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수상록

무지를 인정하는 것

- 자신감의 원천

by 유병천

평소 좋아하는 단어인 '태도'라는 글자의 한자를 찾아봤다. '態度'. 두 글자 중 내 시선을 잡은 건 '態'였다. 모습 태. 한자어를 외우려고 수백 번 썼다. 쓸수록 아름다운 글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주 써서 그런지 가장 좋아하는 한자가 되었다. 어느 날 회의 시간에 칠판에 '態'를 쓴 후 무슨 글자인지 물었다. 한자와 친하지 않은 세대로 구성된 우리 회사에는 칠판에 그려진 글자를 알아맞추는 사람이 없었다. 비슷하게 생긴 '능(能)'이라고 대답하는 후배가 한 명 있을 뿐이었다. '태도'라는 글자 중 앞글자인 '태'라고 말하고, '모습 태', '태도 태'라고 부른다고 이야기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이해한 듯 보였다.


한 달이 지난 후에 난 같은 글자를 칠판에 그렸다. 그리고 같은 질문을 했다. 한 달 전에 지나가듯 이야기한 내용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었다. 처음 보는 듯 갸우뚱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다시 한번 태도 할 때 태자라고 이야기했다. 한 달 전에 이야기했다는 말도 하고 칠판에 그려진 글자를 지웠다. 그렇게 또 한 달이 지난 후 모습 태를 쓸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두 달에 거쳐 스쳐가듯 본 내용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었다.


우린 흔히 안다고 생각하지만, 모르고 지나가는 것이 많다. 특히 관심 없는 분야라면 더욱 그렇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일상이 된 이후엔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검색하면 나오는데, 뭐하러 외워? 다시 말하면 배우려고 하는 의지가 약해졌다고 말할 수도 있다.


알수록 어렵다. 배울수록 모르는 게 많아진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것이 존재한다. 한 사람이 전 생애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배울수록 모르는 게 많아지는 이유는 원을 그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작은 원이 내가 배운 지식이라고 하면 그 원을 둘러싼 테두리만큼 모르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원이 커지면 테두리도 커진다. 그래서 많이 배울수록 모르는 것도 많아진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감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모르는 건 배우면 된다. 오히려 아는 척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탈무드에서도 누구에게나 배울 수 있는 사람을 현명한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나.


'Know how'보다 'Know where'가 더 쉽고 편하다. 하지만, 전문성을 갖추려면 수박 겉핥기 식이 아닌 깊이 있는 탐구가 필요하다. 깊이가 더해지면 자신감도 함께 생길 거라 생각한다.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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