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싸우던 날, 밤을 새워 얘기를 나눴다.
또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다시 얘기를 하면 그동안 우리 사이에 있었던 모든 것들이 덕지덕지 살이 붙어 더 아픈 무기가 되어서 나를 찌른다.
화가 난 그와 대화를 할 때면 형체가 없는 말에 찔려서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이었다.
"너희 아빠에게 당신 때문에 우리 결혼 망쳐버렸다고 꼭 말하고 싶다"
"너희 아빠가 너를 그렇게 키워서 네가 그렇게 된 거다. 그래서 장인어른이 밉다."
제발 그렇게 말하지 말아 달라고 울면서 빌어도 소용이 없었다.
당신은 마음에 담아두는 법은 없나? 어떻게 속에 있는 모든 말을 그렇게 다 뱉어버리나?
우리의 마지막이 된 싸움에서 그 사람은 말했다. "결혼식도, 신혼생활도, 신혼여행도 자기가 기대했던 것들이 아니었으며 행복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행복할 수 있었는데 장인어른이 모든 걸 망쳤다"라고 했다
그러니까 내 전남편은 상대방의 마음이 어떨지 보다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은 뱉어버려야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리고 본인 속에 있던 화를 다 토해내고 나면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내 이런 성격을 받아주는 사람은 너뿐이다." 면서
"네 부모가 당신이라는 사람을 잘못 키운 거다"라는 말이 입에서 맴돌았으나 이 말은 또 어떻게 나에게 돌아와 나를 찌를지, 그리고 뱉어내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아서 삼키고 삼켰다.
그 사람은 이제 내 엄마마저 들먹이기 시작했다.
내가 버텨왔던 게 무너졌다.
내가 뭘 들은 거지?
결혼식까지 포함해서 겨우 다섯 번 만난 내 가족들을 난도질했다.
이제야 좀 정신이 차려지는 순간이었다.
이 다툼을 마지막으로 도저히 한 공간에서 먹고 자고 얼굴을 마주할 수 없어서 나는 물리적으로 떨어지기를 선택했다.
그는 내가 사라지자 그제야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척'을 했다.
하루는 미안하다고 매달리고 다음날은 내게 유책이라고 화를 냈다.
당신처럼 소리를 지르지 않았을 뿐 수없이 말했었는데.
그는 나와 평생 살 거라고 생각해서 본인 속에 있는 모든 말을 다 했다고 말했고
나는 평생 있을 사람 사람에게 이런 말까지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기가 상처받으면 상대에게 똑같이, 더 많이 갚아줘야 하는 사람이었고 나는 아니었다.
이게 우리가 이혼하게 된 이유였다.
결혼식을 마치고 잘해보자 다짐했는데,
아마 그 사람의 성격상 언젠가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생각보다 이른 시기였다.
그 사람 덕분에 어떤 말들은 그 말을 듣기 전으로 영원히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