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교일기) 내가 엄마가 된다면 - 3편. 행복
환희에게,
환희야, 네가 세상에 나올 날이 정말 며칠 남지 않았구나. 예정일이 다가올수록 점점 더 네가 보고 싶어진다. 아빠와 엄마는 매일 환희를 생각하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단다. 오늘도 배를 콩콩 두드리며, ‘환희야, 잘 있지? 사랑해.’ 하고 말을 걸었어. 반응은 없었지만, 아빠와 엄마가 보내준 따뜻한 기운을 환희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하며 우리는 함께 웃었단다. 환희를 생각만 하고 있어도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져.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네가 곧 우리 곁에 온다는 것이 아직 믿겨지지 않아.
엄마는 요 몇달 환희를 생각하며 매일 글을 썼어. 글을 쓰는 동안 환희는 엄마 뱃속에서 춤을 추듯 움직였는데, 엄마의 마음을 읽은 걸까? 엄마는 글을 쓰는 동안 참 행복했단다. 환희를 많이 사랑해주고, 아껴줄 수 있는 엄마를 상상하고, 환희가 행복한 사람으로 크는 상상을 하고, 환희에게 부끄럽지 않은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는 상상을 하면서 매일매일이 행복했어. 꼭 그런 엄마가 되고 싶어. 엄마가 쓴 글들, 곁에 두고 자주 보면서 잊지 않을게.
환희가 나이가 들고, 글을 읽을 수 있게 된다면 엄마의 글, 꿈, 다짐들을 읽게 되겠지? 그런데 글을 쓰면서 언젠가 환희가 이 글을 보고, 엄마는 왜 이렇게 하겠다고 해놓고 하지 못하냐고 얘기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들었어. 그 때 나는 네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 했단다.
환희야, 엄마는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사실 허점투성이야. 실수도 많이 하고, 부족한 것도 많아. 어쩌면 나도 모르게 환희에게 상처주기도 하고, 아프게 할지도 몰라. 정말 엄마로서, 아내로서, 사회인으로서 다 잘하고 싶은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날도 있을지 몰라. 그렇게 엄마가 흔들릴 때면 환희가 곁에서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겠니?
그 때는 환희에게 사랑이 필요하듯이, 엄마에게도 사랑이 필요한 때일 꺼야. 환희가 ‘엄마, 괜찮아요’, ‘엄마, 힘내요’ 하면 정말 다 괜찮아지고, 힘도 막 솟아날 거야. 환희가 작은 손으로 엄마 손을 잡아주고, 안아주면 힘들고 아팠던 마음도 다 씻겨져 없어질 거야. 환희야, 잠시만 그렇게 이해해주렴. 잠시면 된단다. 엄마가 마음을 다 잡고, 다시 일어서는데 오래 걸리지 않을 꺼야. 환희가 곁에 있고, 아빠도 곁에 있으니까 엄마 금방 일어설 수 있을 거야.
환희야, 엄마가 네게 부탁하고 싶은 것 한가지가 있어. 우리, 사랑하며 살자. 엄마도 열심히 사랑하며 살게. 가족도 사랑하고, 친구도 사랑하고, 삶도 사랑하면서 그렇게 살자. 서로의 부족한 것은 채워주고, 도와주고, 배려하면서 살자꾸나. 삶은 긴 듯 하지만, 또 짧기도 하단다. 우리가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충분히 사랑하고, 행복하고, 많이 웃으면서 살자. 엄마의 바램은 이것뿐이란다.
환희야,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2011년 10월 26일. 엄마가.
(Cover Image by Iva Lopes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