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할머니는 집을 얻어 나갔다
내가 아프기 시작한 이후로 겹쳐서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자퇴 후 1년은 스스로 기억을
지워버린 것 같기도 하다
당시 살았던 아파트 우리 집 안이
바깥에서 훤히 보였다
나를 괴롭히던 학생들이 혹여나
나를 보거나 그때처럼 사진을 찍을까 봐
공포에 떨며 집 안에서도
최대한 커다란 베란다 창문을 피하려고 노력했다
나중에 할머니께 들은 말인데
내가 초인종이 울리면 커튼 뒤로 숨었었다고 한다
그럴 때면 “희지야 할머니야 할머니야”라고
말해줬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할머니는
얼마나 당황스럽고 가슴이 아프며 막막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