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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석 Sep 27. 2015

보그병신체로 보는 마케팅 전략

그런 게 있을리가

패션계에서 제너럴하게 쓰이는 리터럴 스타일이나 또는 그것에 대한 디스리스펙트 목적의 패스티쉬, 셀렉션으로 이루어진 스타일


보그병신체에 대한 논쟁은 이미 식은 지 한참 된 떡밥입니다. 2013년 말, 2014년 초에 이와 관련해 당시에는 나름 건전한(?) 콘텐츠를 만들던 인사이트에서 이와 관련된 두 기사가 화제가 됐던 기억이 있습니다.


관련 글

- 보그병신체, 무슨 병신 같은 소리?

- 보그 병신체는 ‘병신’이 아니다


이러한 논쟁들 덕분에 이제 보그병신체라는 단어는 상징성을 갖게 됐습니다. '병신'이라는 표현에 문제가 있단 지적도 있었긴 합니다만.


지난 토요일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구경을 갔다가 만났던 한 문장의 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한 문장이라는 점이 더 놀랍다.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반응이 뜨겁더군요.


누리꾼들은 "독해난이도 최상이네요", "앗. 그 유명한 보그병신체... ㅋ", "영어도 안읽힌다 미치겠다 내가 영어를 못하는건 아니겠지..ㅠㅠ" "세번을 정독 했는데.., 해석엔 실패..... ㅋㅋㅋㅋ 대체 저게 무슨 말이지.... ㅋㅋㅋ"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밖에 많은 반응과 공유가 있었습니다. 보그병신체는 여전히 화두를 일으키는 키워드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ps. 물론, 패션업계에서 보그병신체를 사용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죠. 하지만 제가 그 이유를 파헤칠만한 깜냥도 없고, 이유도 없는 것 같...아서, 오늘은 이러한 현상(이라고 쓰고 노이즈마케팅이라 읽는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본문으로 돌아가서, 위의 표현을 보면 보그병신체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로 저 모든 내용이 '한 문장'에 정리가 됐다는 것, 둘째는 단순히 영어식 표기가 아니라 '이해할 수 없을 수준'으로 문장을 뒤섞었다는 점입니다.


비슷한 문장을 올해 초 방문한 이케아 광명점에서 본 기억이 있네요.


바로 그 때문입니다!

왜 이러한 문장을 쓰는 걸까요. 브랜드 마케터의 입장에서는 어떠할지를 추측해봤습니다.


이들에겐 기업의 브랜드를 사람들의 뇌에 저장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습니다. 브랜드를 홍보하고, 마케팅하는 위치에서는 당연한 일입니다. 적어도 위의 이케아 배송문구를 본 사람들은 '뭔가 이상한데'라고 하면서 한 번 더글을 읽어보게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만 된다면 반응이 어떻든 마케팅의 입장에서는 목적을 달성하는 셈입니다.


비슷한 일이 국내 미디어 업계에도 있었죠. 작년 5월로 종료한 '충격 고로케'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실검)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고자 제목에 '충격'이라는 표현을 남발하는 것을 풍자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이트였는데요.



아이러닉하게도 충격 고로케가 플랫폼이 되면서 저기의 메인에 오르기 위해 충격이라는 표현을 어떻게 더 많이 쓸까를 고민하던 종사자들이 생겨났습니다(모든 링크는 아웃링크로 연결이 됐으니까요). 결국 주목을 받아 1클릭이라도 더 올릴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하겠다는 것인데요.


보그병신체, 혹은 충격을 남용하는 콘텐츠들의 목적은 하나입니다. 단기간에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좋은 효과를 가져오죠.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든 고객의 기억에 남게 된다는 달콤한 유혹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이야기가 왠지 삼천포로 빠지려고 하는 것 같...군요.



온라인 시대가 시작되고 콘텐츠 공급량이 이전과는 달리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렇지만 이용자는 한정돼 있죠. 이러한 불균형이 시장을 점점 혼탁하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좋은 콘텐츠보다는 자극적인 콘텐츠가 우선 순위에 잡혀있다는 처절한 현실을 위의 사례들이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훌륭한 작가의 고급스런 문장 한 구절보다 미니멀리즘 옷의 컨스트라스를 지향하는 브랜드를 더 쉽게 기억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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