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거리를 걷다 텅 빈 빌딩 정문에 나부끼는 ‘유치권 행사’ 현수막을
발견하곤 한다.
살벌한 이유가 도사리고 있다는 생각과 동시에
거리의 미관 흐름이 끊어져 유치하다는 생각도 든다.
관리가 성치 않아 도시에 얼룩진 이미지 덫이다.
거친 길바닥에서 외롭기 그지없는 시큼함이 키워내는 마음이야 뻔하다.
도~시라는 건반에서 기어이 삐져나오는 마찰음 같은 것일 테다.
독성을 지녔거나 수상한 것에도 색깔이 있다면 대개는
짙은 청록에 가깝다.
나자빠진 다섯 녀석은 격한 레슬링이라도 한판 했단 말인가.
심판이 앉아 있었을 의자는 어떤 긴박한 사정이 있었는지
궁둥이에 붙어 갔을까 싶다.
서로의 팔 길이만큼 격을 두고 밀어내기 하다
승자 없는 싸움의 법칙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케이블 타이로 일회용 컵을 이어 관절을 대신하면서까지
연탄불에 구워진 속노란 고구마 차지하기에 분투했을 녀석들에게
내 경험도 어느새 달려들었다. (심판은 끼니를 놓쳤을까?)
연탄을 걷어차면 밥도 없고 난방도 중지되며,
결국 거주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
옛날 감성이라고 탓해도 소용없다.
우리가 지피는 연탄불이야말로 세상을 보듬게 된다.
좀 더 인류애적인 태도로 사회를 데우면 어떨지.
전쟁 밭인 시대적 우울함에 원투 펀치를 날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