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안 먹고 어떻게 간 거지?

13화

by 희지

약 안 먹고 오기로 다녔던 것 같다

‘이렇게 쉴 순 없어’,

‘내가 해보고 싶은 걸 얼른 찾자’ 하며

아픈 나를 스스로 더욱 더 몰아세우고 괴롭힌 것 같다

복싱 캘리그라피 애견 미용을 도전해보았고

미싱은 1년을 다녔다


다니면서 험한 말도 많이 들었다

꾸미고 다니지 않는 나를 보며 남자애 아니냐는

쌍둥이의 할머니

어딜 보고 있냐며 비웃던 아줌마들


스승의 날의 꽃을 줬던 기억도 나고 선생님은

그냥 정 없이 친절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아픈 기억은 오래가고 좋은 기억은

나쁜 기억에 가려져 버린다


이렇게 극도의 긴장 상태에 있는

나를 조용히 도와주셨던 한 아주머니도 생각난다

늘 조용히 도와주시곤 하셨다 감사했다

신호등을 기다리는 시간조차 극심하게 불안해서

틈이 나면 엄마에게 전화를 해댔던 기억도 난다

빼빼 마르고 키 크고 무시하기 좋은 외모를 가진 나를

버스 기사 아저씨조차 나를 지나쳐

또래 여학생들에게 비웃음을 당해

엄마에게 전화를 하며 서럽게 운 적도 있었고

내가 다니는 미싱학원 근처에서 날 괴롭히던

남자애들이 근처 큰 공원에서 노는 모습을 본 나는

심각하게 불안해서 손살같이 달려가

숨었던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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