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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에 대처하는 직장인의 자세

꿀팁은 없다 그냥 부딪힐 뿐

by 제리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참 다양하다.

매일 보는 팀원들, 정기적으로 마주치는 동료들,
그리고 출장이나 연수에서 만나는 외부 관계자들까지.


매일 보는 팀원들에게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이야기를 꺼냈다.
처음에는 믿지 않는 반응도 있었다. “네가? 왜?”라는 질문도 받았다.


지난주에는 연수를 위해 1박 2일 일정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대부분은 낯선 사람들이지만, 일로 엮여서 오가며, 혹은 건너서 아는 분들이 대다수였다.


작년에 결혼해서 겨우 1년이 된 나에게,

아는 사람들은 신혼생활과 자녀 계획에 대해 묻고,
나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결혼했냐는 질문을 한다.


없는 남편을 있다고 하기도 싫고, 거짓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
결혼 관련 질문이 들어오면 얼굴이 구겨진다.

말도 헛나온다. 적당히 넘어가면 될 텐데, 그게 잘 안 된다.


처음 보는 분들이 “결혼하셨어요?” 하고 묻는 말엔
“싱글입니다”라고 대답한다.

내 머릿속은 복잡하다. 결혼을 하긴 했는데... (돌)싱글입니다.


결혼 여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엔
“네... 뭐...” 하고 얼버무리다가, 질문이 반복되면 개별 면담(?)을 통해 처리한다.
“남편은 없어졌으니 그렇게 아세요.”


아이러니하게도, 그 출장 자리에서 나를 미혼으로 아는 분께서 결혼 팁이라며 말씀하셨다.


“부모님께 잘하는 사람을 만나세요. 물론 나도 배우자 부모님께 잘해야 하고요.”


내 이혼의 주된 사유를 결혼 팁으로 듣는 그 자리에서
눈물이 찔끔 났다.
다행히 모두들 얼큰하게 취해서, 내 눈물은 아무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다음날 아침 조식 자리에서, 한 선생님이 또 묻는다.
“결혼하셨어요?”
역시나 “아뇨, 싱글입니다.”
그러자 “어? 결혼하셨다고 들은 것 같은데, 잘못 들었나 봐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집에서는, 그냥 서글퍼서 오랜만에 울었다.

내게 묻는 사람들이 악의가 없다는 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별것 아닌 질문이 누군가에게는 무겁게 다가올 수 있다는 걸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나는 과연 그런 사람이었을까. 생각해본다.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오늘도,
다른 부서 팀장님과 식사 자리가 있었는데
“결혼한 지 얼마나 되셨죠? 요즘 어떠세요?” 라는 질문이 또 나왔다.

그 자리는 내 이혼 여부를 모르는 사람도, 아는 사람도 섞여 있었기에
나는 이혼 후 처음으로 ‘남편이 있는 척’을 해보았다.


역시나 얼굴은 구겨졌고,

“…아, 이제 1년 정도요.” 라며 대답했다.


아는 사람들은 나를 도와주려 애써 다른 주제를 던져준다.
그게 또 속상하다.


안 그런 곳도 있겠지만,
직장이라는 곳은 워낙 가십거리를 좋아하고 소문이 도는 곳이라
이런 모든 상호작용의 과정이 은은한 스트레스가 된다.


하지만 나는 굳이 숨기고 싶지도 않고, 남편이 있는 척하고 싶지도 않다.


남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에게 관심 없을 거라 믿으며 버틴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때 그러지 말 걸…” 하고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지나고 나면 밀려오는 후회는 어쩔 수 없고,


지금의 나에게 말해본다.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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