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 -문학동네
엄청난 책을 선물로 받았다. 첫 페이지를 읽다가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지 못하고 다시 되돌아갔다. 집중력을 높여 다시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문학동네에서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가 박종대 선생의 번역으로 총 3권에 나누어 출간되었다. 완독 하고 싶은 마음에 읽고 느낀 점을 적어두려고 한다.
결국 불행한 많은 여자들처럼 그녀 역시 평소에는 정말 쉽게 흔들리던 삶의 공간 속에서, 단단한 나무처럼 버티고 서 있는 남편에 대한 혐오감을 내면 깊이 품었고, 남편과의 갈등을 핑계로 남편으로부터 자신을 구원해줄 모든 새로운 경험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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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독창적인 두뇌가 논리적 사고를 위해 사용하는 방법과 요령이 혹독하게 훈련한 육체의 싸움 기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적의 육체적 공격이든 학문적 과제든 공격의 취약한 측면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난관과 이례적인 것을 통해 냉철하고 똑똑해지는 보편적인 정신적 전투력이 있다. 만일 위대한 정신적 인물과 권투챔피언을 정신공학적으로 분석해보면 영리함과 용기, 정확성, 조합 기술, 그리고 각자의 영역에서 보이는 반응 속도는 아마 실제로 똑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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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분야에서 정점에 오른 사람들은 통한다는 말이 생각난다. 분야만 다를 뿐 그들이 노력한 과정이나 공들인 시간은 비슷하리라.
울리히는 과학연구를 준비이자 단련이자 일종의 훈련으로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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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연구가 세상에 미친 영향은 막대하다. 변화의 속도를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만들었고 합리와 논리의 근거를 만들었다. 과학의 발달은 상상으로 만들어낸 많은 것을 역사의 뒤로 밀쳐냈다. 울리히는 아마도 변화의 준비이자 단련이자 훈련으로 과학연구를 지목한 것 같다.
변하지 않는 진실은, 과학이 견고하고 냉철한 정신적 힘이라는 개념을 발전시켰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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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지닌 막강한 힘은 자본과 결합했을 때 폭발적으로 커졌다. 그 견고한 힘이 몰고 올 세상은 쉽게 예측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과학의 힘을 부정적 방향으로 사용하는 사람에 의해 엄청난 폭력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 수 있을 뿐이다. 과학이 제공한 편리함 이면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일까?
엄청난 열정으로 대비한다고 해서 사랑은 찾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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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단련한 일이 모두 기대처럼 이루어지지 않는다. 노래를 잘하지 못하는 내가 오랜 시간 노래 연습을 한다고 해서 가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분야에 천재성을 지닌 사람만이 이룰 수 있는 목표가 있다. 아니, 천재성이 있는 말도 최고의 경주가마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천재성이란 단어를 말이나 축구선수에 붙이기 시작할 때 울리히는 자신의 천재성도 사용해야만 하는 시기임을 인식하고 삶으로부터 일 년간 휴가를 떠난다고 말한다.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일단 그런 삶 속에서는 다른 것을 찾기 어려워질 테니까 말이다. 돈을 버는 일을 이외에 자신의 꿈을 위한 시간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