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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장아장

by 유광식 Nov 30. 2024

바지에 묻은 하얀 물감을 모른 채 한 아이가 온종일 세상을 돌아다닌 것 같다.

소복이 쌓인 눈은 

고장 난 새까만 우산을 슬며시 눌러 하얗게 질리게 하고

공항고속도로 리무진이 물보라 대신 눈보라를 일으키며

어느 아주머니의 보자기에 호떡 한 팩을 지니게 하였다.  

참말로 겨울이? 


겨울 태생이라 더 그런진 모르나 하얀 물감이 칠해진 겨울 풍경을 마주한 채 

홀딱 반했다고 말해 보았다. 

어린 나, 겨울나무가

웃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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