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믿어주는 만큼 자란다

두 돌 아기를 키우며 드는 생각

by 부꿈

아이와 배우자가 없는 저녁, 오랜만에 혼자 집에서 저녁을 먹고 청소를 했다. 오랜만에 적막한 집에서 여유롭게 있다 보니 두 돌이 되어가는 우리 아기와의 일상을 돌아보게 된다.


곧 두 돌이 되어가는 우리 아기는 일 년 전과 비교하면 몰라볼 만큼 성장했다. 신체적으로는 손발이 커지고 팔다리도 길어지고 양발점프도, 달릴 수도 있게 되었다. 정신적으로는 정말 많이 커서 스스로 장난도 만들어내고 빙긋 웃곤 한다. 최근에는 스티커를 입에 넣길래 "먹는 거 아니야~" 했더니, 씩 웃으며 트럼펫모양 스티커라는 걸 보여주더니 "엄마! 후후! 불었어!"라며 먹는 줄 알았지? 사실 트럼펫이라서 후후 분거야~라는 장난을 치고는 깔깔 웃었다. 두 살도 안된 아기가 어른들을 웃게 하는 장난을 치는 게 신기하다. 다만 시도 때도 없이 장난을 치려고 해서 식탁에서는 장난을 못 치게 하려고 하는데, 아직은 잘 안된다. 단호하게 말해도 빙긋 웃으며 쓱 장난치려는 모습이 마치 남편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다.


가장 놀라운 것은 아기가 보여주는 자신감이다. 두 달 전쯤 길거리에서 하는 마임공연을 보았는데, 마임 하시는 분이 쇼를 진행하던 중 "할 수 있다"라는 응원을 해달라고 하고는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때 아기가 처음 "할 수 있다."라는 단어를 직접 입 밖으로 꺼내 응원을 했었는데, 그 이후로 자기가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00이 할 수 있어!"라고 외치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가끔은 그 응원의 메시지를 엄마와 아빠에게도 종종 보낼 때가 있는데, 형용할 수 없는 마음이 든다.) 그 말을 할 때 반짝이는 눈빛에 담겨있는 자신감과 믿음이 단단해 보여서 어른이 될 때까지 이어질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


복직을 하고, 둘째를 임신하게 되면서 주양육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아이의 일상에 크게 관여를 하지 못했었다. 그러다 안정기에 들어서면서 아기 부엌을 실제로 쓸 수 있게 새로 구성해 주었다. 거창한 것은 아니고, 본인의 식기(숟가락, 포크, 젓가락, 접시) 및 물컵과 멸균우유, 오트밀우유 등을 아기의 주방에 넣어주었다. 아기가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 부엌이 장난감이 아닌 실제 도구들로 차있는 모습을 보며 "우와~" 감탄해 주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러더니 이제는 목이 마르면 스스로 우유를 꺼내 마시고, 식사시간이 되면 자기 식기는 스스로 기쁘게 차리는 아기를 보면서 아기는 무기력한 존재가 절대 아니며, 본인이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아가는 엄마가 둘째를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둘째의 태명을 불러주며 "00이 안녕~" 인사해 주고, 배에 귀를 기울이며 까르르 웃곤 한다. 남편이 밤에 배마사지를 해줄 때면, 자기도 옆에서 같이 마사지를 해주고 뿌듯해한다. 음식을 먹거나 놀이를 할 때면 항상 둘째의 몫을 따로 정해놓는데 그 모습도 사랑스럽다. 엄마가 음식을 먹으면 동생이 같이 먹는 것이라고 알려주자, "엄마 매운 거 먹지 마~ 아가 매워~"라며 걱정하던 엉뚱한 첫째 아가의 말에 빵 터지기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동생이라는 존재가 태어나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겠지만, 경쟁자가 아닌 엄마아빠랑 같이 도와주어야 할 존재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줄 예정이다.

사족으로 누군가에게 "육아체질"인 것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사실 육아체질이라는 말 자체가 어폐가 있는 것이 신생아 시기에는 기본욕구를 채워주면 되고, 영유아기 때에는 아기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 보면 되기 때문에 체질을 타는 일이 아니다(그 이후 단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다만 학령기에 힘들이지 않기 위해 영유아기 육아에 대해 많이 고민해 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다만 육아를 대할 때 중요한 것은 체력적, 시간적인 여유인 것 같다. 돌이켜보면 회사를 다니면서 둘째도 임신 중이라 퇴근하면 지쳐서 쫑알쫑알하는 아기의 말에 귀 기울이지 못해 주었던 날들도 많았다. 오늘 적막한 저녁을 혼자 보내고 나니 내일은 꼭 우리 아가의 말에 열심히 귀 기울여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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