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 후 모든 기억을 잃어버리다

33화

by 희지

학교 그만두고 나는 걷는 방법마저 잊어버렸고,

한낮의 밝은 햇살도 아닌 거의 아무도 없는

새벽의 가로등 불빛에

내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너무 혐오스러워 밖에 나가지도 못했다

그 당시에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경멸스러웠다

집 앞의 길거리를 편하게 걷게 된 것이

얼마나 오랜만이었는지

평범한 걸음을 걷는다는 것이,

평범한 길거리를 그냥 걸으면

간단히 집 앞을 그냥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아는가

긴장하지 않고 편안하게 걷는 방법을

다시 기억하기 위해

다시 평범해지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걷는 법을 보고 배우며

나만의 걷는 방법을 익히고

내가 길거리를 걷는 방법을 나름대로 터득하게 되었다

그 법칙은 별거 아니지만 아주 평범하지만

그 평범한 걸음 거리를 다시 경험하기 위해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걸렸고

너무 많은 고통을 겪어야 했다


밖에 약속이 있으면 걷다가 오면 좌절감과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에

펑펑 눈물을 쏟아낸 적도 아주 아주 많았다


0에서 다시 –1, 다시 0에서 –1이지만

다시 0과 또다시 한번만 더 1이 될 때까지

무한 반복한 끝에 예전보다는 그래도

자주 다시 평범하게 걷게 되는 날들이 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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