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재석 Oct 10. 2015

콘텐츠 잘 만들면 된다는 (무책임한) 말

정작 중요한 '어떻게'가 없다

<사진: flickr>


어제, 오늘 페이스북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포스팅이 하나 있습니다. 온라인 마케팅에 대한 글인데요. 링크드인의 그로스해킹에 기반한 이메일 마케팅, 에어비앤비의 콘텐츠 전략, 슬랙의 초기 유저 흡수 전략 등에 열광하면서 정작 국내 온라인 마케팅에는 주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 관련 글 : 페이스북 링크


이 글의 주제는 뒷 부분에 있습니다.


이희은닷컴, 아메리칸어페럴, 에이프릴스킨, 72초TV, 태건에듀, 스웨거 등 국내 중소업체 6군데의 온라인 마케팅 성공 사례인데요. 결국 이 분은 IT 사대주의를 버리고 '국내 온라인 마케팅 전략'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제를 위해 이러한 글을 쓰셨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의합니다.


하지만 동의하지 않습니다.


뭔 개 풀 뜯는 소리여


제가 동의하는 것은,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해외 사례에 열광하고 국내 사례는 처다보지도 않는 IT 사대주의에 대한 주장입니다. 아무래도 실리콘밸리가 주도해온 분야이기에 이러한 인식이 쉽게 자리잡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연히 국내의 우수한 사례를 조망해야 합니다.


하지만 글을 읽는내내 해소되지 않는 의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콘텐츠만 잘만들면 된다는 말인가?


라는 의문이었죠.


페이스북 글에서 제시한 6가지 사례는 '콘텐츠'로 성공한 업체의 이야기입니다. '중소형 사업자의 광고', 그리고 'Brand-Media Fit이 맞는 광고'라는 공통된 특징이 있죠.


한 가지 공통점이 더 있습니다. '대박난 온라인 마케팅 사례'라는 것입니다.


좀 더 살펴볼까요. 6군데의 키워드를 거칠게 뽑아보겠습니다. 이희은닷컴의 뇌리에 박히는(?) 광고, 아메리칸어페럴(한국)의 폭발적인 인스타그램 팔로워, 에이프릴 스킨의 크리에이터를 이용한 유튜브 광고, 모바일 동영상을 중심으로 한 72초TV, 설민석을 중심으로 한 태건에듀의 에듀테인먼트 전략, 스웨거의 바이럴콘텐츠 전략 정도로 정리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위의 사례를 통해 무엇을 공부할 수 있습니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링크드인의 그로스해킹, 에어비앤비의 로컬에 기반한 콘텐츠 전략, 슬랙의 초기 유저 전략의 핵심에는 데이터 분석이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기존 기업처럼 물량 공세에 기반한 마케팅을 하지 못합니다. 세 기업은 자사의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철저히 데이터로 파악하고, 이에 린(Lean)하게 제품, 서비스를 만들어 왔던 것이고 이 지점에서 우리가 배울 점이 있던 것이죠.


하지만 페이스북에 게재된, 국내 기업 사례로 나온 곳들을 보면 성공 기준이 페이지뷰(PV)나, 소셜미디어의 팔로워수에 불과합니다. PV가 늘었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이희은닷컴에서 어떻게 최종 구매까지 갔는지, 인스타그램 마케팅 전략을 통해 오프라인 마켓으로 어떻게 효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콘텐츠를 모바일 기반 플랫폼에 잘 맞췄다 정도만 갖고 온라인 마케팅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저는 이 글과 열광하는 반응을 보면서 우리나라 온라인 마케팅의 기준이 아직도 피상적인 수치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닐지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뭐 제가 염려한다고 해서 이 분야의 판도가 바뀌진 않겠지만요).


마케팅의 환경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만났던 박세정 전 SAP코리아 상무 역시 "기존 마케팅 기법으로는 적응할 수 없는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페이스북(Facebook), 구글(Google), 링크드인(Linkedin), 인스타그램(Instagram)과 같은 플랫폼이 마케팅 생태계에 미친 영향은 엄청납니다. 여기에 연동한 마케팅 솔루션 종류도 무궁무진하죠. 하지만 실무자들은 이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이 시장이 대세가 될 게 뻔하기 때문에 빠르게 변화를 감지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전통적인 마케팅 기법인 3C(Customer, Competitor, Company)나 4P(Product, Place, Price, Promotion)는 더이상 디지털마케팅 영역에서 통하지 않습니다.(중략) 모바일, 인바운드, 이메일, 콘텐츠, 소셜마케팅 솔루션 등, 매년 수도 없이 많은 마케팅 툴이 나옵니다. 이를 다 배우는 건 불가능합니다.


미국을 넘어 이제는 중국도 데이터에 기반한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데이터가 마케팅의 능사는 아닙니다. 콘텐츠는 당연히 핵심입니다. 데이터는 마케팅의 방향을 검증해주는 수단일 뿐이죠. 하지만 데이터는 자신의 고객을 이해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상황은 척박합니다. 그 흔한 구글애널리틱스(GA)를 제대로 사용하는 곳 찾기도 하늘에 별따기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 못하는 데이터 기반의 마케팅을 하고 있는 미국 사례를 배우는 거겠죠.


적어도, 성공사례라고 한다면 온라인에 던져진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고객군을 어떻게 분석했으며, 핵심성과지표(KPI)를 무엇으로 선정했고, 그 결과 어떠한 실적(Goal)을 얻었는지를 제시해야 하는 게 기본일 것입니다. 단순히 "우리 서비스 사람 많이 모였어" 갖고 성과를 논하는 시절은 PC시대에 끝을 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디지털마케팅 영역을 계속해서 취재해온 입장이기에 국내 온라인 마케팅 성공 사례를 많이 보고 싶습니다. 다만, 그 성공의 이유가 단순히 유입자 숫자의 증가 정도의 얕은 기준이 아니길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치즈김밥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