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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Cafe 하나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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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와니 Oct 29. 2022

I want to be strong.

그는 암 환자다.


우리가 오픈 한 첫날부터 여행 갔던 날들을 제외하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가끔은 하루에도 두세 번씩 다녀가는 우리 집 단골 고객이다. 이제는 거의 직원 같기도 하다. 가끔 헐레벌떡 와서 무언가를 빠트리면 친절히 손수 오픈 싸인도 켜 주고 신문을 챙기는 일까지 즐겁게 해 주는... 남편과 나를 빼고 이곳을 많이 오신 분이다.


사실 우리가 이곳을 인수하기 전부터 이 커피숖을 다니셨던... 십 수년간 이곳을 다니셨던 분인데. 우리 이전의 이곳의 여러 기억을 전해준... 한 번은 인수할 까도 생각해 봤기에 우리 사정을 너무나 잘 알아주는 분이다. 가게가 꽉 차

자리가 없었던 날을 보고는 자신의 일인 양 정말 많이 기뻐해 주셨다. 이른 아침 8시 정도에 모이는 모임의 일원이기도 하다.


전직 경찰관이었고... 은퇴 후 아이들 통학버스 운행을 한다. 그래서 아침 일찍 버스를 픽업하고 가끔은 우리보다 먼저 와 기다리는... 버스 운행을 하고 돌아와 다른 분들과의 모임에 합석하는 부지런하고 성실한 분이시다. 그리 크지 않은 키에 통통한 외모... 항상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콧수염을 길러 인자한 교장선생님 같은 모습의 할아버지이다. 그러나 그들의 모임 중에서 가장 젊기에 자신은 그들의 모임에서 베이비라 한다.


그가 암인 것은 4월의 어느 날 안색이 좀 안 좋아 물어보니 그즈음 호르몬 치료 때문에 커피도 못 마시고 주스나 다른 음료를 마셔야 한다며 이야기해 주었다. 얼마나 되었는지 까지는 물어볼 수 없었고 어느 단계인지 까지도 물을 수는 없지만 매일 아침에 마주 하는 분이라 가끔 일이 있거나 계획이 있으면 병원에 가는 스케줄까지 이야기를 해 주기 때문에 그들의 모임에 소식통이 되기도 한다.


손님이 적은 주말 이른 아침에는 가끔 부인과도 오셔서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고, 나도 가끔 그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첫 대화의 그의 질문은 외국인으로서 캐나다의 교육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였다. ㅋㅋㅋ 연륜들이 있고 그들의 경험을 들을 수가 있어 기회가 되면 그들과 나눈 이야기를 정리하려 한다.)


남편과 나는 저 나이에도 저렇게 정답게 나눌 이야기가 있을까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부인은 올해 6월에 정년퇴임을 했는데 퇴직 후 파트타임으로 다시 일하며 손녀를 가끔 봐주는 일을 하신다. 그래서 각자 자금 관리를 하시는 것 같다.


오늘 아침에는 두 분이 오셔서 역시 댄이 사면서 살짝 생색을 내는 모습이 귀여워... Good boy 아저씨 이야기를 건넸더니 파트리샤는 그를 Puppy라 한단다.  연세가 드셨지만 장난꾸러기 같다.


그렇기에 그가 암 환자라는 것은 그의 힘든 얼굴을 볼 때뿐이다. 그래서 그에게 "I think you are strong" 했더니 그는 "I want to be strong." 한다.

요즘은 암을 극복한 사례가 많지만 교회나 주변에서 만나는 환자들은 그들이 병을 대하는 자세가 참 다른 것 같다. 예전에 시어머님께서 당뇨를 앓으셨는데 그분은 참 많이 우울해하셨다. 천성이 너무나 선한 분이셨지만 아프신 것을 가끔은 창피해하셨다. 언젠가 갑상선 암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많은 우리가 큰 병을 대하는 자세는 "선고"라는 말을 쓰는 것처럼 삶을 대하는 자세가 부정적으로 변해 남은 삶의 질이 변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나도 저렇게 마주 할 수 있을까 싶다. 힘이 세야 강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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