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싸우는 장면을 다시금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것은 아직도 고통스럽다
유치원생 일 적에 나보다 훨씬 크고
술에 거하게 찌든 할아버지 몸 위로 기어 올라가
작은 두 손으로 그 큰 노인을 제압했어야 했던 장면과
그 모습을 보고도 할머니가 동생 손을 잡고 “쯧쯧”
거리며 할아버지 몸 위로 올라가 제압하고 있었던
유치원생을 외면한 채로
문을 나서는 장면들이 생각난다
어느 날 조부모 싸움을 말리다가 날아가
컴퓨터용 의자 다리 모서리에
머리를 박아 뒤통수에 혹이 크게 났었던 적이 있었다
늦은 저녁 엄마가 퇴근한 후
나의 머리를 엄마에게 보여주며
엄마와 할머니가 나에게 했던 말은 이러하였다
“쉿, 너네 아빠가 알면 난리 나니까 조용히 있어”
엄마의 찡그리는 표정과 할머니가
손가락을 일자로 입에 갖다 대며
“쉿-!” 했던 표정이 담긴 장면들은 모두 잊을 수가 없다
어느 날 때처럼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머리채를 두 손으로 잡고 이리저리 내동댕이쳐지고
머리털이 쥐어뜯길 때였다
그 잔인한 장면 앞에서 유치원복을
아직 갈아입지도 못한 채 작은 두 무릎을 꿇고
처절하게 울며 기도했던 어린아이가 생각난다
나약했던 어린아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잔인한 장면을 그저 두 눈으로 바라보며
울음 섞인 말투로 내뱉는 간절한 기도뿐이었다
“하나님, 부처님, 예수님..” 하며 아는 신을
모두 모아 이 싸움이 끝나게 해달라고 빌었다
머리가 쥐어뜯기는 와중에 할머니는
내 손을 간신히 잡고 이렇게 말했다
“아가, 괜찮아 아가...” 그날은
나도 할머니도 같이 울었다
나는 그저 어른들의 사랑을
받고 싶었던 어린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