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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전남편이 되는 과정

by 제리


대출 때문에 혼인신고를 했지만 이혼은 혼인신고만큼 쉽지 않았다.

법적으로는 1년 만에, 결혼식을 하고 이혼하기까지는 6개월 만에 남이 되었다.


워낙 짧은 기간이라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하면 놀라는데


이내, 그래 네 성격에, 네가 그럴 정도면.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슬프기도 하고 안심이 되기도 한다.






물리적으로 그 사람과 떨어져 있기를 선택하고부터 그 사람은 '악의적 유기'라며 나를 유책배우자라고 했다.


다음날은 미안하다 사랑한다 돌아와 달라라고 말했다. 또 그다음 날은 비아냥대기도 했다.


텍스트로 주고받을 뿐인데 손이 떨리고 두려웠다. 내가 대화를 거부하니 가족들에게도 연락하기 시작했다.


그 사람에게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밤에 잠을 잘 수 없어 생활이 어려워 정신과에 다니기 시작했다.




희망이 보였다면 더 버텨보았을 것이다.


언제쯤 정리가 되겠냐고 물으니,

인생에서 너무 큰 일이라 혼자 결정할 수 없다고 한다.

당신의 일인데 당신이 아니면 누가 결정을 하는 걸까?



먼저 이혼 얘기를 두 번이나 했던 건 당신이면서 이제와서는 결정할 수 없다니.

그럼 그 말들은 나를 괴롭히려고 했던 말들이었나?




더욱 절망했던 것은 그 사람과 나누는 수많은 말들 속에서 나에 대한 이해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많이 욕심내고 살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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