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담아둔 결혼식
아빠는 결국 결혼식 전 상황을 정리하려 우리의 신혼집까지 지방에서 올라왔다.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시어머니께 전화하면서 나는 "남편에게 말 꺼내기가 무서워요"라고 했다.
부모님 네 분과 우리까지 모인 자리에서 말실수한 죄인이었던 아빠는 눈치를 보며 분위기를 풀기 위해 애썼다.
그의 태도는 마치 초등학생처럼 아빠의 사과에도 대꾸나, 얼굴을 마주하지도 않았다.
어른들이 모여있는 자리여서 참고 싶었지만 눈물이 났다.
이미 혼인신고를 한 상태라, 엎질러진 물이라고 생각했다
결혼식 당일에는 도저히 안된다면 이혼해 버리자 라는 생각으로 아빠의 손을 잡고 신부입장을 했다.
노출된 곳에 글을 쓰려하니 그날의 기억을 세심하게 어땠나 떠올리는데
당시의 아빠가 마음에 남는다. 어떤 마음으로 나의 손을 그 사람에게 넘겨줬을지.
그리고 그때의 나는 왜 스스로를 더 귀하게 생각해주지 못했는지.
왜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해 버린 건지
아마 이때까지만 해도 덮어놓고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상황이 조금씩 좋아지고, 이 사람도 변하고 모두가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씩씩하게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도 다녀왔다.
상담 제안도 거절당하고, 담담하게 전달한 내 마음은 닿지 않았지만 다시 한번만 해보기로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