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석동, 2025
메모판으로 쓰려고 자는 아이의 알림장 맨 뒷장을 뺐다.
빌라 주택 현관에 붙는 글은 가슴이 덜컹하는 것이 많다.
아직 빈칸이라 안심이지만
언제 맞을지 모를 철퇴의 불안이 종이의 가벼움과는 정반대다.
숙제는 이사, 준비물은 돈(대출 포함), 메모는 안녕이다.
총 24가구이니 나중에라도 한 장 더 뜯어야 할 것이다.
약육강식 弱肉强食 시대다.
노후 주택들은 개발 시선에 쉽게 포획된다.
당연히 거주민은 숙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오래된, 오래갈 평온이 아니라 키다리 낯섦이 문밖에 와 있음을.
살수록 집값은 뛴다며 좋아할지 모르나 정작 집안 꼴은 엉망이다.
이 도시가 차갑, 아니 누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