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교일기) 내가 엄마가 된다면 - 1편. 사랑
출산 예정일을 몇 주 앞두고, 일기를 썼었다.
‘아이가 놀다가 새 옷을 얼룩으로 더럽힌다면,
아이가 집 안 곳곳에 사인펜으로 낙서를 한다면,
아이가 장난감을 사달라며 떼를 쓴다면,
아이가 밥을 먹지 않는다면,
아이가 유아원에 가기 싫다며 운다면,
아이가 친구와 싸우다 얼굴에 상처를 입고 집에 온다면,
아이가 내가 아끼던 컴퓨터를 망가뜨린다면,
아이가 급하게 음식을 먹다 체한다면,
아이가 욕을 배운다면,
아이가 화단의 꽃을 망가뜨린다면,
아이가 말도 없이 학원을 가지 않는다면,
아이가 나쁜 친구들을 사귄다면,
아이가 집에 오면 자기 방에서 나오질 않는다면,
아이가 엄마가 무얼 아느냐며 내게 대든다면,
아이가 시험을 망친다면,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아이가 집을 나간다면,
아이가 말을 하지 않는다면,
아이가 자신을 왜 낳았냐고 한다면,
아이가 사는 것이 절망이라 한다면,
화가 날 것이다.
섭섭할 것이다.
절망적일 것이다.
울고만 싶을 것이다.
마음이 찢어질 것이다.
만약에, 만에 하나라도
아이가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하고,
부모를 미워하고, 원망한다고 한다면
나는 아이에게 말할 것이다.
그것은 네 잘못이 아니라고.
그것은 네 잘못이 아니라고.
그리고 나는 여전히 너를 사랑한다고.
더 사랑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살아가는 내내 더 사랑하겠다고.’
엄마가 된다는 것이 설레기도 했지만, 두렵기도 했다. 만일 아이가 잘못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했다. 일기를 쓰면서 나는 화가 나고, 울컥 하다, 결국 눈물을 흘렸다. 아이가 정말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잘못된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큰다면 너무나 마음이 아플 것만 같았다. 내 마음이 아픈 것보다 아이가 행복하지 않은 것이 더 아프게 느껴졌다. 아이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사랑뿐이지 않을까. 내 사랑을 멈추지 않는 엄마가 되리라 다짐했다.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처럼, 한결 같은 마음으로 사랑하리라 다짐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예상하지 못한 많은 일들을 만났다. 때로는 아이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섭섭함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노력한다고 했지만, 내 마음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해 아이에게 상처 주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는 알고 있었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을, 그리고 내 사랑이 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 사이의 화, 미움, 섭섭함은 한여름의 소나기처럼 잠시 왔다 떠나갔다. 내가 아이를 믿고, 사랑하듯, 아이도 나를 믿고, 사랑해주었다. 아이는 자신도, 남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오늘도 늘 푸른 소나무처럼 한결같이 사랑이 가득한 엄마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파란색 글은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며 쓴 글입니다.
(Cover Image from lloorraa in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