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택의 코너에
물컹한 풍경이 잘도 자랐다.
계절은 쉽게 도청을 당한다. 알려주지 않아도 여러 식물이 자신의 때를 놓치지 않으니 말이다.
자신의 차례가 되면 필히 내빼지 않고 짜잔! 하고 정체를 터트린다.
그 모습에 사람들의 행복이 빨갛게 물든다.
시간이 흐른 탓도 있지만
많은 차가 지나며 주택 담벼락 치기를 솔찬히 했었는가 싶다.
칠도 해놓고 경비도 고용했지만, 그다지 효과가 크지 않았다.
가장 친절한 방어는 꽃을 심는 일이다.
담벼락 위에 꽃을 보면 가까이 가고자 해도 일단은 멈칫하게 된다.
그리고는 기어를 바꾼 뒤 조심할 수밖에 없는 운전을 한다.
자연이 조장한 우회적 방어가 효과 만점이다.
녹번동에 가을다발이 한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