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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Oct 24. 2022

쓰레기를 사랑하는 남자 2

사랑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


그는 물건을 쟁이는 공간을 집으로 한정 짓지 않았다. 집은 이미 더 이상 뭘 둘 수 있는 곳이 없다. 자꾸 그와 집에 쌓여가는 쓰레기 문제로 부딪히자 그는 다른 곳을 찾았다.

그는 내 등잔 밑이 어두운걸 잘 알고 있었다. 바로 내 차 트렁크가 그가 선택한 가장 어두운 공간인 등잔의 밑이었다. 지차도 아닌 내차. 왜? 내차는 나 혼자 타지만 본인 차는 애들과 내가 모두 탈 일이 많으니 오히려 등잔 밑은 내차였던 거겠지.

나는 차 운전만 할 줄 알았지 물건을 들고 타고 내리고 등을 할 일이 없었기에 트렁크를 생전 열어볼 일이 없었다. 그러나 어느 날 우산을 찾기 위해 혹시 싶어 열어본 트렁크에는 처음 보는 온갖 것들로 꽉 차 있었다.

'설마, 이게 진짜 그 인간 짓이라고?'

당연히 ㄱㅇㄱ 짓이었다.


트렁크 안에는 좀 작은 사이즈의 선풍기와 야구 방망이, 야구 글러브 등등이 들어있었다.

그의 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겨울, 아이들이 차에 타서 춥다고 하자 너무나 자연스럽게 처음 보는(심지어 빨지도 않은) 담요를 차 어디선가에서 꺼내 주는 걸 보고는 정말로 이젠 견딜 수 없어졌다.

우리 집은 그날 당연히 피바람이 불었다.


그날 그는 각서를 썼다.

'나는 더 이상 어떤 물건도 주어오지 않겠습니다.'

각서는 지키겠지. 내가 그 어떤 것도 원하지 않으니 그것만 지켜주길 원했었고 기꺼이 각서를 써가며 나를 안심시키는 그를 한번 더 믿기로 했다. 그러나.


각서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나와의 약속보다 누군가 버린 무엇인가를 보면 어떻게든 '쓸모'를 찾고 집으로 가져오는 것에 더 의미를 둔 그와의 싸움은 계속되었다. 처음 보는 물건들이 내 집 곳곳에 계속 쌓이고 있었고 그걸로 매번 다퉈봤자 그는 좀 더 보이지 않는 곳으로 장소를 옮길 뿐이었다.  그의 물건 집착은 끊이지 않았다.


도대체 왜?

그렇게도 물건에 집착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그리고 그것들을 처분하자는 나에게 진심으로 화가 나는 표정으로 타협하지 않으려는 고집의 근원을 알고 싶다.

이게 혹 정신적인 문제일까. 사람을 곁에 두는 것에 관심이 없는 그가 물건으로부터 안정감과 친밀함을 느끼는 것일까. 그렇다면 나도 좀 양보하는 게 맞겠지.


그래서 나는! 백번 양보해서

우리 집에 창고에 가까운 다락방을 그의 공간으로 인정하고 그에게 당신의 물건들을 이 방안에만 한정해두면 뭐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그 방을 넘어서서

여기저기에 (엊그제는 그의 키보다 큰 스탠드형 샌드백을 가져와서는 거실 한복판에 떡!) 여전히 다른 사람이 버린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리사이클의 대표주자다.




사랑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에 얼마큼의 에너지를 소비해야 할까.


배우자의 '건들지 말아야 할 무엇'을 건드는 것이 문제인 걸까, 사랑하지만 '무엇이든지 다 해줄 순 없는' 것이 문제인 걸까. 


'나를 사랑한다면'의 이유로 어떤 것을 바뀌길 원하지만  '너를 사랑하지만' 그건 해 줄 수 없다고,

우리는 오늘도 여전히, 많은 다른 부부들처럼, 풀 수 없는 그 문제로 한숨짓고 또 잊어버리고 살다가 1도 바뀌지 않는, 앞으로도 바뀔 가능성이 1도 없는 그 문제로 불쑥 또

땅끝까지 우울해지고 죽일 듯이 싸우다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편이 필요해지고는 슬쩍 모른 척 옆구리 찔러보고 왜 싸웠지?? 하며 함께 웃는다.


쓰레기 때문이 라니.


우리 부부의 영원한 난제. 쓰레기.

니가 너무 시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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