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자 속에 나를 그린다

by 유인숙

액자 속에 나를 그린다

엘리베이터 안,

문이 닫히며 슬며시 마주친 내 얼굴.

거울 속엔 어느새

중년의 향기가 은은히 번진다.

주름 몇 줄이 생겼지만

그건 아마 웃다 남겨둔 흔적일 것이다.


누구를 만나도

반사적으로 켜지는 이 미소—

세월이 준 자동 기능쯤으로 생각하기로 한다.

그래, 액자에 가장 먼저 그려 넣을 것은

단연코 이 웃음.


내 나이 쉰 하고도 중반이 지났다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적당히 데워진 국처럼

속을 편안히 하는 온도의 가슴 하나

조심스레 그려 넣는다.


겉모습은 가끔

무심한 척, 바쁜 척, 괜히 쿨한 척하지만

실은 작은 말 한마디에도

금세 촉촉해지는 마음.


차가워 보인다는 오해쯤이야

세월이 준 보호색이라 여기며

그 안에 숨은

말랑한 사랑의 물기를

액자 속에 슬쩍 번지게 해본다.


오늘도 나는

조금은 익숙하고,

조금은 정겨운 얼굴로

나를 다시 그려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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