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재활용 수거장에는 다양한 물고기가 산다.
먼 바다로 떠나기 전의 집합 장소인 셈인데,
색깔 있는 것부터 냄새나는 것, 넓은 것, 딱딱한 것, 투명한 것,
가벼운 것, 답 없는 것 등이 한데 모여 있다.
떠나는 때를 몰라 배웅은 못하지만
막힘없이 굴러가는 현실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무심코 지나쳤던, 정리되지 않은 고기가 유난히 눈에 띈다.
편지글도 있기에 읽어보게 된다.
기억을 머금고 잘 가라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빨간 노끈과 가위가 분위기를 제압하니 심상치 않아 보였다.
내용인즉슨 어항에 물고기를 제대로 분류해서 넣으라는 것이다.
잘못 넣은 물고기를 옷걸이에 코 꿰어 놓았다.
본보기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단속하는 내용이다.
그러면서도 친절은 잊지 않는다.
천국과 지옥이 있다. 중간지대는 없을까?
꼭 없어야만 이야기가 전개되는지?
보기에도 애매한 것들이긴 하다.
되도록 재활용하는 쪽으로 분류하기 마련이다.
버리면서도, 완전히 버려지지 않고 쓰임이 있으면 좋겠다는
선한 마음에서다.
나 또한 그런 의도가 컸다.
하얀 벌집피자 같은 돌배 완충제는 내가 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각종 포장재가 재활용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지만
아저씨들 입장에서는 골치 아프게 걸러내야 하는 녀석들이다.
실랑이가 일어났을 법도 한 상황이 그려진다.
그런데 옷걸이에 코를 꿰어 전시한 모양이 원시적이라
살벌하면서도 재밌다.
아무튼 살피고 조심해야 세상이 평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