블과 의자에 버젓이 다른 음식을 들고 와 당당하게 먹는 것 이었다. 그래서 우리가게의 음식만 허락한다 하면 그들은

손님도 없는데 어떠냐며 무례하게 구는 사람들도 있다. 


그때 드는생각...

"신 성냥팔이 소녀" 추운 창밖에서 따뜻한 방안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는 게 아니라 손님없는 빈 가게에 갇혀 밖에서 자유롭게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는 처량한 가게 주인. 그게 나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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